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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31일 06시 53분 등록


'빨딱병'과 조류 독감,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

전편, 우리가 먹는 닭이 질병 가득 품은(?) 닭이라고?(https://brunch.co.kr/@bang1999/192)



질병 품은(?) 닭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 주 마음편지에서는 양계농가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협소한 공간에 적정수를 훨씬 초과하는 닭을 밀집 사육시킴으로써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그 때문에 채 30일 정도 밖에 성장하지 못한 작고 어린 닭을 서둘러 시장에 유통시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소위 질병 품은(?) 닭이 소비자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본질적 문제점이 몇 년전부터 매해 조류독감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는 주원인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죠? 양계 농가들이 외국에서 하는 것처럼 밀실, 밀집사육을 하지 않고 보다 자유롭고 넓직한 환경에서 닭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더불어 30일이 아닌 최소 3개월을 키운 후 시장에 유통시킨다면 어느 정도 문제는 해결되겠죠? 그렇게 한다면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맛있는 닭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조류독감 또한 지금보다 덜 발생하게 될 것이고요. 자,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문제점은 온전히 양계 농가들에게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조류독감에 걸린 농장주인의 넋두리

하지만 현 대한민국의 닭고기 유통체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양계농가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여력조차 없으며, 더 나아가 그런 시도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왜냐고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씩 뜯어보죠. 먼저 아래의 이야기를 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조류독감으로 자신이 키우던 닭을 모두 살처분한 농장주인의 넋두리입니다.

그동안 그렇게 그렇게 조심을 하고 또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류독감 확진 판정을 받던 날, 세상빛이 노래졌습니다. 그야말로 죽고 싶었습니다. 막내 아들의 대학 등록금이 떠오르고, 농협 은행의 대출 액수가 머릿 속을 빙빙 돌았습니다. 차마 같이 고생하는 아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나요? 할 일은 해야합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그동안 키우던 닭들을 모두 살처분합니다. 나중에 정부로부터 보상금이 나오겠지만, 먼저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모자라 다시 농협에 추가 대출을 받습니다.

거의 반 정신을 놓고 지내던 어느 날, 정부로부터 보상금이 나옵니다. 한 마리당 시세의 80%만 쳐 준 금액이네요. 휴~ 한숨만 나옵니다. 100%로 계산해주어도 닭고기 값이 많이 떨어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솔직히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손해를 봐 가며 더 이상 힘든 양계농장을 운영하고 싶지 않지만, 배운게 이 짓뿐이니... 아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놈의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이 없을 듯 싶습니다.

어떤가요, 양계농가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현실과 다른 가상의 이야기로, 사실이 아닌 틀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혹시 어느 부분이 그런지 눈치 채셨습니까? 답은 보상금을 받는 주체가 농가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 정확하게는 하림, 마니커와 같은 양계 대기업이라는 겁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양계농가에 AI가 발생해 키우던 닭들을 살처분했고, 그로 인한 피해 보상금을 받는건데 말이죠.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양계 대기업과 농가와의 별도의 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아래의 기사(출처 : 시사IN, 2017년 1월 11일자)를 꼼꼼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져 있습니다.


양계 기업과 양계 농가, 그 노예계약의 진실

‘기업 계열화’라는 용어가 있다. 양계 분야에서만 쓰이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 양계 농가 대다수가 어떤 기업에 속해 있다는 말이다. 양계장에서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는 것은 개별 농가지만, 이 양계 농가의 90% 이상이 특정 기업에 소속된 계약농이다. 이들 기업을 ‘계열 주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곳이 하림이다.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목우촌 등도 계열 주체다. 양계 농가는 ‘사육 주체’라 불린다.

이들 기업은 농가에 병아리를 공급한다. 농가가 30~35일 정도 병아리를 키워 출하하면 마리당 400원 정도를 ‘사육 수수료’로 받는다. 즉 닭의 소유주는 하림 같은 대기업이고, 농가는 하청업체다. 소작농 같은 개념인데, 양계 농가가 이들 기업으로부터 사료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기업 처지에서는 ‘꿩 먹고 알 먹기’다.

이런 구조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감염된 조류를 생매장할 때 지급되는 ‘살처분 보상금’은 계열 주체, 즉 닭고기 대기업에게 먼저 돌아간다. 이들 기업이 닭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정작 살처분 비용은 양계 농가가 우선 충당한다. 이후 관련 협회 등이 공시하는 가축평가액에 따라 지급되는 살처분 보상금을 8(기업)대 2(농가)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2017년 1월 현재 지급될 보상금은 172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중략)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살처분 보상금제도 때문에 닭 소유주인 기업들이 AI 방역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AI가 발생해도 기업은 크게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다.


어떤가요? 기가 막히지 않나요? 소위 양계농가는 대기업의 철저한 ‘을 of 을’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소작농이면서도 사료는 대기업으로부터 사야만 하는, 자신이 농장주인 듯 농장주 아닌, 농장주 같은 아주 애매한 존재라는 겁니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망하는 쪽은 철저히 양계농가 쪽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살처분을 해야하고, 기업에서 보상금 일부를 나눠준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다시 양계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돈을 벌 수 없으니 많은 수의 농가들이 파산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렇게 간신히 살아 남아도, 여전히 기업의 소작농이란 위치는 바뀌지 않을 거고요.


조류독감이 확산되면 양계 기업의 주가는 올라간다?

양계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위의 기사에서는 조류독감이 발생해도 기업의 입장에서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고 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오히려 더 회사에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팩트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이들 양계 대기업들의 주가는 더 올라간다는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실제 그런가 보죠. 양계 1위 기업 하림의 경우 조류독감 발생 전인 11월 1일 주가(종가기준)가 4,480원이었는데 반해, 12월말에는 4,945원으로 약 10.4%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12월 27일 장중에는 무려 5,240(17.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고요. 2위 업체 마니커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11월 1일 748원이던 주가가 12월말에는 894원으로 무려 19.5% 상승했습니다. 장중 기준으로는 968원(29.4%↑)이었고요.

이상하지 않나요? 조류독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닭고기를 기피함으로써 분명 수요는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한다니요? 갑자기 이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가 아니라, ‘(조류독감이 돌지라도) 양계회사님들 힘내세요, (우리에겐) 보상금이 있잖아요~’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 양계농가는 초비상, 정부는 그냥 관망내지 비상 그리고 양계 기업들은 팔짱낀 채 상황만(속으로는 흐믓해하며) 지켜보는 것 아닐까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우리들이 건강한 닭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자, 처음 주제로 돌아와 정리를 해보죠. 닭고기의 품질과 조류 독감 확산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농가 만의 책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농가들은 그럴만한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죠. 농가보다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양계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합니다. 사육환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유통체계 그리고 닭고기의 품질까지 각 단계별로 책임을 지고 관리함으로써 지금과는 완연히 다른 닭고기 산업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저 사사로운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 또한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하죠. 사후약방문처럼 조류독감이 발생한 후 그것을 진압하는데만 헛 힘을 쓰는게 아니라, 이러한 본질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양계 기업과 농가의 노예 계약, 조류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사육환경 기준 수립, 유통과 품질 기준 수립 등 예방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마치 제가 닭 전문가가 되어 ‘닭 산업,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논문을 쓰는 느낌이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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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비자들 또한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들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지 말고, 문제점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 후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기업도, 정부도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의 힘이,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지 그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질병 품은 닭이 아닌, 제대로 된 닭고기를 먹으며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2017년 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모집 안내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생전 구본형 선생님은 사람들의 변화를 돕기 위해 연구원 제도와 꿈벗이라는 2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하나인 연구원 제도가 2년 만에 부활됩니다. 10기에서 멈춰졌던 발걸음을 11기로 다시 힘차게 내딛을 예정입니다. 1년의 도전 자체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 과정은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도전함으로써 직접 그 변화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2.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꿈벗 42기 모집 안내
‘꿈벗 프로그램은 날마다 반복되는 습관적 맹목성을 공격하여, 꿈을 현실로 불러들여 나의 강점과 연결하려는 실험과 모색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노력이다. 2박3일 동안 10명 내외의 인원들이 합숙하며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진행된다.‘ 2011년 꿈벗 1기를 모집하며 하신 구본형선생님의 말씀입니다.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꿈벗 42기를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3. 홍승완, 박승오 연구원의 나침반 프로그램 안내
변화경영연구소 1,3기 연구원이자 『위대한 멈춤』의 공저자이기도 한 홍승완, 박승오 연구원의 나침반 프로그램이 2월 18일, 1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됩니다. ‘나침반, 춤추듯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란 부제가 알려주듯, 자신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진짜 직업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히 관심을 가져볼만한 주제일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4. [출간소식] 『몸여인』 오미경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9기 오미경 연구원의 첫 책 『몸여인(몸으로 여행하는 인문학』이 출간되었습니다. 연구원 시절부터 끊임없이 몸과 욕망(!)에 관해 탐구를 거듭하던 그녀가 드디어 몸에 관한 책을 출간했네요. 그녀의 포기를 모르는 도전의식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은 십대들을 위한 동의보감 이야기지만, 성인들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하니 먼저 읽으신 후 자녀들에게도 꼭 읽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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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12:39:55 *.8.191.103

이런 작금의 현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 오히려 양계농가들의 부주의 및 정부당국의 느린 대응에만

촛점을 맞추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양계대기업들이 고객인 입장에서 언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팩트를 알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나라의 국민들을 일깨워줄 수 있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대중매체의 눈속임에 쉽게 진실이 묻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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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17:38:10 *.122.139.253

일단 소비자들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함으로써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정부와 기업에 계속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무관심 속에 계속 반복되는 현 상황들을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넘긴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오게 될 것이니까요. 가격이든 품질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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