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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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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5일 16시 1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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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곶자왈도립공원


이번엔 노루네요. 사사삭... 풀의 움직임이 좀 크다 싶어 긴장하고 발을 멈추니, 사사삭... 계속 소리를 내며 저쪽으로 움직여서는 후다닥 튀어가는데 노루가 틀림없어요. 딸은 노루가 우리쪽을 흘깃 쳐다보는 것까지 보았다는데, 저는 뒷모습만 보았네요. 꼬리 부분에 하얀 반점이있는 것이 루돌프사슴코를 연상시켜 아주 귀여웠답니다. 새끼노루에게는 몸에 흰 반점이 있다고 하고, 전날 노루생태관찰원에서 본 놈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것으로 보아 아직 어린 놈인 것 같네요.


며칠 전에는 도로 한 복판으로 노루가 지나가 조금만 속도를 내고있었다면 로드킬의 참사를 저지를 뻔했지요. 꿩이 아장아장 지나가는 바람에 차를 멈추고 기다린 적도 있었구요. 날지않고 걸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수월봉에서 본 돌고래 만큼은 못했지만요. 찢어지게 푸른 바다에 떠있는 검은 바위섬, 하얀 풍력발전기의 절경에 넋을 빼고 있는데 돌연 돌고래 세마리가 점프를 한 거예요. 절벽 아래이긴 했지만 코앞이라 단단하고 매끄러운 몸매가 선명하게 다 보였지요. 한 번 더 점프해 주어서 사진도 찍고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구요. 평소에 돌고래의 이미지-싱싱한 자유와 도약-를 흠모하고 있었던 터라 꺅! 비명을 질러가며 즐거웠습니다.


인위적인 것이 넘쳐서 그런가 야생(동물)은 우리를 열광시킵니다.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원시성, 너무 애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에서는 생명이 느껴지기에 원초적인 힘도 있구요. 그런 것들의 총화가 “제주”인 것 같습니다. 노루를 만난 곶자왈도립공원은 도대체 이 돌들이 다 어디서 왔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자갈 위에 덩굴식물과 어우러진 숲이 신비한 곳이었습니다. 고사리와 둥근 이끼의 초록이 무채색 겨울숲에 색깔을 가미하여 세련된 투톤의 이미지가 멋들어졌지요. 곶자왈이 화산으로 인해 생긴 용암숲이라고 하니, 난생 처음 지질학에 대한 관심이 생길 정도로 그렇게 숲의 자연스러운 치유력에 빨려드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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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


오름은 또 어떻구요! 제주도에는 산이 없고 모조리 오름이라지요? 기생화산인 오름이 360개가 넘는다니까요. 대체로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나지막한 오름에 올라도 돌담으로 구획된 벌판이며 해안선이 다 보이는 전망이 죽여줍니다. 저지오름은 편도 30분이나 걸렸을까요? 그런데도 정상에서 제주의 절반이 보이고, 어승생악은 불과 40분 올라갔는데 하얗게 얼어붙은 설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억새가 깔린 용눈이오름에서는 아무곳이나 디카를 들이대도 사진이 나와서 잠시 김영갑이 된 듯한 기분에 감탄하게 됩니다. 정상까지 20분 걸리는 이 작은 오름이 품고 있는 기품과 이야기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거문오름은 곶자왈과 오름의 완성판이지요. 숲이, 자연이, 제주가, “신령스럽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되고, 대지에 입을 맞추고 싶어집니다.


올해의 테마를 “제주”로 명명하려고 합니다. 1월 1일부터 시작하여 중간에 잠깐 올라와서 수업하고 다시 내려가 총 20일간 헤매고 다닌 결론입니다.  제주에 매료되면 될수록 괴로운 순간도 있었는데요. 다니면서 보는 예쁜 집이나 숙소가 마음에 쏙 들 때, 모아놓은 돈이 없어 괴로웠습니다. 제주가 핫플레이스인 만큼 차별화한 숙박업소에 대한 사업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그또한 힘들었구요. 은밀히 모아놓은 쌈짓돈은 없고, 오직 천진난만하게 감탄하는 성정만 지닌 것이 부끄러워 잠시 울적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요.^^


가진 것이 있어 멋진 집이나 필생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저는 부를 얻기 위해 긴 세월을 근면성실하지 못했습니다. 과도한 긴장이나 경쟁 같은 단어는 애시당초 제 사전에 없었으니, 그것을 감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과실에 연연하는 것은 옳지 않지요. 제 판단은 빠르고 (제게는) 정확합니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주겠지만 어차피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유하는 만큼 누릴 수 있다면 ‘쎄임’ 아니겠어?”


그리하여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공부”입니다. 제주의 역사와 자연과 문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면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연결해서 보는 범주가 넓고, 느끼는 것이 더 깊지 않겠어요?  둘째는 “경험”입니다. 몇 군데 유명한 관광포인트만 짚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 발로 걸어서 찾아낸 감탄이 쌓일 때 나와 제주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셋째는 “지금 당장” 누리는 것입니다.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도 있듯이, 욕구를 지연하는 힘이 성공하는데 중요한 요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즉시 행하는 것이 주는 위력도 무시 못 하지요. 해가 저물기 시작한 연배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그것은 길어진 인생에 제일 중요한 활기를 줍니다. 넷째는 “승화”입니다. 이 모든 시도를 합하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킬 때 나의 경험은 더욱 빛나고 오래도록 보존될 것입니다. 


제주에 집을 짓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 달이나 일 년 살아보는 것은 결단하기 나름이겠지요. 이미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 “제주에서 한 달 살기” 광풍이 불었구요. 저도 제주살이파에 합류합니다. 제주는 무한한 원석이라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 같지가 않군요. 서울의 세 배 넓이에 65만 인구이며, 작년에 만 오천 명이 이주했다고 하는 수치에서도 드러나듯이요.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기>라는 분명한 철학을 갖고 위에 열거한 방안을 발전시켜보려고 하니 관심있는 분은 dschool7@hanmail.net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조촐하지만 진솔하고 강력한

      글쓰기/책쓰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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