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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6일 17시 36분 등록

"서울서 오시나 봐요.“

새벽 출발 목도리 행색에 택시 기사님이 한마디 거듭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다니지 않거든요.”

부산. 역사앞 넓게 내려다보이는 광장과 주변을 에둘러 싼 높은 산들이 지역의 위용을 은연중 내보입니다.


업무로 방문하였지만 괜한 마음이 설렙니다. 이곳은 마늘님과의 추억이 조각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연애시절 누구나 그러했을 겁니다. 함께 나누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해 어느 날. 기차를 타고 첫 여행지로 해운대를 왔습니다. 청춘의 애절함을 모아 손잡고 거닐고 낭만을 노래하며 그 시간을 즐겼었습니다.


그런 기억 속에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하얀 백사장이 설렙니다. 가을 늦자락 임에도 내려쬐는 햇살이 얼굴을 괜스레 붉히게 합니다. 밀물이 밀려오는 와중 한가로이 노니는 갈매기무리들. 고층 빌딩과 화려한 상점들이 입점하는 등 주변은 바뀌었지만 그때 그 시절 두 사람이 걷고 있습니다.

‘나 잡아봐라.’

그랬었지요. 앞으로 먹고살 길을 걱정하는 가난한 남자와 붉은 미래를 꿈꾸는 한 여인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이 날립니다. 가슴을 내밉니다. 한가로운 여러 연인들. 그들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처럼 익어가겠지요. 그들도 어느 세월이 지나면 다시 찾아와 추억을 곱씹겠지요.

낭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푸릅니다. 백사장을 뛰어다니고 TV 드라마가 그랬듯 어느새 한 여인이 넘어지면 만면에 미소 띤 음흉한 남정네가 자연스레 덮치는 장면은 똑같습니다.

파도 저 너머까지 둘만의 이름 세 글자를 남기기 위해 종종걸음을 하고, 그러다 신발을 젖고 그 광경에 서로들 깔깔대며 웃음에 취하기도 합니다.


늘어선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서다 돌아서 나옵니다. 이 시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녀가 생각나서입니다. 현실의 세법을 헤아려 대신 마늘님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구입합니다. 어묵세트. 그녀가 미소 띨 흐뭇함에 미리 마음 설렙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준비할 얼큰한 어묵 탕 레시피. 오늘 저녁은 사랑 한가득 소나기 내리겠지요.


느지막이 도착 집에 들어서 신발을 벗노라니 아쉬움에 동행한 모래알갱이들이 부스럭거립니다. 털어내고 왔지만 해운대 그 공간과 느낌을 못내 그리워 여기까지 함께했나봅니다. 현관 바닥에 떨어지는 기억의 가뭇 풍경들. 가만히 서서 지켜봅니다. 왠지 쓸어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함께할 그녀의 잔상이 흩어질까 해서입니다.


추억을 구두 속 모래알처럼 가슴에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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