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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때때로 주변에서 유머로 듣는 말입니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속의 대사죠. 주인공이었던 군인의 말투가 유행어가 되고 이제는 자주 들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말이 꼭 유머로만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성취를 이루고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죠. 그 어려운 것. 유머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진짜 어려운 일들을 잘 해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 들을 참 많이 해냈습니다.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라는 말을 당당하게 쓸 자격이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럴 리가요.
대학입시, 취업, 결혼. 이 중에 쉬운 게 있나요? 누구나 하는 거라고 하지만 누구나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들이지요. 그 어려운 걸 우리는 해낸 사람들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혼도 합니다. 결혼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요.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용기 있게 말이죠. 이 살기 어려운 시대에 한 생명을 만들고 아빠 엄마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 흔해 보이고 별 것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저 단어 하나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하나가 삶의 변곡점을 만든 것들입니다. 인생을 방향을 바꾸어 놓는 그 대단한 것들을 우리가 해낸 거죠. 그러니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우리가 해내지 못하는 일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것들은 신기하게도 쉬운 일들입니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는 걸 우리는 참 어려워합니다. 이런 것들 말이죠. 별 것 아닌 일들에 짜증 안 내기. 함께 이야기 하는 상대방을 향해 웃어주기. 따뜻한 봄 햇살을 기뻐하기. 저녁밥을 가족과 먹기. 음식을 만든 아내에게 맛있다고 말해주기. 버스에서 자리가 나면 감사하기. 피곤한 나를 다독여주기… 놀랍지 않나요? 우리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니요. 더 놀라운 건 이런 것들이 정말 쉬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낸 우리는 이렇게 쉬운 걸 해내지 못 합니다.
이제 그 어려운 일들은 그만 해내면 어떨까요. 그 쉬운 일들을 해내는 걸로 관심을 돌려보는 거죠. 어려운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큰 물줄기를 잡아줍니다. 쉬운 일들은 그 물줄기 속에서의 기쁨과 평온 그리고 재미를 만들어 내지요. 우리가 해내는 어려운 일들도 중요하지만, 쉬운 일들도 그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건 오히려 쉬운 일들입니다. 오늘은 이유 없는 짜증을 한 번 덜 내면 어떨까요. 내일은 의미 없는 약속을 미루고 가족과 저녁을 먹어보세요. 모레는 아내에게 아주 반찬이 맛있다고 말해보는 거죠. 막상 해보면 정말 쉬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는 거지요. “이 쉬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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