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 명석
  • 조회 수 147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2월 1일 14시 18분 등록

jongdal.jpg

종달리 불턱에서 하도리로 넘어가는 길



일단 제가 집을 한 채 빌립니다. 제주에는 전통적으로 전세가 적고 “연세”가 많다네요. 일 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는 거지요.  보증금 1000만원에 연세 2000만원... 이런 식인데 제주에서 단기로 살아보기에 적합한 제도라고 하겠습니다.  요 몇 년간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을 중심으로 제주 한 달 살기 광풍이 불었다는데, 서서히 그 연령대가 높아져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일 년은 제주에 살고 싶습니다. 봄의 유채꽃과 여름의 비바람(바다가 아니고!^^), 가을의 억새와 겨울의 한라산을 두루 겪어봐야 이 그리움이 채워질 것 같아서요. 그렇게 1~2년 살고 나면 딱히 제주가 아니라도, 예를 들어 서해의 태안반도나 평창 산골이라도 자족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인까지 가세한 제주의 땅 투기가 엄청나다고 하고 너무 핫한 플레이스라 제 깜냥으로 오래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네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탐닉하고, 와인도 마셔 본 사람이 더 자주 마시는 것처럼, 제주에도 여행 가는 사람이 또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서귀포처럼 오래 된 항구의 바닷물이  오지의 시냇물 못지않게 맑은 것에 감동한 것처럼 제주의 자연은 너무도 순결하고 신비로워, 그 곳에서 눌러 앉아 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 또한 많을 꺼구요. ‘헬조선’을 특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제주러시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살 수는 있지만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겠지요.


딸은 제주에서의 숙박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여행에 관심이 있구요. 우리에게 어린아이 같은 감탄을 되찾게 해 주는 곳에 머물며 글 쓰는 삶이 인생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제주에 눈뜨고 나서 행복한 구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집을 일 년간 빌린 후에 터줏대감이 되고, 다른 분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제주에 길을 내는 거지요.^^ 우선 방이 대여섯 개는 되어야겠지요. 바닷가는 비쌀 테니(사실 도시인의 로망이지 바닷가 연안은 바람 불고 습기 차서, 난방비 많이 들고 빨래 말리기만 나쁘답니다), 바다가 멀리 보이는 중산간에 주렁주렁 귤이 매달린 옆집 귤밭을 내 정원처럼 바라 볼 수 있는 곳.


제주에 서너 번씩 다녀 온 사람들이 무얼 원할 것인가?  일상의 권태로 인해 플라스틱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제 대안은 이렇습니다. 큰 부담 없이 제주에 내 방이 하나 있으면 숨통이 트일 것 같지 않나요? 아침에 일어나 글 한 편을 쓰고, 돌고래떼를 만나기 위해 바다에 가서 보초를 서고, 저녁에는 잔디밭 마당에 앉아 멤버들과 서로의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다시 내 심장을 뛰게 할 것 같지 않나요? 돌고래떼를 만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고래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이 내게 감탄과 기다림을 되찾아주어, 오래된 꿈을 다시 불러내게 될 것 같지 않은지요?


몇 사람이 모인다면 적은 돈으로 제주에 내 방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6월에서 8월까지 성수기에는 조금 비싸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제주 항공료가 편도 4만원대로 만만하니 수시로 제주로 날아가는 겁니다. 그렇게 구한 집에서 airbnb를 하면서 평소 숙박업에 관심있었던 분이라면 실습을 해 볼 수도 있고요.  하루에 오름 하나 오르기, 카이트 서핑으로 우도 가기, 외국어처럼 제주말 배우기.... 같은 개인 과제를 설정하여 작은 모험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제 역할은 그런 도전과 시도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 내는 것이지요. 저는 경험을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오래도록 보존하는 “언어화”에 관심이 큰 만큼 기꺼이 그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구상한 두 가지 컨셉은, <다섯 명이 함께 제주에 집을 얻다>와 <글쓰기여행 in Jeju>  두 가지입니다. 큰 돈 안 들이고 제주를 향유하는 과정을 글로 써서 스토리편딩에도 도전해볼 만 하고, 제주의 수려한 자연을 보고 “글그림”을 그리는 모든 시도들이 원고로 재탄생할 것입니다.  그럴 때 제주여행은 일회적인 여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관통하는 핵심경험이 되어 그 다음을 살아가는 든든한 에너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제주에서 한 달만 산다고 해도 부럽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직장에 매여서 문제겠지만 이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구요. 뭉터기 시간으로 한 달이 안 된다면 3박4일이나 4박5일로 쪼개서 자주 갈 수는 있겠지요.  자주 보면, 많이 알면, 더 사랑하게 되는 것도 분명 맞는 말 같아 보입니다. 몇몇 유명한 관광 포인트만 가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제주를 걷고, 느끼고, 껴안고, 뒹굴 때 우리 삶은 분명 전보다 풍요해지리라 믿습니다. 제주의 눈부신 자연으로 샤워하고, 제주의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세례받아서요.


여하튼 저는 계속해서 “소유하지 않고도 향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저렴하게 일 년이나 100일, 혹은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금액을 곧 알려드릴게요.




**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에서  조촐하지만

     진솔하고 강력한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IP *.153.200.103

프로필 이미지
2017.02.01 14:28:51 *.153.200.103

그러니까 저 제목은 가까운 미래를 현재형으로 쓴 것입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6 여성 리포트 - 봄의 길목에 서다 書元 2017.02.04 1041
2635 여든여덟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그릿 file [2] 재키제동 2017.02.03 1555
2634 어이가 없네! [8] 이철민 2017.02.02 1202
» 다섯 명이 함께 제주에 집을 얻다 file [1] 한 명석 2017.02.01 1479
2632 '빨딱병'과 조류 독감,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2편, 완) [2] 차칸양(양재우) 2017.01.31 1265
2631 여든일곱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인생 최고의 해 재키제동 2017.01.27 1332
2630 마지막 편지_피해야 할 스승, 피하고 싶은 제자 2 [2] 김용규 2017.01.27 1277
2629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기(제주에서의 실험) ) file 한 명석 2017.01.25 1393
2628 '빨딱병'과 조류 독감, 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1편) [2] 차칸양(양재우) 2017.01.24 1259
2627 2017년 변경연 1차 출간기념회 연지원 2017.01.23 1056
2626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書元 2017.01.20 1345
2625 여든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완벽함에 이르는 길 재키제동 2017.01.20 1181
2624 피해야 할 스승, 피하고 싶은 제자 1 김용규 2017.01.20 1113
2623 현실을 구름 위까지 끌어올리는 법 file 한 명석 2017.01.18 1147
2622 미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흐믓해진다 [7] 차칸양(양재우) 2017.01.17 1273
2621 여든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1기 나비들에게 [2] 재키제동 2017.01.14 1194
2620 할 때의 기쁨 김용규 2017.01.13 1010
2619 어쩌면 산다는 것은 경험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file 한 명석 2017.01.11 1071
2618 미셸 몽테뉴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2] 차칸양(양재우) 2017.01.10 1626
2617 삶을 맑게 사유한 날들 연지원 2017.01.09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