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
- 조회 수 1249
- 댓글 수 4
- 추천 수 0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때때로 주변에서 유머로 듣는 말입니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속의 대사죠. 주인공이었던 군인의 말투가 유행어가 되고 이제는 자주 들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말이 꼭 유머로만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성취를 이루고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죠. 그 어려운 것. 유머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진짜 어려운 일들을 잘 해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 들을 참 많이 해냈습니다.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라는 말을 당당하게 쓸 자격이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럴 리가요.
대학입시, 취업, 결혼. 이 중에 쉬운 게 있나요? 누구나 하는 거라고 하지만 누구나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들이지요. 그 어려운 걸 우리는 해낸 사람들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혼도 합니다. 결혼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요.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용기 있게 말이죠. 이 살기 어려운 시대에 한 생명을 만들고 아빠 엄마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 흔해 보이고 별 것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저 단어 하나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하나가 삶의 변곡점을 만든 것들입니다. 인생을 방향을 바꾸어 놓는 그 대단한 것들을 우리가 해낸 거죠. 그러니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우리가 해내지 못하는 일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것들은 신기하게도 쉬운 일들입니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는 걸 우리는 참 어려워합니다. 이런 것들 말이죠. 별 것 아닌 일들에 짜증 안 내기. 함께 이야기 하는 상대방을 향해 웃어주기. 따뜻한 봄 햇살을 기뻐하기. 저녁밥을 가족과 먹기. 음식을 만든 아내에게 맛있다고 말해주기. 버스에서 자리가 나면 감사하기. 피곤한 나를 다독여주기… 놀랍지 않나요? 우리가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니요. 더 놀라운 건 이런 것들이 정말 쉬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낸 우리는 이렇게 쉬운 걸 해내지 못 합니다.
이제 그 어려운 일들은 그만 해내면 어떨까요. 그 쉬운 일들을 해내는 걸로 관심을 돌려보는 거죠. 어려운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큰 물줄기를 잡아줍니다. 쉬운 일들은 그 물줄기 속에서의 기쁨과 평온 그리고 재미를 만들어 내지요. 우리가 해내는 어려운 일들도 중요하지만, 쉬운 일들도 그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건 오히려 쉬운 일들입니다. 오늘은 이유 없는 짜증을 한 번 덜 내면 어떨까요. 내일은 의미 없는 약속을 미루고 가족과 저녁을 먹어보세요. 모레는 아내에게 아주 반찬이 맛있다고 말해보는 거죠. 막상 해보면 정말 쉬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는 거지요. “이 쉬운 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36 | 아흔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가족 [6] | 재키제동 | 2017.03.24 | 1247 |
2935 | "물은 셀프~~" [2] | 이철민 | 2018.01.18 | 1247 |
2934 | [월요편지 70] 슬픔은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2] | 습관의 완성 | 2021.08.02 | 1247 |
2933 | 마흔아홉, 하루 6 | 書元 | 2016.03.19 | 1248 |
2932 | 자녀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홈스쿨 철학논술 (1/2) | 제산 | 2018.03.18 | 1248 |
2931 | [월요편지 100] 부정적 생각에서 5초 만에 벗어나는 방법 [4] | 습관의 완성 | 2022.03.20 | 1249 |
» | 이 쉬운걸 제가 해내지 말입니다 [4] | -창- | 2017.04.08 | 1249 |
2929 | 가난한 결혼,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1편) [2] | 차칸양(양재우) | 2017.07.04 | 1250 |
2928 | 마흔아홉,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8 | 書元 | 2016.04.16 | 1251 |
2927 | 선(善)이 무엇이냐 물으시는 스님의 질문에 | 김용규 | 2016.05.19 | 1252 |
2926 | 인공지능의 시대, 창의성이란?(마지막편) | 차칸양(양재우) | 2016.10.25 | 1252 |
2925 |
좋은 글은 객관성을 포착한다 ![]() | 연지원 | 2016.07.25 | 1253 |
2924 | 두 나그네를 그리며 | 연지원 | 2015.11.23 | 1255 |
2923 | 산과 미운 나 [2] | 장재용 | 2021.10.26 | 1255 |
2922 | 마흔아홉, 만남 그리고 진실 [2] | 書元 | 2016.04.30 | 1256 |
2921 | 저 꽃이 선(善)이요 진(眞)이며 미(美)인 까닭 | 김용규 | 2016.05.26 | 1256 |
2920 |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김용규 | 2016.09.08 | 1256 |
2919 | [용기충전소] 자신을 비웃을 줄 아는 능력 [4] | 김글리 | 2021.07.09 | 1257 |
2918 | 페북 간 보기 | 한 명석 | 2016.09.28 | 1258 |
2917 | '빨딱병'과 조류 독감, 그 이면에 감추어진 현실(1편) [2] | 차칸양(양재우) | 2017.01.24 | 12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