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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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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6일 11시 55분 등록
"당신 생각은 어때? 우리가 금수저야 흙수저야? 아이들이 묻더라고!"
퇴근한 저에게 아내가 물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금수저라고 대답하기에 우리는 분명 가진 것이 적습니다. 이번 봄에 도래하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수천만원을 빌려와야 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그렇다고 이사를 갈까 생각해 보아도 역시 머리가 아픕니다. 결혼하고서 이사만 대체 8번째인지 9번째인지 헤아려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흙수저라고 대답하기에도 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억울합니다. 비록 전세이지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직장도 있습니다. 

"우리는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니야. 중간, 즉 쇠수저겠지."

대답을 들은 아내 표정이 변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입니다. 
"우리가 무슨 쇠수저야! 은행 부채가 얼마인데? 빚 빼고 생각해봐! 우리는 흙수저야!"

스마트폰 검색창에서 '금수저 흙수저'를 검색해 봅니다. 자산이 얼마 이상인지 아니면 연수입이 얼마 이상인지로 수저계급을 나눕니다. 빚을 제하고 나면 대체 우리 가족은 어느 수저로 분류되는 건지. 머리가 빙글빙글 돕니다. 

두 딸들이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는 달려와 똘망똘망한 네 개의 눈동자를 들이밀며 묻습니다. 
"아빠! 우리는 금수저에요 흙수저에요?"
"음...... 우리는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말이지...... 그래! 우리는 흙수저야! 흙수저 맞다!"

대답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리는 흙수저 아니라고, 우리도 뭔가 가진 것이 있다고, 우리가 흙수저 일 리 없다고 우기고 싶지만, 이런 마음 속 외침이 허무합니다. 몇 해 전에는 백일이 넘게 파업도 해 보았습니다. 직장에서 급여가 나오니 않는 순간이 닥쳐오면 불과 몇 달 만에 '소유'한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분명 경계선에서 살고 있습니다.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한 순간 너무도 허무하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금수저 흙수저' 수저 계급론을 놓고 몇 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회사 동료분들과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모두들 헛웃음을 치면서도 지금 무엇인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소유물들, 예를 들어 직장, 직업, 주택, 자동차 같은 것들이 너무도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금수저 흙수저' 논리는 분명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서글픈 현실을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목표는 금수저가 되는 거야!'라고 외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영혼마저 금수저에게 바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영혼을 금수저에게 바친 이들은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저들만으로도 세상에 차고 넘칩니다. 굳이 우리 가족까지 합류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쩌면 우리 가족에게 '금수저'가 없음을 감사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자고로 자녀 인생을 파멸로 모는 지름길은 바로 손에 쥔 '금'을 놓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일 겁니다.

흙수저 가족이 함께 나눌 것은 결국 '삶의 태도'일 겁니다. 우리는 분명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여행길이 인생입니다. 때로는 밤하늘 별을 보며, 때로는 비 그친 한낮에 떠오른 무지개를 보며 '감탄'하는 삶을 가족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 책을 읽고 싶습니다. 인류의 스승들이 쓴 인문고전들은 결국 '정답 없는 삶'에서 '자신만의 삶'을 '더불어 살아보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오늘은 또 어느 별로 여행을 가볼지, 오늘은 또 어느 꽃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찾고 책을 읽습니다.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게 어쩌면 삶의 유일한 목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금수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결코 삶의 목적일 수 없음을 가족과 나누고 살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되새기게 해 준 두 딸과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3월 13일 월요일에 아내의 목소리로 '우리가 흙수저라고?'이야기는 이어집니다.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2017년 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모집 안내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생전 구본형 선생님은 사람들의 변화를 돕기 위해 연구원 제도와 꿈벗이라는 2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하나인 연구원 제도가 2년 만에 부활됩니다. 10기에서 멈춰졌던 발걸음을 11기로 다시 힘차게 내딛을 예정입니다. 1년의 도전 자체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 과정은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도전함으로써 직접 그 변화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15782

2. <퇴근 후 인문학 교실> 신청 안내
지난 26년간 일반인들에게 인문고전 강좌를 열어온 성천문화재단에서 <퇴근 후 인문학 교실>에 참여할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과거 구본형선생님이 강사로 참여한 곳이자, 현재는 변화경영연구소 3기 박승오 연구원이 일하며 강좌를 기획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인문학 강좌에는 변화경영연구소와의 인연을 이어, 문요한, 홍승완 연구원 두 사람이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참고 바라며, 많은 신청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16860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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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17:41:01 *.153.200.103

주거니 받거니 환상적인 부부의 호흡이 아주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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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07:27:15 *.62.162.9
감사합니다. 사실... 주거니 받거니 한다기 보다는 상명하복 이라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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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7:41:43 *.145.103.48

"흙수저 이야기", 좋다.

나도 '경계선'에서 살고 있어서... 이 글에 홀라당 공감하나봐.

앞으로도 부부의 아름다운 화음, 기대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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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07:28:20 *.62.162.9
기회 주신데에 부응하도록 열쒸~미 써보겠습니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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