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박
- 조회 수 138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IT 강국’ 대한민국의 아침은 손바닥만 한 화면에서 시작됩니다.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들 비좁은 틈 사이로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독서율 최하위, 몇 년째 지겹게 붙는 이 불명예는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라는 사실과 대조를 이룹니다. 대한민국 성인 가운데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반면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매일 평균 2시간을 채웁니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책 못지 않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보 검색의 속도와 편리성 측면에서 책은 스마트폰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요. 그리고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독서의 ‘즐거움’을 점점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책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만 읽는 게 아니니까요. 독서는 꽁꽁 얼어붙은 내 머리의 편견과 감수성을 깨는 ‘도끼’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스스로 몰랐던 내면의 선입견을 부수고, 마음을 열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자신과 다른 생각은 차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넷 정보 검색은 주로 자신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고히 합니다. SNS는 수평적인 소통 공간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끼리끼리 모이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SNS의 친구는 대개 나와 유사한 사람들like-minded people과 연결됩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이슈는 클릭 한 번으로 차단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점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와 다른 생각은 완전히 반대편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의 토론이 합의와 절충에 도달하기보다는 특정 이슈를 놓고 분열과 양극화로 치닫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긁어 모은 채 상대의 말에 귀를 막고 있는 것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착된 관념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유리한 정보 위주로 취사 선택하기 위해, 미리 결론을 내려 놓고 그에 부합하는 자료를 찾아내어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안간힘입니다. 그러면서 반대되는 자료와 생각은 무시하고 사장하면서 스스로 뿌듯해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좋은 책을 깊이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반대되는 생각 또한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책 속에서 자신의 무수한 편견들을 만나서 깨져 보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자기 안의 편협함을 반성하며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사고방식을 더욱 공고히하고 고착화하는 책은 좋은 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사고를 깨뜨려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한바탕 깨지기 위해 읽는다, 통렬하게 깨져 반성하고 각성하기 위해 읽는다, 이것이 책을 대하는 좋은 자세입니다. 깨져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바른 독서를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최근 몇 달간 읽은 책으로 내 생각이 깨졌는지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건강한 독서는 자주 깨지는 독서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 <책은 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공지: 여의도 성천문화재단에서 <퇴근길 인문학 교실>을 엽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문요한, 홍승완 연구원 등이 강사로 참여하며, 저렴한 비용(한달 4~5만원)에 실력있는 작가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6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