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 명석
  • 조회 수 136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6년 11월 23일 13시 27분 등록

달구가 없는 첫 아침이다. 집안 어디엔가 소품처럼 늘 있던 놈이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스웨터나 아끼는 방석에 달구가 앉지 못하게 늘 치워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녀석이 파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침구를 철통방어하는지라 가끔 낮에 5분 10분 누워 허리를 펴고 싶을 때도 이불 들추기 귀찮아서 말아버리곤 했는데, 이젠 수시로 벌러덩 누울 수 있다. 심지어 침구를 활짝 펼쳐둔 채로 초겨울의 햇살이 맘껏 비치게 할 수도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을 누리면 된다. 
 
많이 놀았거나 좀 처지는 기분이 들 때 사진이 많은 책을 본다. 미술이나 사진책, 요리책이 거기 들어가는데(심지어 전원주택 책도 좋아한다) 커다란 부담 없이 다시 읽는 습관으로 진입하게 해 준다. 오늘은 전에 빌려다 놓은 요리책을 집어든다. <파란달의 작은 홈카페> 강추. 어떤 요리책들은 따라 하기가 힘들어서 그림의 떡이기 쉬운데 요건 내 빤한 레시피에 지칠 때 딱 한 걸음 변화를 갖기에 맞춤하다.


메모를 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열심히 본다. 그래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게 그림 많은 책의 장점이다. 미역국과 떡국의 합체가 신선하여, 조랭이떡미역국 같은 것은 당장이라도 해 보고 싶다. 조랭이떡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 다음에 애들이 파트너를 데리고 오면 대접할 만한 상차림도 구상해 본다. 당장 날이라도 받은 것처럼 열심히 구색을 맞춰 본다. 찹스테이크에 샐러드, 연근조림에 청국장 당첨! 그 정도면 준비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부담이 없으리라.


얼마든지 딴짓을 해도 된다는 게 이런 독서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짬짬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메모한다. 공연히 기운이 빠질 때면 이 방법이 특효다. 그게 될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질문은 잠깐 미뤄놓고 순수하게 백프로 좋아하는 상태를 꿈꿔본다.


구본형선생님의 라이프스타일
타샤 튜더의 정원
태국 짐 톰슨의 집
내가 쓸모 있다는 느낌- 공헌력
사람들과 직통할 수 있는 나의 플랫폼
갓 구운 빵
세미나실이 딸린 전망 좋은 집
감나무, 살구나무, 매화나무가 있는 뜰
캠핑카로 여행하기.....


그림책을 좋아하는 덕분인지 뭘 하나 상상하면 즉각 머릿속에서 드라마가 펼쳐진다. 예를 들어 내 카페,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 나는 내 일에 만족한다. 네이버 카페에는 전혀 임대료가 필요 없지, 10기에 이르도록 강좌에 모이는 멤버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고유하지, 내 경험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지... 갈수록 지도력이 단련되고 있으므로 성과를 내는 일에 가속이 붙으면 조촐하지만 퀄리티있는 카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날수록 우리 카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그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경우 튜터인 내가 저자지망생들에게 워너비가 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나는 좀 더 치열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 모습은 일찌기 구본형선생님께서 보여 주신 바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1인기업의 정석으로서, 북한산이 내다 보이는 집에 책 쓰는 연구원을 초대하여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주신 선생님. 부딪치는 와인 한 잔이 지상 최고의 행복이 되는 것을 선생님께서는 알려 주셨다.


chulpan.jpg



내가 갖고 싶어하는 나무는 모두 유실수다. 감과 살구, 매실은 저장이 가능하여 한시적인 노동으로 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감말랭이와 살구잼, 매실청과 매실장아찌를 만들어 두고두고 먹고, 선물도 한다. 전에 일인분에 7만원이 넘는 철판요리전문점에 간 적이 있는데 각종 야채에서 푸아그라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재료가 우선이지 고난도의 조리 스킬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때, 유실수가 있는 작은 뜰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철판요리를 해 먹는 것이 선명한 미래풍광으로 자리 잡았다.


요컨대 책을 써야 한다.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꾸준한 저작 자체가 홍보가 된다. 나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출간하는 것이 기본인데 너무 게을렀다. 도대체 시간이 너무 빠르다. 잠시 멍 때리거나 산책을 하거나 영화라도 한 편 보는 사이에 하루가 휙휙 날아간다. 오전 중에 하루의 과제를 해 놓고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하루 2장 쓰기, 일주일에 10장, 두 달이면 책 한 권의 초고가 나온다.


맹렬하게 꿈꾸다 보면, 이렇게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나온다.
    

까치밥이 매달린 감나무 아래 철판요리를 나누기 위해 나는 오늘 시작한다.


IP *.153.200.10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96 [월요편지 74] 놀라운 예외, 카우아이 섬의 비밀 [1] 습관의 완성 2021.09.05 1388
2695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김용규 2016.01.21 1389
2694 관광객 말고 여행자로 살기 김용규 2015.11.19 1390
2693 마흔아홉, 생긴 대로 살기 5 [1] 書元 2016.03.03 1390
2692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축제로 즐기는 와인 file 알로하 2019.09.30 1390
2691 [용기충전소] 잡초에게 배우는 생의 전략 김글리 2021.08.27 1391
2690 나의 시간을 가치있게 쓰기 위한 고민 [1] 어니언 2021.11.25 1391
2689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40대의 재롱잔치 file [2] 알로하 2020.12.06 1395
2688 26개의 행복, 13개의 아픔 [2] 차칸양(양재우) 2016.04.19 1396
2687 3분 36초의 시간 있으세요 연지원 2016.02.29 1397
2686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험난한 글쓰기의 여정이 시작되다 [2] 알로하 2021.06.20 1397
2685 아버지 前 上書(전 상서) [6] 차칸양(양재우) 2016.12.06 1399
2684 영화<마션>, 우리 모두 화성인이다 한 명석 2015.11.04 1400
2683 '저축의 패러독스', O or X? file 차칸양(양재우) 2016.05.31 1400
2682 우리가 '흙수저'라고? - 두번째 이야기 [4] 제산 2017.02.26 1401
2681 나아지기 [2] 어니언 2021.09.23 1401
2680 인공지능의 시대, 경제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차칸양(양재우) 2016.11.01 1403
2679 황령에서 금련까지 [1] 장재용 2021.07.27 1403
2678 [월요편지 76] 감히, 당신의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1] 습관의 완성 2021.09.26 1403
2677 쉰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네번째 토크쇼 재키제동 2016.05.27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