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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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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8일 16시 5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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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시가지



보름 동안 베트남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베트남은 우리보다 2시간이 늦어 물리적인 시차가 없지만 심리적인 시차는 크네요. 여행을 다니면 구체적인 일상이 사라지고 오직 “지금 무얼 해야 즐거울까?” 하는 생각밖에 없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을 가면 유체이탈을 해서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듭니다. 어딜 가나 우리와 다른 듯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어디엔들 못 살까 싶으면서 우리 사회(속의 나)가 지극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거지요.


베트남에서는 커피가 900원, 쌀국수 2000원... 하는 식으로 체감 물가가 우리네의 4분의 1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생일을 맞은 식구가 있어 장을 보는데, 더덕 한 봉지 10000원, 도라지 한 봉지 5000원... 의 물가가 너무 세서 깜짝 놀랐습니다.  비수기라 그런지 베트남에서는 10불짜리 숙소도 깔끔했거든요. (40불이면 훌륭했고, 70불이면 화려했구요.)  물가가 싸다는 것은 밥벌이를 위해 족쇄 물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자유의 지분이 커진다는 뜻이니,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됩니다.


여행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기도 해서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면 묘한 감정에 휘말리곤 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간도 결국은 끝난다는 것, 세상을 하직하는 그 순간에도 지금처럼 지난 일이 일장춘몽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는 몽롱해진 상태로  곧 떠나야 할 풍경 속에 앉아 있습니다.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가 있기에 그리움과 아쉬움, 회한마저 밋밋한 채 안개 속으로 떠나 갈 그 시점이 느껴져 가슴이 뻐근해 옵니다. 마지막 순간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은 담대해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자잘한 근심과 타성이 되어버린 게으름을 뚫고 본질적인 욕구가 뛰어오르게 해 주거든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싶다!


여행은 글쓰기와 더불어 제 인생의 복락이지요. 그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느 책 제목처럼  행복에 걸려 비틀거릴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 터키나 몰타처럼 살짝 이국적인 곳을 선호해왔지만, 터키가 테러위험이 높고 몰타가 너무 먼 것을 따지면 베트남도 은퇴자의 장기체류지로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에서 4시간 거리, 우리 물가의 4분의 1선... 이라는 시간적 경제적 우위는 대단한 매력이니까요. 끝으로 들른 “다낭”에는 “이가네 쭈꾸미”하는 식의 한국어간판이 즐비한 것은 물론 “강남부동산”까지 있었으니 벌써 베트남에 터전을 마련한 분들도 많은가 봅니다.


새해에는 머릿속으로만 궁리해 오던 일을 실천에 옮기고 싶습니다. 그 중 첫째는 외국에서 두세 달 머물며 글을 쓰는 일입니다. 저 같은 프리랜서의 이점은 운신이 자유롭다는 것이니 고정생활비를 절감까지 할 수 있다면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독서회를 하나 꾸리려고 합니다. 제가 이끄는 글쓰기카페에 책쓰기과정만 해도 100명이나 되는 분이 거쳐 갔는데, 후속모임 하나 남기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하나같이 순수하고 고유한 분들이었는데, 등잔 밑을 살펴보지 않고 지기(知己)를 꿈꿔 온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구요. 물론 글쓰기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체력부터 길러야 할 것입니다. 욕심이 없다보니 승부근성도 부족하여 성장에 대한 계획과 추진이 태부족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을 통해 유체이탈하여 나를 바라보고, 생의 종점을 땡겨볼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여행은 내게 각성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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