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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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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2일 08시 30분 등록

쪼꼬맣구나

…! 지금까지 어른들께 귀엽구나 혹은 똘똘하게 생겼다 혹은 그도 아니면 참하게 생겼다라는 말은 들어왔지만 쪼꼬맣구나.. 라는 말씀은 그때까지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거의 웃음기 없는 표정에 눈썹이며 눈매며 진하게? 생기신 첫 인상에 찍소리도 못하고 차에 올라타며 또다시 괜히 신청했나.. 슬며시 후회가 올라옵니다. ‘책에서 쓰신 글은 굉장히 자상하고 부드러우셨는데아니신가…” 하는 반신반의를 누르며 말문도 닫고 뿌연 창 밖만 내다보며 한참을 달려가 드디어 어느 펜션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도착해보니 성탄절 이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뭐야?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 겨울에 이렇게나 많은거야?’

저는 제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들 앞에 우선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고나 하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반응 내지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세상에 나와 비슷한 고민으로 성탄 이브에 이런 곳에 모여드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 얼떨떨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 .. 세상에서 나만 동떨어진건 아니구나.. ‘ 하는 안도의 한숨도 나오며 방 배정을 받은 뒤, 이윽고 레몬주스만 마시며 각자 소개를 시작으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입 안이 시~! 합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아 이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 , 또 저 사람은 저런 삶을 살아오고 등등. 기수에 따라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분노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는 걸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저희 기수는 서로 먼저 발표하라 순번을 내주며 뒤로 물러들 섰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차차 알고 보니 거기 모인 대부분이 내향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날이 지나면서 그다지 드라마틱함 없이 흘렀고 저 역시 무덤덤했습니다. 그냥 태어나 처음으로 내 마음 속 이야기를 낯선 타인 앞에서 풀어낸다는 것이 어딘가 쑥스러우면서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고 다음날이 약간은 기대되는 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낯선 곳인 만큼 살짝 긴장을 해서 저로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스승님께서 조용히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남자 어른의 책 읽는 모습이 익숙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어릴 적 아빠의 책 읽는 모습이 아주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이었지만, 너무 희미해서 늘 마음 한 켠에 그리움으로만 자리잡고 있던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어느 낯선 펜션에서 남자 어른의 책 읽는 뒷모습을 보고 저는 순간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마음 속에서 아빠는 왜 그 날 이후 집에서 한번도 책을 읽지 않으셨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찍 일어났구나스승님께서 돌아보시며 부드럽게 말씀을 건네십니다.  

그런데 문득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터집니다. 그 땐 제 자신이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공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눈물이 터져 나오니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때까지는 남들 앞에서 눈물은커녕 표정관리도 나름 철저하다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해 연구원을 지원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그 순간이 제가 오래도록 아빠에게 바라던 것으로 따스함과 든든함에 대한 그리움이 하나되어 제 마음을 정곡으로 찔렀다는 사실은 훗날 내면작업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지만, 그 때는 그냥 직감으로 그리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더 당황스러웠던 건 꿈벗 마치는 날 아침 마지막 발표를 하는데 모두 앞에서 5기 연구원에 지원할거라는 말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평상시 내향형에다 극히 신중한 성격상, 절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낼 때까지는 그 어떤 일도 입밖에 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 날은 어쩐 일인지 어딘가 나사 하나가 풀린 것 같았습니다.

 

왜 이러지? 이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왜 이러지? 이건 전혀 나답지않잖아! 입 다물자. !’

그랬습니다. 꿈벗에서 처음 만난 스승님은 그 어떤 화려한 경영학적 기법을 사용하시지도, 현란한 미사여구를 뿜어내며 당신을 과대 포장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진정성만으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낯선 이들 앞에서 순간 울컥하게 만드시고, 의식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저답지 않게 하고 싶은 일을 소리 내어 토해내게 하셨습니다. 그런 스승님의 네 번째 추모제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진짜 깊은 울음을 울어보지 않고는 참다운 삶의 기쁨에 동참할 수 없음을 변경연 연구원이 되고 깨달았습니다. 삶은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이 된 축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진한 깨달음을 남겨주고 떠나신 스승님을 기리며 저희는 또 한번 새내기 후배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2009년 겨울 알싸함의 끝자락과 초 봄이 겹쳐있는 어느 날, 처음 써보는 미스토리 201차 관문과 모든 분들이 지켜보는 변경연 홈페이지에서의 한 달에 걸친 북리뷰와 칼럼쓰기 2차 관문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3차 관문인 면접 테스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 2차 레이스를 거치며 이전보다 더욱 간절히 연구원이 되고 싶었던 저는 며칠 전부터 후덜덜 긴장과 떨림이 시작되며 면접 테스트에서 뭔가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되었고, 제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야 말았습니다. 선배 하나가 면접 여행 뒤 저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스승님께 강력히? 말씀드린 사태까지 벌어졌기에 말입니다^^::: 여러분, 제가 과연 면접 여행 때 무슨 일을 저지른걸까요..? ^^:::  하마터면 오늘 이렇게 여려분께 편지를 드릴 수 없을지도 몰랐던 가슴 철렁한 제 면접 테스트 이야기는 2주뒤에 계속됩니다!

 

변경인 여러분, 꽃들이 저마다 흐드러지는 이 봄날, 유한해서 더 아름다운 이 시간들에 흠뻑 취하시는 날들 되세요! 그럼 저는 2주 뒤에 뵙겠습니다^^

 

수희향 올림.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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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bhgoo.com/2011/819353

     

  2. [출간소식] 오병곤 연구원 신간 실용주의 소프트웨어 개발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자, 터닝포인트 경영연구소 대표 오병곤 연구원이 신간 실용주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출간하였습니다. 인문학 유전자를 탑재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답게 무조건 코딩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개발도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방법 60가지와 실용주의 소프트웨어 개발 실천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19323

 

  1. 수희향의 <1인회사 연구소 – 520일 원데이 창직 워크숍> 모집 안내

1인회사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소수정예 <창직 워크숍>520일 진행됩니다. 인구절벽과 고용불안이 맞물린 4차 혁명시대를 맞아 이제 창직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자 기질적 고유성을 찾고, 기질에 맞는 창직 로드맵을 설계해보는 창직 워크숍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9689

 

IP *.121.1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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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09:10:48 *.45.30.238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

그렇지만 한번쯤은 내이야기를 토해낼수있는 상대를 만난다는것.

그런 만남을 갖을수있었다는것은 행운인것같습니다.

 

글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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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0:05:49 *.121.155.58

네. 스승님과 이곳 변경연과 인연이 닿은건

제 인생 최대의 행운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경목님 또한 이곳에서 좋은 인연 많이 만드시기 응원하며

늘 따듯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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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3 16:31:37 *.120.85.98

"존재의 진정성"

 스승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군요.


 면접여행때, 강공발언을 하신 분은 누굴까요? 궁금하네요.

 혹시 이 분 신상털리는 건 아닐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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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3 18:20:31 *.121.155.58

ㅎㅎ 그 분이 사실 제가 연구원되고 몇달뒤 직접 말씀해주셨어요.

안그랬음 절대 모를 일이었는데요. ㅋㅋ


그 선배야. 지금도 그 일을 기억하실런지 어떨지... 저도 궁금하네요^^ ㅋㅋ

근데 제게 직접 말씀주실만큼 맘이 곱고 예쁜, 제가 좋아하는 선배중 한분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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