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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4일 00시 56분 등록

새날. 두툼한 옷과 함께 새 구두를 마련했습니다.


메인 얽매임이 싫어 넥타이를 풀었었죠. 외진 시골. 나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며 글을 쓰고 명상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바램이었습니다. 월급을 받는 을의 처지에서 우선 해야 할 과제와 업무가 엄연히 존재하였습니다. 급여를 주는 만큼 갑은 부림을 하고, 바라는 만큼 실적과 그렇지 않으면 매서운 눈초리와 암묵적 무거운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원하던 외부 환경이었으나 나는 이를 누릴 수 없었습니다.


결혼이란 명제. 같은 맥락입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가 다르게 살아온 배경과 역사, 문화들. 그렇기에 부부의 삶과 함께 대사,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갈등, 이해관계, 서열 등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고 이별을 고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산다는 것. 아직은 사치이고 요원한 미래였습니다. 하지만 멀리 혹은 바라봄이 아닌, 현재 환경에서 여유와 자유로움을 느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상과 현실. 동전의 앞과 뒷면. 그것은 별개가 아닌 한 몸입니다. 이상을 좇기 위해 내딛은 걸음을 다시 거두어 들여 다른 발을 내딛습니다.


소풍날 마음 설렌 아이처럼 이른 새벽 눈이 뜨입니다. 줄무늬 와이셔츠 파란색 넥타이. 얼마 만에 매어보는 건가요. 잊은 줄 알았던 손놀림은 몸에 밴 과거의 기억을 자연스레 재생해 냅니다. 거울 속 비친 당신. 그곳엔 다시 시작하는 나 자신이 있습니다. 씨익 웃음을 지어봅니다. 지켜보던 마늘님은 정장이 어울린다고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그런가요. 그동안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고생이 적잖았겠죠. 역시 그녀는 나보다 고수입니다.


출장길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고요의 시간. 간혹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대개 혼자만의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습니다. 창밖 지나가는 풍경과 친구가 됩니다. 일부러 이방인의 공간을 찾지 않아도, 혼자만의 내적 침묵을 누릴 수 있는 귀중한 여백의 장소에 한껏 취해봅니다.


축원을 빕니다.

만나는 이들에게 평화를

아름다운 미소로 강의를

육체적 힘듦의 업무에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적 소리 울리며 기차는 달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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