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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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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4일 17시 26분 등록

“비전이나 목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카페에서 커피잔을 들며 옛 직장 선배가 물었다. 얼마 전 이 질문을 주제로 50분짜리 특강을 했었다. 자신 있는 주제였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의견을 나누어야 할 여러 주제가 있었다.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존재했지만, 질문을 던지는 선배의 표정이 진지했다. 나는 장광설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정성을 다해 짧게 답변했다.

 

“비전과 목표의 장점은 분명하죠.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목표 지향적인 삶은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외부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헨리 민츠버그는 의도적 전략(Deliberate Strategy)과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이란 개념으로 ‘계획적인 삶’과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삶’의 균형을 강조했어요. 한 마디로, 비전과 목표를 세우되 외부 환경을 관찰하라 정도가 되겠네요.”

 

어디에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무엇이 균형인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이다. 치우치면 그르친다. 목표 수립은 삶을 돕지만 목표에만 치우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삶의 어느 한 시점에서 세운 목표가 인생 전체를 고려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조화란 서로 다른 것들의 어우러짐이다. 의도적 전략(비전, 목표 수립)과 창발적 전략(환경 관찰과 기회 포착) 모두를 구사한다면 멋진 삶을 이룰 것이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균형은 언제나 필요하다. 앞서 선배가 던진 질문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다. 친한 사이라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대화 주제는 분명했다. 효율적인 의견 나눔을 위해 유인물까지 준비한 만남이었다. 질문은 주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곧 가치를 주제로 한 모임을 이끌어야 했던 선배에겐 중요했다. 준비된 의제를 잠시 밀쳐 두고 창발적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외에 대화에는 고작 2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진솔하고 생산적인 대화는 관계가 빚어내는 선물이다. 미리 계획한 주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차단해서도 안 되고, 준비된 회의 안건이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즉흥적 대화로만 빠져서도 곤란하다. 두 가지 전략을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삶을 돕는 도구도 마찬가지다. 성실한 독서는 삶을 돕지만 능동적인 행동도 삶을 빛낸다. 사유 없는 행동은 위험하고, 행동 없는 사유는 허망하다. 생각과 행동 중 무엇을 앞세워야 할까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이 앞서나가든 다른 하나를 얼른 뒤따르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탁월함의 관건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자는 이론가를, 조르바는 행동가를 대표한다. 어느 날 조르바가 말했다. “두목, 내 생각을 말씀드리겠는데, 부디 화는 내지 마시오. 당신 책을 한 무더기 쌓아 놓고 불이나 확 싸질러 버리쇼. 그러고 나면 누가 압니까. 당신이 바보를 면할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니까…… 우리가 당신을 제대로 만들어 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나는 속으로 나 자신에게 소리쳤다. ‘조르바 말이 옳아! 옳고말고.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어.’ (p.139)

 

두목은 이미 지금까지의 삶의 양식을 바꾸기로 결심한 터였다. 더 이상 책벌레이고 싶지 않았다. 행동하는 삶을 열망했다. 책을 쉽사리 버리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양식을 권하는 조르바의 조언이 중요함을 인식했다.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새로운 양식으로 더욱 균형 있는 인생 식단을 구성하겠다는 고귀한 의식이다. 계획적인 준비나 그때그때의 상황 판단이나 모두 우리 삶을 돕는다. 균형이 서로를 보완한다. 균형 감각, 다시 말해 모순적 가치의 추구야말로 지혜다.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라.” - 조셉 캠벨

“모든 사람이 너희를 칭찬하면 화가 있도다.” - 누가복음 6:26

“영적인 것을 사랑하면 세속적인 것을 얕보지 않으리라.” - 조셉 캠벨

“우리는 동시에 좌측과 우측으로 움직일 것이다.” - 제리 브라운

 

비전과 목표만이 아니라, 모든 미덕이 중요하다. 모든 미덕으로의 개별적인 몰입! 그것이 균형이다. 비전과 목표 수립은 중요하다. 균형이라는 지혜의 반쪽을 차지하니까! 균형은 획득하기 어려운 가치지만,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빛낸다. 균형의 획득은 두 다리를 얻는 것과 같다. 한 발로는 껑충껑충 뛰어야 하지만, 두 발로는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달려갈 수 있다.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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