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연구원의

변화경영연구소의

  • 효우
  • 조회 수 207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6년 12월 7일 10시 49분 등록




   오늘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졸시를 나눕니다.





  어느  일용근로자의 달력

                                            정예서


모자를 벗어들고 슬그머니 안방으로 들어간 사내
곤하게 잠든 아내의 손에 들려진 탁상용 달력

일자마다 표시된 특수문자
일당 십 만원 표시. 별표 열 개
일당 육 만원 표시. 세모 열한 개
공친 날 표시. 0 이 아홉 개
별표 밑에 따로 그려진 쌍별은 그들 부부 사랑 나눈 날

계산하고 계산해도 모자랐을 한 달 벌이
서툰 합산하다 잠들었을 아내의 머리 쓸어 올려 주고
달력을 넘겨 옹색한 화장대 위에 놓으며 내심 다짐한다

새 달엔 별 스무 개 꼭 그려 넣게 해 주어야지

 

밖으로 나온 사내.
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비오는 일요일 시간을 시퍼런 배추 잎으로 바꿔 아내에게 줄 수 있으니
이만한 직업이면 그만하지 않은가
공기 단축을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장 감독 목소리 듣는 것쯤 대수인가
사그러드는 담배 연기 바라보며 자위하는 사내의 저녁이 기울어 간다


♣ 시작 노트
이 졸시는 몇 해전에 비오는 일요일 오후, 잠시 정차한 차안에서 스케치 하게 되었습니다.

제 눈이 멎은 차창 밖 풍경은 헬멧을 쓰고, 외벽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외출을 하거나 옷을 단정히 입고 교회에 가는 사람들과 달리 일요일에 한데 일을 하는 사람들.

이 시는 그들의 어깨에 걸린 시름에서 시작 되었고 생각날 때마다 고쳐쓰던 이시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정성이 듬뿍 담긴 새 달력을 받으며 문득 이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것도 정성노동과 다르지 않은 제 달력처럼 노동의 신성함을 365일 이어오신 분들과 시를 나눕니다. 

달력이 한 장 남은 이 시점,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노동할 수 있는 고마운 일상을 다시 생생함으로 깨워보려합니다.

 






함께성장연구원 / 교육프로그램 안내

 자신을  관찰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글쓰기. 함께 쓰는 글터, 치유와 코칭의 백일 쓰기.
28기 지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1기를 모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8년이 도래하며 28기가 되었습니다.
이프로그램을 통해 동기들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7. 지원작성시 유의 사항
http://cafe.naver.com/east47/42356
자세한 사항은 위의 사이트를 링크하시어 공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이트에 공지에 첨부된 파일을 다운 받아  지원서를  uebermensch35@daum.net 로 보내 주십시오.




IP *.211.89.243

프로필 이미지
2017.03.25 22:36:13 *.148.27.35
'졸시'라니요.
달력에 별 30개 그려넣습니다.
시, 좋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6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1) 최코치 2012.04.05 3163
595 말바위로 가는 숲길에서 승완 2012.04.09 3787
594 내 일상은 왜 이렇게 칙칙해? - 좋아하는 색깔 바지 입기... 경빈 2012.04.10 3971
593 영혼이 있는 공무원 - 최영훈 옹박 2012.04.11 3941
592 은남 언니에게 승완 2012.04.16 3478
591 일상에 스민 문학- 이동 축제일 (정재엽) file [14] 경빈 2012.04.17 5783
590 자신의 미래를 보는 사람 - 한정화 [1] 옹박 2012.04.18 6142
589 쌍코피 르네상스 (by 좌경숙) 희산 2012.04.20 3584
588 그는 과연 변할 것인가 (by 선형) 은주 2012.04.20 7502
587 그 여자는 왜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by 오병곤) 승완 2012.04.23 3522
586 몰입 : 창조적 인재의 핵심키워드 (도명수) 경빈 2012.04.24 4336
585 내 삶의 거울 - 송창용 옹박 2012.04.26 3383
584 Oh! my GOD, Oh! my DOG (by 춘향이) [8] [1] 은주 2012.04.27 3985
583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 - 김민선 옹박 2012.05.02 3553
582 먼 길 (by 이선이) 승완 2012.05.07 3733
581 고양이에게 먼저 고백하다 - 이은남 옹박 2012.05.09 3374
580 4차원 성철이 (by 김연주) 은주 2012.05.12 3363
579 [오리날다] 뒤뚱거려도 눈부시다 (by 김미영) [1] [3] 승완 2012.05.14 3469
578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읽고 (한명석) 경빈 2012.05.15 7045
577 나의 아멘호테프 - 최정희 옹박 2012.05.16 3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