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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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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6일 00시 37분 등록

 

나는 요즘 자주 내가 좋아하는 책 중용,中庸의 첫 구절을 끌어와 강연을 합니다.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제 고유의 성()을 내리는 바, 저마다 자신의 을 따라서 살면 그것이 곧 도(), 그 도를 닦는 작업이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이라는 구절입니다. 거짓된 삶을 거부하고 참된 삶, 주인으로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인문주의자에게 이것은 언제 떠올려 보아도 보석 같은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깨달은 바로 위 구절에 있어 ()’은 이런 것입니다. 나무에게는 나무의 성, 물에게는 물의 성, 바람에게는 바람의 성,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고유한 성이 부여되었으니 물이 물의 성을 따르고, 나무가 나무의 성을 따르며 바람은 바람의 성을 따라 제 길을 운행하듯, 인간도 인간의 성을 따라서 살면 그것이 곧 인간의 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더 자세히 논해보면 버드나무에게는 버드나무의 성이 있고 갈매나무에게는 갈매나무의 성이 있으며 주목에게는 주목의 성이 주어져 있으니 버드나무가 버드나무의 성을 따라 살고 갈매나무는 갈매나무의 성을, 주목은 주목의 성을 따라서 살면 그것이 곧 도라는 것이지요. 냉이는 열린 벌판에 태어나 살아가는 성으로 존재하고 산삼은 깊고 그윽한 숲에 태어나 제 크기와 빛깔과 향기로 살아가는 성을 가졌으니 냉이는 냉이로, 산삼은 산삼으로 제 삶을 살아가면 그것이 곧 도라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입니다. 확장하면 그런 개개의 성을 지닌 존재들이 저의 성을 추구하며 사는 공동체가 바로 도를 이룬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곧 민주사회의 전형일 테고요.

 

최근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고백하고 또한 물었습니다. “당신의 짧은 강의를 듣고 또한 당신의 책을 읽고 또 대화하며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당신이 권한 과거 여행을 길고 진지하게 해본 뒤, 나는 지금 내 모습이 진짜 내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본래의 나, 다시 말해 당신이 말해준 그 본래의 성()이 아니라 왜곡된 성이란 것을 알아채게 되었어요. 지금 내 모습은 오랜 시간 내 삶의 모퉁이마다에서 만난 어떤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뒤집어쓴 분가루이거나 갑옷의 결과로서의 나인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과거여행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이것을 알아챘다는 것이 나는 참 좋습니다. 미약하긴 하지만 이 각성(覺性)을 통해 나 아닌 내가 내 일상을 지배하는 것을 어느 부분에서 조금씩 알아채고 멈춰 설 수 있고 또 방향을 바로잡는 경험을 해보니 진짜로 좋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더는 가짜에 의존해서, 분가루를 뒤집어쓰거나 갑옷의 두께에 의탁해서 살아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자꾸 습관처럼 분가루를 뒤집어쓰려 하고 얼른 갑옷을 입으려 하는 나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신경질이 날 정도로 내가 한심합니다. 어쩌면 이것을 극복하고 진짜의 나로 살 수 있습니까?”

 

나는 그의 귀한 질문에 이런 은유를 써서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본래 바늘이었는데 어찌하다보니 못이 돼버린 존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늘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을까봐 녹을 뒤집어쓰고 다시 도금용 원료를 덧칠해가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새 못처럼 뚱뚱한 몸이 돼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못이 된 바늘! 바늘은 어디에 있을까요? 달리말해 따르기만 하면 도가 된다고 하는 그 본래의 성! 그 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그 잃어버린 바늘과 본래의 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못을 바늘로 되돌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계속 갈고 닦는 것이지요. 숫돌에 몇 번 문지른다고 못이 막 바로 바늘로 되돌아가겠습니까?”

 

새해 첫 편지입니다. 올 한 해 잃어버린 바늘을 찾아, 도에 가까워지는 한 해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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