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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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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5일 08시 5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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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공존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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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리의 팽나무



“맹지”라고 아시는지?  도로가 없는 땅이란다. 도로가 없으니 집을 지을 수도 없다.  

“자연녹지”도 있다. 역시 제한을 받는다. 제주에 일 년 살 집을 구하러 와서는 자꾸 싼 땅에 눈이 돌아간다. 큰 도로나 해안은 평당 2~300을 넘고, 동네 안 쪽은 100에서 200 정도 하는 것 같은데 가끔  50에서 70 하는 땅이 있어서 눈이 번쩍 뜨인다. 운전 좋아하는 딸 덕분에 하루에 200킬로미터씩 땡기며, 그런 땅 몇 군데를 보았다. 결과는 맹지 아니면 자연녹지, 아니면 근처에 축사가 있거나 정삼각형 모양, 그것도 아니면 고지대 허허벌판의 큰 필지 중앙에 콕 박힌 땅!


만 4일 만에 싼 땅에 대한 로망을 접고, 다시 일 년 살기 집을 알아보러 다닌다. 제주에 한 달이나 일 년간 살아보기가 열풍이라 나와 있는 집이 많다. 하지만 막상 정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돌집은 무지 좁고 지저분하다. 벽만 남기고 완전히 뜯어고쳐야 지낼만 할 정도. 낙천리에서는 130년 된 팽나무에 반하고, 돌담도 많았지만 집이 오래 되었고, 돌담 만으로 결정하기에는 서운한 감이 있었다. 신축 이층집이 많기로는 거문오름 근처의 선흘리가 최고지만 완벽한 내륙이라 여기가 제주인지 강원도 어디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렇다!  결국 바다, 바다인 것이다.  어쩌다 오션뷰의 숙소를 구해도 두 어 번 흘깃 쳐다보면 그만인 것을 왜 이리 바다에 집착하는 것일까. 심지어 이름이 <바다는 안 보여요>인 카페도 보았다. 제주에서 카페를 차렸다니 지인들이 하도 “바다가 보이냐”고 물어 아예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혹은 오며가며 옆눈으로 보더라도 거기 바다가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축복이자 기쁨이고 혜택이다. 바다는 내가 독자적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상징이다. 아무렴. 돌고래도 사는 바다인데!  이렇게 핵심정리가 되었으니 다시 내일부터 바다전망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바다가 보이는 주택은 거의 남은 것이 없다. 아파트나 빌라도 염두에 두어야 할까보다.  


잠시나마 제주에서 집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어디에서 어떻게 늙을지 늘 궁리하는데 어디에도 필연이 없다가,  제주의 원시성, 제주라는 상징이 부족했던 2%를 채워준 거다.  작은 축사 옆에 평당 70 하는 땅을 보았다. 땅이 네모반듯했고, 땅콩집 식으로 좁게 올라가면 바다도 보일 만한 위치였다. (나는 남한 최고의 양돈단지에서 결혼생활을 했다. 시골이 그렇지뭐....) 서너 명이 협동하여 지으면 그다지 큰 돈 안 들이고 세컨드하우스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정신이 후딱 든다. 원래 제주프로젝트를 구상한 전제는 <소유하지 않고 행복하기>인데 나는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거다. 소유욕이 이렇듯 뿌리깊은 것이었던가. 이제 집찾기에 할애한 시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갖고 올라갈 수 있을지 도무지 예측불허. 또 다시 숙소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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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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