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옹박
  • 조회 수 108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4월 3일 16시 32분 등록

 

 

어머니는 아이를 장애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자폐증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는 울화를 참지 못해 늘 무언가를 부수고 충동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자신을 놀리는 아이를 때려 퇴학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신경발작 증세까지 겹쳐 이중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청소년기는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의 삶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적응을 힘들어하던 그녀는 우연히 "당신들 앞에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라는 목사의 설교를 듣습니다.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그녀는 그 후 며칠 동안 사랑과 환희가 열리는 문을 찾아 다닙니다. 옷장 문, 목욕탕 문, 앞문, 마구간 문 등 모든 문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어느 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낡은 건물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사다리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갑다. 그녀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거기에 문이 있었다! 그 문은 작은 나무문이었으며 지붕으로 통했다. (…) 그 중 한 창문 앞에 서서 산 뒤에서 돋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떤 위로감이 나를 감쌌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현재의 평안함과 미래의 희망을 느꼈다. 사랑과 환희의 기쁨이 나를 감쌌다. 나는 그것을 찾았다! (…) 사다리를 내려올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고,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닌, 즉 구원받은 사람이 되어 걸어 나왔다. 나는 운명의 문을 찾았다고 느꼈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녀는 목수들이 '까마귀 둥지'라고 부르는 그 방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작은 방에 들어가면 마음이 가라앉고 많은 생각이 떠오르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당시의 혼란, 사람들과의 갈등을 차분히 생각했습니다. 몇 달 전 이모의 가축농장에 갔을 때 소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사용하는 '가축 압박기'에 들어갔던 경험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녀 앞에 놓여 있는 미래가 무엇이든 그것은 작은 나무 문을 통해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던 어느 날,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 작은 문을 열고 지붕위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삶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에게 문을 넘는 것은 '새로운 노력과 새로운 분야로 나아간다'는 것을 상징했습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삶을 향해 힘껏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자폐증을 극복하고 대학의 문을 열었고, 사람들과 소통의 문을 열었으며, 자폐증의 영향으로 '동물처럼 느낄 수 있는 재능의 문을 열어 동물의 본능을 존중한 가축 시설을 설계했습니다. 더불어 자폐인의 감정과 인식세계에 관한 책을 집필함으로써 전 세계 자폐아들과 만나는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가축 시설의 3분의 1이 그녀가 설계한 것이며, 그녀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동시에 자폐증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성소(聖所)란 이런 곳입니다.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공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삶을 반추하는 공간, 속세로부터 밀폐 봉인된 나만의 작은 예배당 같은 곳 말입니다. 템플 그랜딘은 '까마귀 둥지'라는 작은 공간에 머물면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당신의 성스러운 공간은 어디인지요? 스스로를 봉인하고 '독립적인 실체'가 되는 그 곳은 어디인가요?

 

*오늘 소개한 책: <어느 자폐인 이야기>, 템플 그랜딘, 김영사

 

 

공지 1. ‘꿈 프로그램’ 43기를 모집 중입니다. 4/28()부터 4/30()까지 진행됩니다. 23일 동안 10명 내외의 인원들이 합숙하며 변화경영연구소의 관련 전문가들과 새로운 삶을 모색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19235

 

공지 2. 4기 연구원 로이스가 운영하는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가 저렴한 비용으로 모임 공간을 제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cafe.naver.com/morningpage/6759

 

공지 3. 정신과 의사인 문요한 연구원(1)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치유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4월 한달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강좌를 진행합니다. 저렴한 비용(5만원/1개월)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강의를 들어보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6860

 

 

 

 

 

 

 

IP *.193.253.1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6 창업의 첫번째 단추 - 탄탄한 기술 [14] 이철민 2017.03.30 1142
1655 아흔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커리어 컨설팅 [6] 재키제동 2017.03.31 981
1654 여성 리포트 - 비교는 경쟁력이다 書元 2017.04.01 953
» 당신의 성소(聖所)는 어디에? 옹박 2017.04.03 1082
1652 식품첨가물, 이것 만은 피해서 먹자! file [4] 차칸양(양재우) 2017.04.04 1328
1651 [일상에 스민 문학] 인생의 첫출발 file [4] 정재엽 2017.04.05 1272
1650 창업의 두번째 단추 - 풍부한 경험 [2] 이철민 2017.04.06 1236
1649 아흔일곱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오해와 진실 [4] 재키제동 2017.04.07 1267
1648 이 쉬운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4] -창- 2017.04.08 1235
1647 '시'로 말해요 - 첫번째 이야기 [2] 제산 2017.04.10 952
1646 당신과 함께 ‘선운사’ 한번 목청껏 소리높여 불러 봤으면 [4] 차칸양(양재우) 2017.04.11 1171
1645 [수요편지3- 책읽는 어른남자] [4] 수희향 2017.04.12 1053
1644 창업의 세번째 단추 - 빌리려면 하지 마라 [2] 이철민 2017.04.13 1103
1643 아흔여덟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평가에 대하여 재키제동 2017.04.14 1126
1642 여성 리포트 - 갱년기 타파 [3] 書元 2017.04.15 1087
1641 텅 비어있어 실상을 보는 눈 [1] 옹박 2017.04.17 1136
1640 사랑은 현실을 딛고 피어날 때 더욱 더 아름답다 file 차칸양(양재우) 2017.04.18 1095
1639 일상에 스민 문학-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file [2] 정재엽 2017.04.19 1066
1638 입지선정-진흙탕은 피해가세요 이철민 2017.04.20 1183
1637 아흔아홉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코칭 프레즌스 [2] 재키제동 2017.04.21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