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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신가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기다려온 토요일. 누구나 반기는 시간입니다. 부딪치고 상처받고 때로는 눈물짓는, 그런 직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좋은 그런 시간입니다. 얼마 전 주말에는 이런 여유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즐거운 명절이라는 설인데, 시댁에 처가에 차례에, 만나야 하는 가족들, 그리고 인척들. 남보다 가까워서 뜻하지 않게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관계도, 집이라는 공간도, 항상 편하지는 않더군요. 평온한 나날이라는 건 내 것이 아닌 양 어렵고 멀기만 합니다. 사람에 찔리고 언어에 베이고 일상에 두들겨 맞는 나날들. 내일은 오늘 같지 않았으면 하지만 원치 않는 진리는 바로 거기에 떡하니 버티고 있죠. 그런 일은 늘 생긴다는 것.
차를 운전할 때 저는 USB로 음악을 듣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음악이 헛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다짜고짜 USB를 뽑아 버리죠. 잠시 뒤 다시 꽂으면 잘 돌아갑니다. 만년필이 갑자기 안 나올 때는 강하게 몇 번 흔들어 줍니다. 최소한 몇 줄은 더 쓸 수 있지요. 살면서 습득한 간단한 방법입니다. 말하자면 삶의 기술이지요. 그런데 사는 건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가 않더군요.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감정을 흔들어 놓는 일이 생기면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 합니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지요.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삶의 문제들에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시나요. 눈물짓나요? 소리를 지르나요? 아니면 술이나 담배를? 눈물도 비명도 술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필요한 건 나만의 어떤 기술 아닐 런지요.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기술이 있으면 그런 고통은 꽤 줄어들겠지요. 기계적 문제들은 척척 해결하면서 정작 삶의 문제들은 항상 풀지 못하는 게 우리들입니다.
일상은 무한 반복입니다. 일상의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 변화무쌍하다고들 하는데 진짜 그런가요?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살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도 무한 반복입니다. 같은 문제를 계속 풀어가는 게 우리들의 생활이지요. 문제가 같다면 하나의 답으로 언제든 쉽게 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문제를 항상 힘들어하지요. 마치 처음 보는 문제들인 것처럼 말이죠. 같은 문제를 풀어내는 하나의 기술, 그것은 바로 삶의 기술이겠죠. 그런 삶의 기술이 바로 누군가의 철학일 겁니다.
철학이라는 단어처럼 어렵고 친근해지기 힘든 게 또 있을까요. 그렇지만 나만의 철학 없이 그 긴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뭔가 대단해 보이고 나와는 관계없을 것 같은 철학이라는 단어를 저는 이렇게 바꿔서 부릅니다. 삶의 기술. 철학은 학자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 일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합니다. 생활의 힘겨움은 철학을 만들어 내고, 철학은 곧 생활이 됩니다. 제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편지는 이렇게 아주 작은 삶의 기술들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별 것 아니지만 평온한 삶을 위한 나의 기술. 그런 기술을 가지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