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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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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6일 01시 34분 등록

 

다시 말하건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유일한 생명이 사람입니다. 사람만이 홀로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생명입니다.

 

3년 내 삶에 느닷없이 찾아온 뜻하지 않은 고통을 외롭고 서럽게 겪으며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은 왜 인간 삶의 국면에 눈부신 찬란함만을 주시지 않고 서러운 고통의 시간을 주신 것일까? 아픈 가슴을 여러 차례 쥐어뜯으며 감히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고통, 그것이야말로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구나. 고통을 온전히 겪어본 자만이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차마 헤아리고 마주할 수 없는 삶의 새로운 경지를 알아챌 수 있는 것이구나. 고통을 제대로 관통하여 뚫고 나간 사람만이 마침내 더욱 찬란한 삶의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구나.’

 

고통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성을 갖습니다. 그러니 아직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틀림없이 고통의 국면이 찾아올 것입니다. 고통의 국면이 누군가의 삶으로 찾아들 때 그것을 대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외면(外面)하는 것입니다. 마주치기를 꺼려 회피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모면(謀免)하는 것입니다. 고통의 국면이 요구하는 의당한 책임을 온갖 거짓과 꾀를 써서 벗어나 보려는 방법입니다. 이 두 가지의 방법은 고통을 스승으로 모시는 방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잠시 고통을 회피할 수는 있겠으나 더 큰 고통의 국면을 초래하게 됩니다.

 

마지막 방법이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고통을 대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나는 주장합니다. 그것은 고통의 국면과 온전히 직면(直面)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가오는 고통과 직접 마주하는 것입니다. 모른 척 하지도, 회피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송곳처럼 나를 찔러오는 고통이 있다면 기꺼이 그 날카로운 송곳에 내 심장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고통을 직면한다는 것은 그 고통의 국면과 기꺼이 뒹굴고 씨름하고 아파하고 무릎 꿇는 것입니다.

 

직면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침내 고통을 초래한 내 거짓된 삶의 흔적을 모두 떨궈낼 수 있습니다. 고통과 직면하는 것을 통해서만이 나 아닌 내가 욕망했던 것들을 모두 풍화시키고 침식시키고 찢겨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산산이 부숴 진 뒤에야 진짜인 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육신과 입성은 더없이 남루해질 테지만, 그때서야 비로소 진짜인 나만이 마주할 수 있는 깊고 높은 차원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체험이 들려주는 틀림없는 말입니다.

 

지금 나라가 더없이 어지럽습니다. 이토록 이 나라를 어지럽힌 사람들이 줄줄이 시민들의 준엄한 눈앞에 서고 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청문회가 계속되고 특검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유일한 생명, 사람의 길을 버렸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끝내 외면하거나 모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끝내 외면하거나 모면하려 애쓰고 있는 당신들에게 권합니다. 사람이 되십시오! 고통과 직면하십시오. 외면과 모면의 꼼수를 버리고 고백하십시오! 부끄러움에 몸서리치십시오! 그러면 비록 한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과 남루한 나날을 만나겠지만, 틀림없이 그 고통이 새로운 삶을 열어줄 것입니다. 고통이 더 없이 위대한 스승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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