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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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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6일 05시 03분 등록


저는 인천에 살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집 앞에 지하철역과 중앙공원이 있어 계절마다 공원이 보여주는 다양한 얼굴을 보는 재미는 특별합니다. 지난 주말 가볍게 공원을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마다 자연스럽게 생겨난 지름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원을 통해 지하철로 유입되는 시민들의 실제적인 도보 경로가 디자이너의 처음 계획을 벗어난 것입니다.

길은 의도한 길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생겨난 길이 있습니다. 공원은 의도한 길과 생겨난 길의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의도한 길은 안전하고 걷기에 좋습니다. 반면 생겨난 길은 그것마다 읽혀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숱한 사람들의 발 흔적으로 생겨난 길은 그 지역 사람들의 끈적한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보입니다. 지름길은 시간이 단축되거나 다른 길과의 실제적 연결성이 높은 이유로 생겼을 것입니다.

 

미국 산타페연구소의 이론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부존질서(order for free)를 설명합니다. 개미를 관찰해보면 처음에는 땅 위에 기어 다닌 흔적들이 복잡하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화롭게 압축된다는 개념입니다. 광화문 빌딩 숲 사잇길도 관찰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대체로 한두 가지 최적의 경로를 통해 다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건물의 경우 주출입구보다 보조출입구의 통행이 더 많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 또한 설계자의 처음 계획을 벗어난 것입니다.


상권분석은 창업준비 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상권분석은 언제가 적절할까요?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팁 하나를 드립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상권분석을 창업 결정 후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창업 결정을 하였으니 이젠 점포를 구해야지, 어디가 좋을까?’의 입장일 때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정해진 개업 일정에 따라 점포를 구하는 것이어서 꼼꼼한 관찰 조사가 어렵습니다. 조급함으로 시야가 좁아집니다. 창업 욕심에 괜찮은 자리라는 주변의 말만 듣고 덜컥 계약부터 하게 되지요. 첫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상황입니다.

 

상권분석은 보이지 않는 부존질서를 찾는 것입니다. 신촌 골목이나 홍대 거리를 떠 올려보세요. 유동인구는 많은데 그 흐름이 어디에선가 끊어지는 위치가 있습니다. 주 도로 임에도 불구하고 이면 도로보다 유동인구가 적거나, 사람은 많은데 머물지 않고 지나치기에 바쁜 길도 있습니다. 또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블록 안으로 유입되는 특정한 골목도 있습니다.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의 표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행인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유입되는지는 마음에 여유를 갖고 보아야 보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 지역의 위치 설명이 쉬운 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할 것 중 하나입니다. 어떤 부존질서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여유 있는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상권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에 따라서 목표고객, 영업컨셉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존질서가 확인되면 투자금도 대폭 낮아질 수 있습니다. 과도한 보증금과 불필요한 권리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합니다. 상권분석은 만약 내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의 마음으로 보아야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창업 결정을 하기 전 잠재적 창업자의 입장입니다.

나도 언젠가는 창업을 해보고 싶어, 또는 운명처럼 언젠가 창업을 예감한다면 관심있는 몇 개의 후보지역을 정하고, 평소에 조금씩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괜찮은 노트 한 권을 준비하여 관찰된 지역의 표정을 반드시 메모하시기 바랍니다. 예비창업자보다 잠재적 창업자일 때가 시야에 객관성이 더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이든 부존질서는 존재합니다. 상권은 보여지는 것과 그 뒤에 숨겨진 내용들이 반드시 있기에 그렇습니다.


IP *.123.43.60

프로필 이미지
2017.02.22 16:35:08 *.120.85.98

음... 그렇군요.

안개 속 항해일 수 있는 예비창업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2.23 06:32:05 *.221.234.154


마음에 드는 동네가 있다면 평소에 관찰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마치 부동산 업자인양, 큰 손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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