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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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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3일 06시 06분 등록


감기랑 창업자의 조건


기차가 도심을 지나 시골로 들어서자 멀리 초원이 펼쳐지고 그 위에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였다. ‘, 멋지다오랜 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에 더해, 한 없이 펼쳐진 목가적 장면은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비슷한 풍경이 10분 이상 계속되자 이내 지루함으로 변했다. 조금 전만 해도 아름다웠던 풍경이 10분 만에 평범함 그 이하가 되다니...... 청명한 햇살아래 잘 자란 튼튼한 소, 피부색이 아름다운 소, 신선한 젖을 품은 소, 모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만약 흰 소, 누렁 소, 얼룩무늬 소, 사이에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이제 좀 흥미가 생기려나?*

 

보랏빛 소로 유명한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 지루하면 미래는 없다고 말합니다. 마포구 성산동에 가면 감자칩과 크림맥주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J칩스의 윤사장은 올해 매출 3억원을 바라보는 청년 창업가입니다.   3년 전, 그는 잘 다니던 맥주회사를 그만두고 마포구청 인근에 10평 남짓한 점포를 얻어 감자칩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매장에 인테리어라고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를 생각나게 하는 전시용 황금 마티즈와 벽에 대책 없이 써 댄 낙서가 전부입니다. 범블비 덕분에 허름한 차고로 착각마저 드는 내부에는 접이식 플라스틱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전부입니다. 한 쪽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오며가며 감자칩을 먹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크림맥주를 더하여 먹는 J칩스. 그러나 여기서 팔고 있는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윤사장과 직원이 직접 배달하는 재미입니다. 자리를 잡고 감자칩을 주문하면 튀겨지는 동안 그들의 재미가 먼저 배달됩니다.

미인 환영, ‘제 여자친구 이쁘죠?’ 라고 자꾸 물어보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한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이런 식의 깨알 같은 낙서들이 지루함을 잊게 하고, ‘도전 가위바위보로 간간이 시비를 걸어오는 주인장과 직원의 추파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학생 손님들에게는 숙제도 돌봐주며 틈틈이 보여주는 장난스런 퍼포먼스는 장사의 정석은 이거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즐거운 가게에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윤사장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이왕이면 스스로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 할 것을 주문합니다.

 

창업자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창업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의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조건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자의 조건은 () () ()’입니다. ()이며 장사를 읽는 동물적 감각입니다. 내 업종의 트랜드를 읽고 고객을 읽는 힘이자 순간을 포착하는 센스입니다. 그러므로 감은 장사에 대한 상상력이며 이것저것을 버무린 퓨전입니다. 창의성의 뿌리이지요. 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고객이 있는 현장에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정신이며 용기입니다. ()는 타인의 도움없이 내 분야의 핵심을 다룰 줄 아는 기술입니다. 그것은 두툼한 경험이고 굳은살입니다. 만약 음식점을 준비 중 이라면 주방장에 의지함 없이 직접 칼을 쓸 줄 알고 불을 다룰 줄 아는 기본기입니다. ()은 즐거움입니다. 내 업을 통해 창업자 스스로가 먼저 즐거워야 합니다. 나아가 내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즐거워야 합니다.


2천 년 전 공자조차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말합니다. 2017년을 사는 우리는 오랜 시간 배워 아는 것도 많지요. 그러나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내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내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언젠가는 창업을 하고 싶다고요? 창업자의 조건은 감기랑입니다.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파는 점포보다 재미있는 점포를 먼저 찾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무언가 선택해야 한다면 즐거운 기억이 있는 가게와 그런 주인장이 먼저 떠오르지 않던가요?

 

*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의 일부를 변용함




IP *.221.23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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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08:21:18 *.8.191.103

말씀하신 "감기랑"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의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성급한(?) 창업에 쏠리다 보니 가장 기본을 생각하지 않고 현실의

다급함에 질러 버린 선택에 의한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조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감과 기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을 갖기도 힘든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프랜차이즈의 달콤한 홍보에 이끌려-그 바닥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말의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무한긍정의 기대를 갖으며 시작을 하게 되죠.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금새 느끼지만요.

앞으로 저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선택의 순간이라면 이런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말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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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21:14:16 *.221.234.154

(여러가지 측면에서)

여유를 갖고 준비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지금입니다.


(현장에서 보니)

창업의 조건보다 창업자의 조건, 그러니까 결국 자신에 대한 준비가 먼저임을 확인할 때가 많습니다.


그 현장에 계신 분께서 이런 고민을 해 주신다니 더욱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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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7:46:49 *.145.103.48

미인 환영, ‘제 여자친구 이쁘죠?’ 라고 자꾸 물어보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한다


이 청년사장님. 마포 어디입니까? 한번 찾아가야겠습니다.

널부러진 영혼에 "감기량"이라는 보약을 빨대로 쪽쪽 빨아야겠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위치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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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17:02:04 *.236.145.95


연대님...  제가 그냥은 알려드릴 수 없고요..ㅋ


목마른 영혼들에게 함 쏘신다면야...  흔쾌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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