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6년 10월 28일 07시 19분 등록

저는 한 달에 한 번 코칭을 받습니다. 코치로 활동하는 사람이 코칭을 받는다니 의아하신가요? 코치들도 코칭을 받습니다. 셀프 코칭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누군가의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코치들은 코칭의 힘을 알기 때문에 코칭에 투자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맥락에서 2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이지만 코칭 받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코칭 세션에서 저는 큰 발견을 했습니다.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저의 어마어마한 문제를 말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코칭 주제는 책쓰기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9월부터 매주 한 꼭지씩 '여성팀장 리더십'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데 이것들이 영 성에 차지 않습니다. 나비커리어맵 연구원들이 매주 월요일 정오까지 과제를 올리고 있어 고통분담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더 이상 책쓰기를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갈수록 원고가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주요한 이유는 책쓰기에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쓴 글을은 그동안 블로그에 모아 놓았던 자료와 제 경험, 그리고 생각을 버무려 얼기설기 엮에 놓은 것들입니다. 하고 있는 일이 많다보니 책 주제에 대한 연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마감은 지켜야 하기에 가용한 정보들을 나열하는 수준의 글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책에 대한 저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것도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책쓰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막' 썼습니다.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정도 읽고 한주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책의 내용과 제 경험, 생각을 정리해 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책을 세 권 정도 쓰고 나니 이제는 기대수준이 한껏 높아졌습니다. 능력도 안되고 노력도 안하면서 눈만 높아진 제 모습이 부끄럽네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활동들을 줄이는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소중한 것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첫째는 거절하기입니다. 이런저런 경로로 일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핵심이 아닌 일은 과감하게 거절해야 할 때입니다. 둘째는 원칙 깨기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깨는 것이라니 이해가 안 되지요? 저는 제가 지킨 원칙을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런 태도로 인해 많은 것을 성취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 원칙(매주 월요일 글 올리기)이란 놈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셋째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기준을 점검하기입니다. 저는 일정 매출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노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1인 기업가는 일정 성과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돈이 되는 일'을 거절했습니다. 매출 목표를 채워야 하니 억지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코칭을 통해 새로운 원칙을 세웠습니다. 앞으로는 매출 목표를 낮추고 제가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에 부합되는 일에 집중할 것입니다.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삶에 더 많은 시간과 여유를 부여할 것입니다. 그래서 덜어내기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기고하던 원고를 정리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봉사활동도 중단했습니다.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 토크쇼는 12월까지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수행 중인 프로젝트 하나는 11월 중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책쓰기도 잠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제가 세운 원칙에 끌려다니는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항상 '바쁘지 않은 삶, 쫓기지 않는 삶'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서도 항상 이런저런 일로 분주했죠.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서도 저는 여전히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좀 한가하냐구요? 여전히 그리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책쓰기에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지요.  


그대의 삶에서 막혀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혹 저처럼 삶에서 덜어내야 할 것은 없는지요?

그대는 어떤 변화를 원하나요?  



[알림]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 아홉번째 시간이 11월 18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인플로우에서 마련됩니다. 오병곤 연구원과 '내인생 첫책쓰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니 책쓰기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놓치지 마세요. 곧 공지하겠습니다.  

IP *.35.229.1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96 [수요편지] 가을 하늘, 그리고 삶의 의미 [1] 불씨 2022.11.15 965
3395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1. 줄글책 인문고전 입문서 제산 2018.12.30 966
3394 화요편지 - 인사담당자와 커피 한 잔 하실래요? [2] 종종 2022.08.02 966
3393 모임을 즐기는 78억가지 방법 [1] 어니언 2022.12.15 966
3392 [수요편지] 인생은 험난한 항해다 [1] 불씨 2023.04.25 966
3391 [금욜편지 35- 성격이 운명이다] 수희향 2018.05.04 967
3390 [월요편지 1] 설레이는 첫 번째 편지를 보내며 [3] 습관의 완성 2020.03.22 968
3389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맛있는 연말과 새해를 위한 치즈 file 알로하 2019.12.29 969
3388 회사적인 너무도 회사적인 장재용 2020.06.30 969
3387 시장물건도 자신의 이름을 걸어야 한다 이철민 2017.10.05 970
3386 [내 삶의 단어장] 멈춤, 언제까지 야반도주 [4] 에움길~ 2023.09.11 970
3385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한 여름에 즐기는 우리나라 와인 2 file 알로하 2019.08.18 971
3384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시인과 와인의 나라 3 file [1] 알로하 2020.01.19 971
3383 [수요편지] 일상과 여행, 가을을 보내며 [1] 불씨 2022.11.23 971
3382 [라이프충전소] 실패는 없었다 [3] 김글리 2022.11.25 971
3381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6편) 차칸양 2017.08.08 972
3380 가족처방전 –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file 제산 2018.09.02 972
3379 [라이프충전소] '그렇게 될때까지 하라'는 말에 숨겨진 비밀 [3] 김글리 2022.03.25 972
3378 사사무애법계 [1] 불씨 2022.07.20 972
3377 [수요편지] 인생은 B와 D사이의 C [1] 불씨 2023.04.18 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