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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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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5일 02시 40분 등록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세요?” 


한 강연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이판사판이죠 뭐.”


순간, 강연장은 꺄르르- 하는 웃음이 번졌습니다. 저도 따라 웃긴 했지만, 사실 심각하게 답변을 드린 것이었습니다. 책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기대한 청중들께서는 저의 솔직한 답변이 의외였던 모양입니다.

 

순전히 제목하나로 고른 책이 있습니다. <인생의 첫출발>.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작품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현재 저의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보통 3월이 새 학기, 새 친구, 새로운 선생님들로 분주하죠. 그런데 저는 조금 늦은 4월이 되어서야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15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작년 말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던 점들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교가 그럴 것이고, 태어난 국가가 그럴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직장'이 그러했습니다. 집안의 가업을 잇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 생각했고, 천직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이것을 잘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15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에 제 운명이 있었습니다. 저의 숙명은 회사를 해 나가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회사를 '정리'하는데 있었던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부도와 그로인한 후폭풍에 저의 운명이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물론 당황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되려고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고,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오퍼를 마다하고 가족 기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폭풍이 어디까지 휘몰아칠지, 결국, 나는 어디에 정박하게 될지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어깨에서 힘을 빼고, 파도가 이끄는 대로 나의 몸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회사를 떠나기로 한 작년 말 이후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강연장에서, 사석에서, 동창모임에서 많은 지인들과 선후배들을 만났습니다. 한번은 유명 커리어 코치를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시더군요.


직장을 구하시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세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선한 영향력이요.”


그 코치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분께서는 내 손에 얼마를 쥐어주는 직장, 복지 혜택은 얼마, 휴가일은 며칠인지 구체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하지만, 저는 절실했습니다. 정말 선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직장, 제 인생을 새로 시작할 선한 영향력의 직장이 절박했던 것입니다. 제 책 <파산수업>의 강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월부터 시작된 저의 운명은 바로 아이메디신(iMediSyn)’이라는 회사입니다. ‘도시에서의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뇌파중심의 멘탈 웰니스를 지향하는 회사인데,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부여된 선물,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운명과 현재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뇌파를 통해 더 잘 알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다른 조건은 일절 보지 않고, 바로 이 조직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저 없이 합류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가 아른 거립니다. 일 분이라도 일찍 가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떨리는 조직입니다. 출근길은 두근거리기만 합니다. 마치 연인을 만나는 것 마냥 콧노래도 흥얼거립니다.

 

발자크의 <인생의 첫출발> 속의 오스카르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혼자 여행길에 나섭니다. 파리에서 탄 마차에서 승객들과 나눈 쓸데없는 이야기로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이후 친척의 도움으로 법률 사무소의 서기로 취직하지만 카드놀이로 공금을 날리게 됩니다. 결국 그는 군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게 됩니다. 그 덕택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하고 한 지역의 징세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오스카르의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만, 인생과 직장에 대한 절실함이나 숭고함, 혹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자기 자신을 담아 놓고 세상과 교통하려는 통속적인 캐릭터입니다. 발자크는 이 작품을 통해 1830년대 긍정적인 에너지가 소멸된 젊은이들의 기회주의와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선한 영향력으로 조직을 선택한 것에 감사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열심히, 부지런히, 그리고 기운 펄펄나게 제 자신을 녹일 생각입니다. 매사에 감동적으로 경험하면서 말입니다.

 

이튿날 그는 자신의 예상보다는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그 전날에는 살 가치조차 없다고 여겼던 자신이 배고픔을 느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오직 정신적으로만 고통 받았던 것이다. 그 나이에는 정신적 인상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인상이 아무리 깊이 각인되었다 한들 뒤따라오는 인상에 의해 약화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P.166)


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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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0.1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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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07:52:52 *.45.30.238

"선한 영향력"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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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11:31:12 *.38.8.36
감사합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려는 마음, 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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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3:01:05 *.70.57.214
첫출발.
이젠 파산수업이 아니라, 귀환수업이 되겠구나.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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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7 16:02:47 *.215.23.91

고맙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오스카르의 볼 빨간, 두근거림,  

그 떨림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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