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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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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0일 00시 26분 등록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그 후 이야기

'시'로 말해요 - 첫번째 이야기


 

어릴 적 꿈이 있었습니다. 입 밖으로 내기에 부끄러워 꽁꽁 숨겨만 두었던 꿈,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만 두었던 꿈 말입니다. 까맣게 잊고만 살았습니다. 그 꿈은 바로 ‘시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였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아이가 쏟아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어’들을 주워 담기 바빴습니다. 네 살쯤 되었을까요? 유아용 한자 사전을 읽는 재미에 빠져있던 큰아이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바람 풍, 구름 운, 빛 광

여기 다 있네

 

큰아이가 다섯 살에 작은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날, 큰아이가 말했습니다.

 

꽃은 원래 별이었어

별은 원래 꽃이었어

꽃은 별이 떨어져서 된 거야

 

봄비가 후두둑 떨어지던 날,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작은아이가 말했습니다.

 

꽃이 목이 마르면 비가 오지요

 

하지만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이의 말을 받아 적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는 화를 벌컥벌컥 냈고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울컥울컥 했습니다. 너무 많이 참았던 걸까요? 저는 결국 ‘버럭’하고 말았습니다. 밀물처럼 후회가 밀려옵니다. 조금만 더 참아볼 걸 그랬습니다. 먼저, 말을 걸어봅니다.

 

“좋은 시가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바람 풍, 구름 운, 빛 광 여기 다 있네

 

꽃은 원래 별이었어

 

꽃이 목이 마르면 비가 오지요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봅니다. ‘내가 이렇게 예쁜 말들을 했단 말이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써 준 쪽지를 읽어줍니다. 제목은 ‘엄마의 고달픈 삶’입니다.

 

엄마는 참 불쌍하다

엄마보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수린이를 안고

내 짜증을 다 받아주고

또 수린이 짜증을 다 받아주고

설거지를 다 하고

집청소를 다 하고

빨래를 다 하고

또 빨래를 다 널고

엄마는 참 불쌍하다

엄마가 왜 디스크에 걸렸는지 알겠다

 

초등학교 2학년생은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과 동생이 짜증을 부리는 걸 엄마가 다 받아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엄마가 무척 힘들 것이라는 것도요. 어느 새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이의 두 눈이 살짝 붉어집니다. 모녀는 그렇게 화해를 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저뭅니다.


4월 24일 남편 유형선의 편지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알림1] ‘2017 출판도시 인문학당’에서 ‘인문학으로 - ‘가족’을 세우다 - 인문학을 통해 되찾은 ‘가족’ 그리고 ‘행복한 삶’의 길 - 을 주제로 강연합니다. 인문학으로 가족을 세우고 싶은 분들의 신청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9454

 

[알림2] 오병곤 연구원의 새책 <실용주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출간되었습니다. 스마트하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60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19323#3

 

[알림3] 꿈벗 43기를 모집합니다. 어제와 다른 더 새롭고 더 나은 나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신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8910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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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08:04:29 *.45.30.238

'꽃이 목이 마르면 비가오지요'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그래서 지난주 경주에도 비가내렸나봅니다.

 

글감사히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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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10:08:28 *.223.26.212

모녀의 화해, 감동적이네요.

엄마와 딸의 따뜻한 시선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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