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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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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3일 00시 48분 등록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그 후 이야기

우리가 '흙수저'라고? - 세번째 이야기



"우리도 금수저야. 우린 책부자잖아." 

작은아이가 말했습니다. 거실을 둘러봅니다. 아이말대로 우리집엔 책이 참 많습니다. 6년 전 온가족이 함께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책은 꼭 도서관에서 빌려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나면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헌책방이며, 책잔치며, 출판사의 패밀리데이를 활용해 한 권 두 권 사 모은 책이 꽤 됩니다. 그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알뜰살뜰 사 모았습니다.

 

쌓여있는 책들 사이에, 폴란드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 <내가 만난 꿈의 지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만난 꿈의 지도>는 우리에게 꼭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줍니다. 그림책의 시간적 배경인 1939년으로 돌아갑니다. 머나먼 나라 폴란드에는 전쟁이 온 나라를 덮쳤습니다. 그림책 속 가족은 피난을 떠나 낯선 곳의 손바닥만한 방에서 살게 되지요. 그것도 어느 낯선 부부와 함께 말입니다. 어느 날, 아빠는 빵을 사러 장에 갔다가 기다란 종이 한 장만을 들고서 돌아옵니다. 가족이 가진 돈으로는 손톱만한 빵 하나밖에 살 수 없었고, 그걸 먹어봐야 허기를 채우기엔 역부족일 거라 판단하신 겁니다.

 

기다란 종이의 정체는 바로 세계지도였습니다. 아! 빵 대신 지도라니요! 하루 종일 굶주린 배를 쥐고 아빠와 빵을 기다린 그림책 속 화자인 '나'와 나의 엄마는 화가 납니다. 그날 저녁, 같은 방을 쓰는 부부가 딱딱한 빵 쪼가리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 '나'에겐 끔찍한 고통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 '나'는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보고 홀딱 반해 버립니다. 지도를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지도에 있는 이상한 지역 이름에 음을 맞추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양 되뇌면, 진짜 마법을 부린 듯이 '나'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었거든요. 뜨거운 사막에도, 시원한 바닷가에도, 눈 덮인 산에도, 신비로운 사원에도, 과일나무가 가득한 숲에도, 높다란 건물이 빼곡한 도시에도 '나'는 갈 수 있었어요. 배고픈 것도 힘든 것도 잊은 채로 말이죠.

 

우리에게 꼭 있어야 하는 건 뭘까요? 전쟁 속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빵 한 조각으로 대변되는 '욕구'를 세계지도라는 '꿈'과 맞바꾸긴 <내가 만난 꿈의 지도>속 아빠에게도 무척 어려운 선택이었을 겁니다. 나와 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 순간의 욕망을 채우고 사라는 것 이상의 것, 늘 우리 곁에 남아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깨닫게 하고 꿈꾸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책이 많아서 좋아?"

작은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온가족이 허리를 졸라맸던 무임금의 시기에 다른 것이 아닌 책을 사 모았던 건 어쩌면 한 조각의 꿈을 위해서였을지 모릅니다. 작은 조각의 꿈들을 모아 우리 가족은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책이 많아서 좋다는 아이의 말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 가족 함께 책 읽기 만 4년간의 기록을 엮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출간하고서 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진중권, 윤구병, 구본형 등 유명 저자들의 저서 사이에 꽂혀 있는 우리 가족의 노란 책을 보면서 괜스레 위축이 된 저에게 출판사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국가에서는 초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대화 가능한 인간의 양성이라고 합니다. 즉, 소통이 가능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인 거지요. 그러한 국가에서 중산층의 개념은 책을 얼마나 가까이 두느냐에 그 기준을 둡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개념도 바뀔 것입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은 과도기에 매우 유의미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살만한가 살만하지 않은가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보다 '소통이 가능한가'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위축되었던 제 마음도 한결 나아집니다.

 

'금수저 흙수저' 담론에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이대로 계속 책을 읽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싶어서 말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계속 책을 읽어가기로, 계속 대화를 하기로, 계속 꿈을 꾸기로 말입니다.

 

3월 27일 월요일, 남편 유형선의 목소리로 이야기는 이이집니다.

 


  


박미옥 연구원이 운영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4기를 모집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우면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는 분이라면 용기를 내어 신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7830

 

수희향 연구원이 운영하는 유로에니어그램연구소에서 <성격별 운명전환 90일 실행과정>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해 운명을 바꾸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7707

 

김글리 연구원이 3월 <네이밍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통해 강점을 재발견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싶은 분들은 놓치치 마세요.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될겁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7647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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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10:11:36 *.7.57.145
순간의 욕구보다, 내 안에 있는 꿈이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해주네
"계속 책을 읽고, 계속 대화를 하고, 계속 꿈을 꾸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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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08:40:40 *.202.114.135

연대님~ 댓글 고맙습니다!!

힘찬 에너지에 저도 덩달아 기운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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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2:38:17 *.8.191.103

"소통이 가능한 인간"...참 요새 많이 듣게 되는 말들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으로만 기준을 정하다 보니 어느새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회가 그렇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다 그렇고 어느새 외톨이가 되어 버린 제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올해 들어 실천하고 있는 '책읽기 노력'이 가히 나쁘지만은 않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짬짬이 책장을 넘기려고 합니다.


좋은글에 용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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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08:47:50 *.202.114.135

우남매대디님, 반갑습니다~

소통이 절실한 시대에, 댓글로 말 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봄 날, 행복한 책 읽기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이란 말씀 저에게도 용기를 주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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