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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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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3일 13시 27분 등록

달구가 없는 첫 아침이다. 집안 어디엔가 소품처럼 늘 있던 놈이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스웨터나 아끼는 방석에 달구가 앉지 못하게 늘 치워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녀석이 파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침구를 철통방어하는지라 가끔 낮에 5분 10분 누워 허리를 펴고 싶을 때도 이불 들추기 귀찮아서 말아버리곤 했는데, 이젠 수시로 벌러덩 누울 수 있다. 심지어 침구를 활짝 펼쳐둔 채로 초겨울의 햇살이 맘껏 비치게 할 수도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을 누리면 된다. 
 
많이 놀았거나 좀 처지는 기분이 들 때 사진이 많은 책을 본다. 미술이나 사진책, 요리책이 거기 들어가는데(심지어 전원주택 책도 좋아한다) 커다란 부담 없이 다시 읽는 습관으로 진입하게 해 준다. 오늘은 전에 빌려다 놓은 요리책을 집어든다. <파란달의 작은 홈카페> 강추. 어떤 요리책들은 따라 하기가 힘들어서 그림의 떡이기 쉬운데 요건 내 빤한 레시피에 지칠 때 딱 한 걸음 변화를 갖기에 맞춤하다.


메모를 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열심히 본다. 그래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게 그림 많은 책의 장점이다. 미역국과 떡국의 합체가 신선하여, 조랭이떡미역국 같은 것은 당장이라도 해 보고 싶다. 조랭이떡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 다음에 애들이 파트너를 데리고 오면 대접할 만한 상차림도 구상해 본다. 당장 날이라도 받은 것처럼 열심히 구색을 맞춰 본다. 찹스테이크에 샐러드, 연근조림에 청국장 당첨! 그 정도면 준비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부담이 없으리라.


얼마든지 딴짓을 해도 된다는 게 이런 독서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짬짬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메모한다. 공연히 기운이 빠질 때면 이 방법이 특효다. 그게 될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질문은 잠깐 미뤄놓고 순수하게 백프로 좋아하는 상태를 꿈꿔본다.


구본형선생님의 라이프스타일
타샤 튜더의 정원
태국 짐 톰슨의 집
내가 쓸모 있다는 느낌- 공헌력
사람들과 직통할 수 있는 나의 플랫폼
갓 구운 빵
세미나실이 딸린 전망 좋은 집
감나무, 살구나무, 매화나무가 있는 뜰
캠핑카로 여행하기.....


그림책을 좋아하는 덕분인지 뭘 하나 상상하면 즉각 머릿속에서 드라마가 펼쳐진다. 예를 들어 내 카페,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 나는 내 일에 만족한다. 네이버 카페에는 전혀 임대료가 필요 없지, 10기에 이르도록 강좌에 모이는 멤버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고유하지, 내 경험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지... 갈수록 지도력이 단련되고 있으므로 성과를 내는 일에 가속이 붙으면 조촐하지만 퀄리티있는 카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날수록 우리 카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그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경우 튜터인 내가 저자지망생들에게 워너비가 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나는 좀 더 치열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 모습은 일찌기 구본형선생님께서 보여 주신 바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1인기업의 정석으로서, 북한산이 내다 보이는 집에 책 쓰는 연구원을 초대하여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주신 선생님. 부딪치는 와인 한 잔이 지상 최고의 행복이 되는 것을 선생님께서는 알려 주셨다.


chulpan.jpg



내가 갖고 싶어하는 나무는 모두 유실수다. 감과 살구, 매실은 저장이 가능하여 한시적인 노동으로 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감말랭이와 살구잼, 매실청과 매실장아찌를 만들어 두고두고 먹고, 선물도 한다. 전에 일인분에 7만원이 넘는 철판요리전문점에 간 적이 있는데 각종 야채에서 푸아그라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재료가 우선이지 고난도의 조리 스킬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때, 유실수가 있는 작은 뜰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철판요리를 해 먹는 것이 선명한 미래풍광으로 자리 잡았다.


요컨대 책을 써야 한다.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꾸준한 저작 자체가 홍보가 된다. 나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출간하는 것이 기본인데 너무 게을렀다. 도대체 시간이 너무 빠르다. 잠시 멍 때리거나 산책을 하거나 영화라도 한 편 보는 사이에 하루가 휙휙 날아간다. 오전 중에 하루의 과제를 해 놓고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하루 2장 쓰기, 일주일에 10장, 두 달이면 책 한 권의 초고가 나온다.


맹렬하게 꿈꾸다 보면, 이렇게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나온다.
    

까치밥이 매달린 감나무 아래 철판요리를 나누기 위해 나는 오늘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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