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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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준비' 중이라고,
“다섯 포의 홍삼 중 네 포는 내 몫이지만 그 중 한 포는 네 몫이다. 그것을 팔아서 네 사업자금으로 하여라.”
최인호 작가의 상도(商道)에 등장하는 주인공 임상옥이 첫 자영업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그는 첫 장사에서 쫄딱 망합니다. 빚까지 지고 업계에서 퇴출되며 처참하게 망가집니다.
창업자금은 창업의 조건 중에서 중요한 하나입니다. 예비창업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금이 준비되었으니 창업을 해야겠다는 말을 꽤 많은 사람들에게서 듣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금은 창업의 조건 중에서 마지막입니다.
창업준비란 무엇일까요?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서 개념 착오를 발견합니다. 그들은 점포를 계약하고 내부공사를 하고 간판을 거는 과정을 창업준비로 생각하고 요즘 창업준비 하느라 바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에서 그것은 ‘개업절차’에 해당합니다. 창업준비는 개업절차 이전의 단계, 그러니까 ‘창업을 해볼까, 어떤 분야가 나에게 맞을까?’ 첫 아이디어가 태동되는 순간부터 돈이 들어가기 직전까지가 창업준비 기간입니다. 아이디어가 아이템이 되는 과정, 예비창업자의 성향과 그가 가진 기술과 경험이 녹아드는 과정,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컨셉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창업준비의 과정입니다.
온전하게 ‘내 속엣 것’들이 스며드는 과정이지요. 그 지루한 과정들이 마무리 되고 돈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개업절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준비 기간은 약8개월입니다.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창업준비와 개업절차가 마무리 되어 테이프 커팅을 합니다.
창업, 내 삶의 일부 아닌가요? 8개월에 자신의 삶을 걸기에는 짧은 시간이지요. 심한 경우는 상담중에도 전혀 다른 업종으로 변경되기도 합니다. 삶이 바뀌는 것이에요. 이렇듯 꼼꼼한 준비과정 없이 자금과 의지만으로 빈약한 기초에서 서둘러 개업을 하다보니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요.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불안, 사회적 불안은 늘 무서운 얼굴로 창업자들을 괴롭히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왜 창업을 계획할까요? 막연하게 언젠가는 나도 창업 한 번 해보리라 마음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먹고 살기위해서, 큰 돈 한번 벌어보고 싶어서, 얽매이기 싫어서 라는 외적 요인 외에도 창업을 통해서 자기를 표현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픈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자유롭고 싶어, 나를 드러내 보고 싶어’는 내적 요인입니다. 그러므로 창업준비 과정은 오롯이 자기검증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 녀석과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나의 것들이 녹아든 내 사업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에 언제까지 해야 할까도 고민하는 숙성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창업준비는 머리와 발로 채워져야 합니다. 돈으로 준비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개업절차일 뿐입니다.
압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직업을 바꾸어야 하거나, 떠밀리듯 사장이 되어야 하는 상황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심호흡 한 번 하고 신중해질 것을 부탁합니다. 섣부른 개업을 경계하고 준비가 탄탄한 과정을 ‘지루하게’ 지나기를 부탁합니다. 소림사의 동자승이 지루할 만큼 오랜 시간 물지게를 지고 나르는 것은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속에 그 업종을 감당해야 할 것들이 녹아들 수 있도록 준비하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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