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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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끌던 파렴치한 인간들을 향한 노여움이 가라앉지 않아서 일까요? 자꾸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이럴 때는 아예 뉴스를 안보고 살면 좋으련만 세상 소식을 끊고 살 수가 없으니 자꾸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저 추잡한 일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냉담하고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벌인 일들이 결국 나와 내 가족들에게도 연결되는 것임을 나는 너무도 잘 알기에 눈감고 귀 닫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 수가 없습니다.
이즈음의 겨울이면 나는 적막을 즐겨 왔습니다. 일도 거의 다 떨어지고 인적도 가뭄의 콩처럼 드물어져 오시라 초대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시는 그 적막의 날들이 요즘 참 그립습니다. 요새 이런 날들을 겪다 보니 홀로 있다고 해서 늘 적막의 기쁨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었음을 새삼 알게 됩니다. 어딘가 누군가에게로 마음을 빼앗기면 홀로 있어도 마음은 장터처럼 소란한 날들이 더 많아집니다. 나도 결국 자꾸 마음이 소란하여 홀로라도 술잔을 기울이는 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는 요즈음 달 밝은 밤 숲의 고요를 닮은 적막이 진정 그립습니다.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음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후략)
박두진 선생의 시, ‘도봉’에 묘사되었듯 내 일상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달 밝은 이 즈음의 밤 숲, ‘푸오호- 푸오호-’ 이따금 쓸쓸히 노래하는 부엉이, 그 놈의 소리를 맥없이 따라하며 서늘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는 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 고라니 함성에 장단을 놓으려 ‘오우우오- 오우우오-’ 아주 길게 여러번, 잊혀진 늑대의 연가를 흉내 내는 밤을 일상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값진 적막 속에서 빛나는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적막이 저절로 빚어내는 한없는 쓸쓸함에 흠뻑 젖어 비로소 삶의 비탄을 모두 씻어 내릴 수 있는 아주 값진 겨울의 밤들을 힘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술잔이나 기울인다고 이 무너지고 거꾸로 선 질서가 제 자리를 찾을 리 없기에, 나는 그래서 요즘 조금 더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중입니다. 신문사에 격주로 기고하는 글에 조금 더 직설을 담고, 초대받는 강연의 자리에서 우리 삶이 왜 이렇게 되었고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홀로라도 촛불을 켜고 하루를 닫는 밤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이 무참한 날들 속에서 그대의 소중한 적막은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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