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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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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8일 10시 0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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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연거푸 제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전날 눈이 와서인지 창공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지요.  한 시간 남짓 날아가는 동안 3분의 2 지점까지는 구름도 거의 없어서, 손오공이 탐직한  근두운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저 아래, 회백색으로 덮힌 논밭이 다 보였습니다. 산맥이 뻗어나간 고운 주름이며 바둑판 무늬의 하얀 벌판이 다 보이는 것이 신기해서 저는 또 창공 구경에 빠져 들었지요.


막 엉기기 직전의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끓어 넘치는 구름과 때로 도마뱀같이 휘어지고, 때로 정교한 신경망처럼 퍼져가는 하얀 길이 그리는 큰 그림은 수천미터 상공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시각을 주었습니다.  밥벌이의 중력에서 벗어나  가뿐해지는 기분, 대지를 내려다보며 저는 한없이 담대해집니다. 제주가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구름이 너무 많아져서 하늘 저 편이 비행기를 덮칠 듯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오싹한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지요.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바다와 구름에 훤히 비칩니다.  나를 따라 오는 비행기 그림자 만으로 신나는 노릇인데  동그란 무지개까지 뜹니다. 미약하나마 무지개가 동영상에 잡혔으니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여기 홈페이지에는 동영상을 올릴 수가 없네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어린아이처럼  좋아라하며, 내가 감탄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너무 빨리 익숙해지는 것들의 처음을 잊지 않으며, 감탄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유형이라는 것을요. 이른바 예술가 유형이라고 하겠네요. 구름보다 높은 곳에 떠서 지상을 훌쩍 뛰어넘고 싶어하는 사람들,  창공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지녔겠구나 싶은 느낌이 강하게 밀려 왔습니다.


전에는 이런 제 성향을 부끄러워 한 적도 있었네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너무 철이 들지 않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이제는 이게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욱 나답게 살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사전>의 저자 우야마 요시아키가 구름에 심취하여 기상예보사가 된 후,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년째 매일매일 그날의 구름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구름 일기]를 올리고 있다는 것처럼, 기질과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거고, 철이 들고 안 들고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반드시 철이 들어야 하는 거냐고 반문할 배짱도 생겼구요. 기분 좋은 감탄 속에 푹 빠졌다가 나오니 내 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부쩍 강해지고, 나와 다른 것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도 더 해진 것 같습니다.


구름 위의 감탄을 잊지 말자, 아름다운 것을 누리고 감탄하는 것이 좋은 삶이니 언제든 그 쪽으로 갈 수 있는 선택을 하자, 다짐했습니다.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만 감탄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반짝 하고 스쳐가는, 이게 “나”인데 하는 찰나의 느낌을 나꿔채서 몸에 각인시켜 놓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기, 선택의 순간마다 그 길로 가기 위한 쪽을 선택하기.... 그러기 위해서는 나다운 것과 나답지 못한 것으로 세상을 양분화하는 단순함도 필요하겠지요. 단순해야 용감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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