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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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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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1일 07시 39분 등록

월요일 아침, 메일함에는 커리어 컨설팅을 요청하는 메일이 도착해 있곤 합니다. 일요일이 끝나갈 즈음 내일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착찹한 사람들이 보내는 것이죠. 제 블로그나 책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은 지인들의 추천으로 전화가 걸려오기도 합니다.


저는 작년 12월부터 커리어 컨설팅을 중단했습니다. 컨설팅은 사전 설문지를 보내 의뢰인을 파악한 후 오프라인에서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보고서를 보내는 형식으로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컨설팅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사전 설문지를 받는다 해도 의뢰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2시간만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구요. 또한 컨설팅이 끝난 후 의뢰인이 어찌 되었는지 알길이 없었습니다. 가끔 코칭으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커리어 컨설팅이 의뢰인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고 경력개발 프로그램인 <나비커리어맵>을 론칭하면서 아예 중단하게 된 것입니다.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모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던 그는 이직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직이 하고 싶은 이유가 뭐냐, 이직을 한다면 어느 쪽으로 할 생각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직장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에 불만족하는지, 그 문제가 이직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면 자신이 원하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둘째는 쉬운 방법으로 답을 얻길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커리어 컨설턴트를 선녀보살이나 무릎팍 도사로 여깁니다. 이력서를 던져주고 사주나 관상을 봐달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대학 전공과 졸업 후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그와 통화를 하다 보니 이는 커리어가 아니라 삶 전반의 문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의 과거와 제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름길을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그것이 그에게 맞는 길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답은 자신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런 과정을 매우 귀찮아하는듯 했습니다. '난 그런 거 하기 싫어요. 그냥 답만 알려주세요.'와 같은 태도랄까요?


셋째는 컨설팅이 불가능한 사람들입니다. 나이는 많은데 전문성이 빈약하거나 경력 공백이 길어 재취업이 어려운 경우들이죠. 또는 제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조언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도와주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기꾼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요한 일이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급한 일에 얽매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사는 직장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열심히 노를 저어 갔는데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라면 얼마나 허탈할까요? 너무 늦게 목적지를 알게 되어 움직일 동력이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통해 직접 찾아야 합니다. 


이번 주말은 잠시 멈추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해 보시죠. 빨리 보다 제대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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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1 08:31:31 *.45.30.238

"결국 답은 자신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기가 찾아야하는것"

저역시 이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인내 그리고 시행착오와 깨달음이 하나,둘 모여 자신이 나아가야할길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거니까요.

 

구본형 선생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제자가 준비되면 위대한 스승이 나타나듯, 사람이 준비되면 위대한 사건이 일어날수 있지않을까요.

 

아무리 소중한것이라도 그것을 귀한것인지 모른다면 그건 아직 때가 아닌것같습니다.

 

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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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2 23:21:05 *.35.229.12

경목님, 항상 부족한 글에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때가 안된 사람은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이 각성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륜이 쌓이면 더 보이는 것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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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1 12:29:33 *.8.191.103

최근 머릿속을 멤돌던 의문에 대한 현답을 주셨네요.

회사생활이 어느정도 궤도에 접어들고 주변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옮기고

좋거나 나쁜거나 한 일들로 승진이나 고배를 맛보고 있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내 위치에 대한 고민만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저 역시도 정말 잘 할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고 회사의

챗바퀴에 열심히 외길만 보고 달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들의 의견과 생각에 나를 맞춰 가려고만 했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에

내 진심을 전해본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의 자극들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수 있는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오늘 글 역시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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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2 23:23:38 *.35.229.12

오늘 제 프로그램인 <나비커리어맵> 오프수업이 있었어요.

홍승완 연구원의 특강이 있었는데 삶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를 계속 외면하면

운명이 점점 더 난폭해진다고 하네요.

승일님도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무시하지 마시고 귀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운명이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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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1 22:50:11 *.215.153.2

컨설팅이 어려운 세번째 유형이 바로 저 ㅠ ㅠ

급한일에 얽매여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가 바로 저라서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네요.

급한일에도 허덕이다 보니 정작 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ㅠ ㅠ

하지만, 어떻게라도 시간을 내서 중요한일을 해야 할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몇년 눈팅 후 첫 댓글을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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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2 23:24:41 *.35.229.12

첫 댓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첫발을 떼셨으니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하나하나 챙겨보세요.

더 이상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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