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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7일 00시 31분 등록

12월 31일. 어머님 기일. 가족이 모여 성당 미사를 드리고 와인 한잔과 덕담으로 또 다른 해를 맞았습니다. 한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을 뜻 깊게 맞게 해주심에 뒤늦게 감사함이 전해옵니다. 자식들이 좋은날 함께할 수 있도록 마련한 배려가 아닐까합니다.


몇 분만 있으면 새로운 년도. 똑같은 날임에도 의미성이 부여될 때 대상은 특별함으로 남습니다.

나이와 상징하는 띠가 달라집니다. 올해는 닭띠. 도시에서 자란 터라 실제 보지 못하다가 시골에서 처음 마주한 어느 날. 빨간 벼슬, 뾰족한 주둥이와 눈매, 날카로운 발톱. 무서워서 뒷걸음질 칩니다. 잡아 보라고해서 용기를 내어 쫓아가니 얼마나 빠른지 번번이 허탕. 거기에다 푸드덕거리며 꼬꼬댁 난리를 치는 통에 밤새 선잠을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닭은 세상에 새로운 하루를 선물하는 대상입니다. 어두운 밤의 역사를 보내고 새날의 알림 신호를 하는 첫 메신저의 역할을 합니다. 이 임무의 담당자는 수탉. 하지만 그의 수행업무는 이로 끝이 나고 대개의 부분 암탉의 존재가 드리웁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을 열기위해 부산합니다. 어머니. 전날 얼마 주무시지 않았음에도 몸이 피곤함에도 어김없이 눈을 뜨십니다. 겨울. 문풍지사이로 쉼 없이 몰려드는 칼바람에 감기 들라 이불을 덮어주고 자식들 가슴을 가만히 토닥입니다.

첫 번째 일터인 주방. 얼음처럼 차가운 물. 새빨개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쌀을 씻어 얹히며 하루 전투의 전주곡을 알립니다. 찌개며 여러 음식 장만에 바쁘게 손이 놀려집니다. 보글보글 똑딱 똑딱. 냄비에 하얗게 김이 서려 오르고 도마 칼질 소리에 덩달아 눈이 떠집니다. 비몽사몽 보이는 뒷모습. 펑퍼짐한 등입니다. 그때는 음식하고 집안 챙기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었습니다. 원래 당신은 잠이 없나보다 라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못 다한 잠을 청하는 찰나,

“밥 다되었다. 일어나.“

귀를 틀어막습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자 당신은 재촉합니다. 닭의 울음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그제야 기지개를 켠 아이는 차려놓은 밥상에 초대를 받습니다.


이른 출근길 전철. 많은 사람들 중 화려하게 단장한 여인네들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향합니다.

‘알록달록 분장을 위해 대체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 걸까?’

그녀들의 부지런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여보, 당신은 외출하려고 하면 어찌 그리 꾸물대.”

누나의 매형에 대한 잔소리입니다. 뜨끔했습니다. 며칠 전 아내로부터 들었던 멘트랑 똑같았거든요.

여인들은 일어날 상황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춥니다.

‘다음 주는 어떤 반찬을 해놓을까.’

‘내일 출근에 무슨 옷을 갖춰 입지.’

‘올해 김치는 언제쯤 몇 포기를 담굴까,’

닭의 기세가 그러하듯 허리를 곧추 펴고 하이힐 위의 세상을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남성들은 오늘도 허둥댑니다.

‘여보. 양말 어디 있지.’

‘지난번 선물 받았던 넥타이 어떡했어.’

‘구둣주걱은 또 어디다 치운 거야.’

변함이 없습니다. 꾸준히 반복적으로 철들지 않은 행동을 해댑니다.


그런데 말이죠. ‘꼬끼오’라는 외침이 ‘꼭이오’ 라는 다짐의 단어로 들려짐은 나만의 착각일까요.

‘오늘 술 마시지 않고 꼭 일찍 들어오는 거지.’

‘둘째 생일날 외식하기로 한 것 알지. 늦지 마. 꼭.’

그녀들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덕분에 내일도 다음날도 삶의 메타포는 변함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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