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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6일 11시 49분 등록

지난 2월 13일 월요일에 발송된 마음을 나누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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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그 후 이야기
우리가 ‘수저’라고? - 첫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부부 연구원, 9기 유형선과 10기 김정은 인사드립니다.


책 골라주는 아빠이자 철학을 사랑하는 남편 유형선과 책 읽어주는 엄마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아내 김정은은 2016년 1월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은 만 4년간의 기록을 엮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김정은, 유형선 공저 / 휴머니스트)을 펴냈습니다. 2017년 2월부터 격주 월요일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그 이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시대, 엄마 또는 아빠로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먼저, 엄마 김정은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하루는 초등학교 5학년 큰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우린 금수저야? 수저야?”
 그 동안 세상의 잣대로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다고 자부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자라 세상의 언어로 질문을 합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어 순간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렸습니다. 수저와 금수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검색해 보니 모 유력 일간지의 구분은 이랬습니다. 금수저는 자산 20억 이상이거나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 수저는 자산 5천만 원 미만이거나 가구 연 수입 5천만 원 미만이라고요. 이 기준이라면, 저흰 수저에 가까워 보입니다. 
 “우린 수저에 가깝네.”
 두 아이 얼굴에 실망이 가득합니다. 이번엔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아이가 물어봅니다.
 “엄마, 금수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과연 저희가 2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할 날이 올까요? 연간 2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요?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금수저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최대한의 기지를 발휘하여 대답해 봅니다.
 “엄마 아빠가 금수저가 되기는 힘들 것 같고, 우리 수민이 수린이가 원한다면 금으로 도금한 숟가락 하나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초등학생인 두 아이에게 부모의 존재는 어쩌면 세상의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나, 이토록 큰 존재가 못 해내는 일이 있다니요. 
 “휴~”
 두 아이는 동시에 짧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엄마로서 두 아이를 말 그대로 공주처럼 키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저는 저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집 아이 둘 정도는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직장 일에 육아에 치인 저는 끝내 병이 나고 말았고, 남편의 직장은 금융 위기의 여파로 장기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지요. 맞벌이였을 때 여윳돈을 쏟아 부으며 선행학습을 시키고서 엄마로서 할 일 다 했다며 마음을 놓았던 때보다, 돈보다 귀한 것으로 부모 자녀 사이를 잘 가꿔 가고 있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믿어왔는데, 아이들 생각은 달랐던 걸까요?


그래그래, 너희 집엔 비단옷과 번쩍이는 보석. 
그래그래, 너희 집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정원. 
그러나 그러나, 우리 집엔 책 읽어주는 엄마가 있단다.


 언젠가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에서 본 적 있는 ‘책 읽어주는 엄마’라는 유럽의 전래동요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5년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형편을 실감하지 못할 만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 걸까요? 책의 힘이 돈의 힘에 비할 수 없이 세다고 믿는 제가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


 몇 년 전, 중산층의 기준이 회자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준 또한 40평대 이상의 아파트와 3000cc이상의 중형차 등 보유자산이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금, 부모의 재산에 따라 수저와 금수저로 나누는 세태를 보면서, 수년이 지나도 오직 가진 것에만 관심을 두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맞닥뜨립니다.


 백번을 양보해도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조차 수저와 금수저로 부자와 빈자로 구분하는 세상의 잣대에 동의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가난한 부모님께서 베풀어주신 가슴 뭉클한 사랑을 기억합니다. 아이들에게 남길 ‘위대한 유산’이 무엇이 될지 고심해봐야겠습니다.


2월 27일(월)에는 아빠 유형선의 목소리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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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17:43:19 *.153.200.103

유럽의 전래동요,  기막히게 좋습니다!

정은씨네 가족의 주제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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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5:10:25 *.202.114.135

저희 가족 주제가를 알려드릴게요~^^


그래그래, 너희 집엔 비단옷과 번쩍이는 보석. 
그래그래, 너희 집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정원. 
그러나 그러나, 우리 집엔 책 읽어주는 엄마가 있단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 집엔 글 쓰는 엄마가 있단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배님의 제주도에서의 1년 살기! 멀리서나마 저도 힘차게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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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7:33:40 *.145.103.48

"아빠 앞에부자’ ‘가난한이라는 말을 달지 말라

가난한 아버지를 이해해라. 그의 가난이 부패한 사회 속에서의 정직 때문이라면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를 가진 것이다. 또는 그의 가난이 돈을 좆은 것이 아니라 그저 지켜야 할 것을 지킨 탓이라면 그를 존경하라. 또는 그의 가난이 당신에 대한 책임 때문에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한 희생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어라. 그저 이유도 없이 가난해서 당신을 고생시킨 사람이라면 이제 당신이 그의 만년에 맛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생과 인생이 만나는 것이다." –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

이 글을 읽는데... 격하게(?)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분주한 마음으로 이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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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5:15:40 *.202.114.135

흙수저 금수저에 동의할 수 없었던 이유를 풀어놓은 멋진 글이 있었군요!! 멋진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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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8 12:42:31 *.211.89.171

두분이 한조로 쓰시는 시도, 참신하고 좋습니다.  따듯한 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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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08:49:44 *.202.114.135

남편과 주거니 받거니 글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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