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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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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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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3일 22시 09분 등록

 

이번 주 편지 역시 지난 편지와 연결하여 읽으셔야 하는 글입니다. 정의는 허구이며 따라서 정의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강연장에서 만난 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글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편지에서 나는 개인 차원의 정의를 말했습니다. 개인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을 때 그것에서 싹튼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편지는 사회적 정의는 어디에서 싹트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아보려 합니다.

 

집단과 사회의 측면에서 정의는 분노의 응집과 발휘속에 그 씨앗을 숨기고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그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과 그 행위에 대한 분노입니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의의 사례를 마주할 경우 대부분의 착하고 바른 소시민들의 생각은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나나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하면서 제대로 살면 되지, 나한테 직접 연관된 것도 아닌데 뭣 하러 나 밖의 일들에 노여움을 가져? 괜히 골치 아프고 잘못하면 욕이나 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 부정의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은 그래서 그런 소시민들이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각종 간계를 부립니다. 분노의 응집과 발휘의 징후가 포착되면 그들을 이간질하고, 그런 움직임을 이끄는 자들을 흠집내고, 떡고물을 던져주거나 겁박하고, 그 간계들은 수없이 넘쳐납니다. 겁먹어 스스로 멀어지거나 오도된 진실에 눈이 멀어 응집의 구심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떨어져나가거나 피로감을 느끼며 만사가 귀찮다고 은신하거나.

 

그래서 사회적 정의는 통절한 자각을 이룬 사람들이 많아져야 실현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자각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누군가에게 행해지는 부정의를 모르는 척 방치해 두면 언젠가 그 부정의가 내게도 똑같이 행해질 수 있음을 자각한 사람들입니다. 광우병 파동 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위 참가자들이 많았던 이유를 나는 그것에서 찾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길에 홀로 엎어진 아이를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엄마들은 그 아이의 모습이 내 아이의 모습일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자각하는 것이지요. 아주 오래전 내가 군인이던 시절 나의 노모는 집 앞을 지나가다 쉬어가는 특수부대 군인들에게 음료를 나누고 간식을 나눠주시며 군대에 있는 나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타자의 고통이 언젠가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이 응집되고 그것이 발휘될 때 사회적 정의라는 등불에는 불이 켜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부정의에 대한 분노가 응집되고 발휘되는 데서 사회적 정의는 싹을 틔우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분노가 응집되고 발휘된다고 해서 사회적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 이것에 대한 생각은 다음 주로 이어보겠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하시기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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