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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6년 10월 25일 10시 47분 등록
(9편에서 계속)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메타포란 어떤 것에다 다른 낯선 어떤 것에 속하는 이름을 옮겨 놓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삶으로서의 은유>의 저자이기도 한 조지 레이코프는 ‘메타포의 본질은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고요. 즉 ’한 사물에 원래의 이름이 아닌 자신 만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며, 그 사물을 자신의 마음가는대로 바라보고, 만져보고, 느끼며,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메타포라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 김춘수는 원래의 그 사람은 그저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지만, 그의 이름을 직접 부름으로써 비로소 내게 와 나의 ‘꽃’이 되었다는 가슴떨리는 고백하는 겁니다.

인간은 머리뿐 아니라 온 몸으로 메타포를 삶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타포의 시각으로 바다, 하늘, 강, 꽃, 나무 그리고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하나하나마다의 깊은 의미와 감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게 자신의 별인 소행성 B612에서 키우는 유일한 장미만큼은 다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이며, 그것을 느끼고 자각할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왕자(실제로는 생떽쥐베리겠지요)가 바로 메타포를 지닌 존재, 즉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베아트리체와 결혼한 마리오는 칠레로 돌아간 네루다를 위해 선물을 보내고자 합니다. 여전히 가난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요? 그는 녹음기 한 대와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8가지 소리를 정성껏 담습니다. 세상 그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마리오의 메타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 작은 파도
둘, 큰 파도
셋, 절벽의 바람소리
넷,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다섯,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여섯, 신부님이 치시는 교회 종소리
일곱,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여덟, 임신한 아내 베아트리체의 배에서 들리는 아들 파블리토의 심장소리

마리오의 지극한 정성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나요? 마리오에게 있어 이 8가지 소리는 그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대자연에 담긴 메타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포의 최종 완성은 ‘시(詩)’라고 합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작품 <시(詩)>를 통해 시와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시가 어떻게, 왜 찾아왔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광활한 자연, 우주와의 교감과 함께 자신이 그 일부가 되는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다소 길긴 하지만, 전문을 옮겨 보겠습니다.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流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 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꼭 시인처럼 멋진 시를 쓰지 않아도 이와 같은 경험, 느낌,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메타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할 수 있습니다. 마리오가 준비한 8가지 선물들을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그 선물들을 마음에 담고, 언제든 떠올리고 상기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며, 여유롭고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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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귤래리티(Singularity)란 용어가 있습니다. 우리 말로는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마침내 인간 지능을 넘어 서게 되는 역사적 기점을 의미합니다. 1940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링에 의해 시작된 컴퓨터의 시작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 어느덧 인공지능으로 발전되어 이제는 일정 분야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싱귤래리티의 시대가 향후 20년 내에는 오게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사람이 하고 있는 현재의 직업들은 물론이고, 사람이 하는 일의 웬만한 것들을 다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지능 면에서 인공 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입증했으니까요. 또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이 창의성의 영역이라 이야기하던 음악, 미술, 소설과 같은 예술 창작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지금보다 더 뛰어난, 어쩌면 인간의 작품보다 더 대단한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단어 그대로 지능을 인공, 즉 사람이 컴퓨터화 한 것으로, 특히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없는 일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수학, 산업 분야뿐 아니라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수의 창작품들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숫자로 전환, 데이터로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2가지 창의성인 유머와 위트 그리고 메타포만큼은 앞으로도 인간 만의 독창성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연산 속도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기존 창의성의 도구와 유전자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한다 할지라도 자유로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지능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기존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메타포를 활용하거나 조합함으로써 유사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인간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 자신있게 말씀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도 나오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인간의 감정까지 인공지능이 헤아릴 수 있게 되겠죠.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된 풍부하고 깊은 감성까지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을까요? 유머와 메타포는 이러한 깊은 감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단어들을 조합하고,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해서 그리고 빅데이타를 활용한다고 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닌 겁니다. 물론 기존의 메타포를 흉내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인간의 위대함은 이러한 메타포가 샘 솟듯 마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인간의 유머가 몇 백년 동안 바닥난 적이 있나요?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 메타포가 한계에 다다른 적이 있나요? 사랑이란 단어는 같지만,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은 사람 개개인마다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메타포는 깊이의 한계가 없는 겁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하다 할지라도 그 안에 깊이 담겨져 있는 메타포만큼은 결코 과학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그저 느끼고 반응하는 감정의 수준을 넘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할 수 있는 감성과 함께 인간의 내부 그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영혼의 영역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 훗날 과학이 영혼의 미스테리를 밝히고, 더 나아가 디지털화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마침내 인공지능이 ‘인공 영혼’까지 장착하게 되는 날을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그 인공지능은 지금의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공지능이 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인간과 인공 지능의 구분이 가능해질까요? 아마도 그때가 되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온 인류의 역사는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디지털 사피엔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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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편까지 이어 온 <인공지능의 시대,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를 여기서 마칩니다. 마음편지의 테마로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시대에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여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다소 늘어진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칼럼을 읽었을 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고자 열심히 고민하여 썼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다음 편에서는 외전격인 <인공지능 시대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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