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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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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6일 15시 00분 등록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열일곱 살에 수녀원에 들어갔으나, 신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싸여 7년 만에 환속했습니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 공부를 계속했으나 박사학위를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간질 발작을 일으키고, 자살 기도를 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녀는 수녀로서 실패했고, 학자로서도 실패했으며, 머리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녀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삶의 밑바닥을 헤매던 그녀에게 찾아온 한 줄기 빛은, 의외로 ''이었습니다. 박사학위에 실패한 이후부터 책 읽기가 다시 재미있어진 것입니다.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읽은 수많은 문학 책들이 그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학계에서 추방된 직후, 문학을 이용해서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사람들에게 써먹을 만한 멋진 표현을 찾으려고, 예리한 통찰력을 과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무런 저의 없이 소설이든 시든 그냥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작품 그 자체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7년간의 수녀원 생활에서 듣지 못한 신의 목소리를, 문학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종교체험에 버금가는 황홀경이었습니다. 그녀는 문학을 통해 자신과 다시 마주했고, 고통스러웠던 7년간의 수녀원 경험을 책으로 직접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녀는 비로소 의무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사로잡고 넋을 빼앗는 일을 찾아내서 거기에 열과 성을 바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차이가 아닌 이들을 하나로 묶는 책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수녀원에서의 경험과 맞물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종교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그녀가 그런 방대한 책을 쓰기엔 무리라고 극구 만류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신의 역사>를 쓰기로 결심한 때부터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운명의 힘이 그녀를 다시금 신학으로 이끈 것이었습니다.

 

“나는 독학으로 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였지만 아마추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추어는 어차피 자기가 좋아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 아닌가. 나는 고독한 나날을 말없이 나의 주제에만 몰두하면서 보냈다. 매일 아침 어서 빨리 책상으로 달려가서 책을 펼치고 펜을 쥐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일반적 편견과는 달리 '아마추어'는 라틴어의 'amator'에서 유래되었는데 '사랑하는 사람(lover)'이라는 뜻입니다. '프로페셔널', '물질적 대가를 위하여 하는 사람'과는 반대 의미로 순수하게 그 일에 매료되어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각종 학위와 자격증, 수십 년의 경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능가하는 아마추어가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창한 의미나 명예, 돈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 일이 주는 몰입을 사랑함으로써 그들은 그 분야를 더욱 확장하고 대중화합니다. 카렌 암스트롱이 가장 세계적인 비교 종교학자가 된 것은 그러한 아마추어 정신의 승리였습니다. 그녀의 자서전 <마음의 진보>를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들에게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 <마음의 진보>, 카렌 암스트롱,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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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1.7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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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15:09:23 *.145.103.48

"'아마추어'는 라틴어의 'amator'에서 유래되었는데 '사랑하는 사람(lover)'이라는 뜻입니다. '프로페셔널', '물질적 대가를 위하여 하는 사람'과는 반대 의미로 순수하게 그 일에 매료되어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 아마추어에 이런 심오한 의미가 있었구나.

글구 변경인분들 "퇴근길 인문학 교실"도 많이 신청해 주세요. 저도 한타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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