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리아랑
  • 조회 수 1696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17년 4월 15일 22시 06분 등록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의 구본형은 누구인가.

 

나무는 그대로이지만 줄기에 달린 저 잎은 작년과 같은 잎이 아니다. 매년 책을 내기로 자신과 약속한 저자는 자신의 책을 계절이 다하면 떨어지는 낙엽과 같다 하였다. 그렇게 지난 계절보다 더 나은 변화 속에 존재하길 원했던 저자였기에 그의 낙엽 같은 책마다 다른 저자소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마흔세 살에 시작하다를 쓴 시점에서의 50세의 저자 구본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2000 IBM을 퇴사하며 20년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 한 그는 퇴사 전에 무려 3권의 책을 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8)’,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월드클래스를 향하여(2000)’가 그것이다. 1997 IMF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흔들렸고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그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큰 성공을 거두며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된다. 첫 책의 성공과 함께 1인 기업가로서 자신이 기획한대로의 삶을 살아가던 저자는 50세가 되던 2004년에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아름답게 기획하는 책을 내게 된다. 그 책이 바로 마흔세 살에 시작하다라는 책이다(마흔세 살에 시작하다는 원래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을 냈을 당시의 50세의 구본형은 한량 구본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남의 시선에서 이미 자유로워진 상태이다. 그만큼 하루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그렇게 쉰의 고개에 올라 앞으로의 풍광을 내다보는 동시에 그 고개를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40대는 절박함과 위축감으로 불면의 밤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내적 고통을 자신만의 수련을 통해 내면적 성취와 함께 사회적 성공으로 이끌어 낸다. 44세에 첫 책을 내고, 45세에 두 번째 책을, 46세에 세 번째 책을 냄과 동시에 퇴사를 하여 성공적인 1인 기업가의 삶을 산다. 48세에는 저자가 꿈꾸어 왔던 공간을 북한산 자락에 마련한다. 그러한 40대를 돌이켜보는 50세의 저자의 마음엔 자신감과 뿌듯함이 가득하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면 마흔세 살에 시작하다에서는 한량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보인다. 실제로도 50세의 저자는 인생을 즐기고 자연을 통해 신과 더욱 가깝게 만나며 행복하게 산 것 같다. 스스로 일궈낸 성취의 변곡점에 뿌듯해 하며 10년 후의 아름다운 10개의 풍광을 그려보는 저자. 그의 정신적 리즈시절에 쓰여진 책,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펼치고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가 아닌 너도 나처럼 살아봐라며 자랑하는 저자의 빛나는 삶을 읽어보자.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장 지난 10

 

22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과연 그런가? 지금의 내 인생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맛일까? 육즙이 가득한 만두일까, 저자의 말대로 진한 사골국일까? 아무래도 식은 피자 같은 데 어딜 봐서 먹기 딱 좋은 시절이라는 겁니까.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라도 먹기 딱 좋은시절로 만들어야겠다.

 

22 마흔은 한 움큼 잡히는 옆구리 살에서 시작한다. 술 취한 다음 날 아침이 괴로와지고 숙취가 길어지면 마흔도 익어간다. 읽기 위해서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고 신문을 점점 멀리 보내면서 마흔의 황혼기로 접어든다.

23 묵직한 몸과 휑한 머리로 자신 없는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대해진 육체와 달리 정신은 알 수 없는 불안을 감지한다. 내게 마흔은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25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나는 분명 고독하게 지내고 밤도 보내고 있는데 왜 자라질 않는거니. 뭐가 부족한 거니.

 

25 불면은 내게 또 다른 고독을 즐기게 해주는 방법이다. 단지 나 스스로 불면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이놈이 찾아오면 맞아줄 뿐이다. 나는 자신이 있다. 동물은 자신의 신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은 반드시 자도록 만들어졌으니까.

 

26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변화의 기술을 나에게 들이댄 변화경영 전문가의 그림으로 이어졌다. 지식은 지식에 적용됨으로써 증식된다. 그리고 지식을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체험한다.

 

29 산신령 같은 노인의 도움으로

나도 산신령 같은 노인을 만났으면, ‘백락을 만났으면. 그러나 그 전에 내가 천리마여야 우주의 땡김으로 산신령이 나타날 것이야. 그래도 기존에 몇 명의 산신령을 만나긴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간절할 때 산신령이 나타났었네. 산신령은 간절함과 욕망의 냄새에 민감한가 보다.

 

29 뼈도 아주 성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30 자유는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확실한 것, 굳건히 서 있는 것들의 질서 안에서 자유는 끝나고 만다.

 

31 훌륭한 작품은 그것이 어떤 표현 방식을 가졌든 인생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32 그러나 마흔조차 흘러간다. 무엇을 했단 말인가! 무엇을 이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흔 살은 성취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시절이라는 점이다.

 

32 마흔 살에 들어서면서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눈이다. 신문을 자꾸 멀리 두게 되고, 깨알 같은 글씨를 볼 때는 끼고 있던 안경을 머리 위로 재빨리 얹게 된다.

 

33 어떤 늙은이가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목격한다.

터를 잡으려고 슬그머니 그리고 뻔뻔스럽게 다가오는 저 노인네. 굴러 들어오는 저 롤링스톤같은노인네가 박힌 내 젊음에게 조만간 방 빼라며 밀어낼 것이다. 저 노인네를 어떻게 할 것인가.

 

34 이 당혹스러움이 바로 40대가 이어가는 증상이다.

 

34 불과 몇 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는 시간의 끈이 절단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불쑥, 어떤 끈으로도 과거와 연결되지 않은 채 지금이라는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35 시간적 격리

35 나는 단지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며,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36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문제에 끌려 다니는 것을 더욱 싫어한다. 나는 문제를 일상에 던져진 예기치 않은 모험과 도전으로 인식하곤 했다.

 

37 안고 살면 되는거지.

37 나이와 더불어 인간의 경제적 쓸모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37 완숙한 성취의 시기가 아니라 정리의 시기가 된 것이다.

37 과거가 사라진 상태에서 미래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면 갈 곳이 없다.

 

37 40대는 이제 특별한 사회적 상징을 담은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가장 정력적인 나이에 버려진 나이다.

 

37 남아 있어도 그들은 이미 사라지는 사람들이 되었다.

38 너무 어린 나이에 뒷방 노인이 된 마흔이여.

 

2장 마흔 살

 

44 ‘늦음을 찬양하는 슬로비(slobbie)가 되어슬로 푸드(slow food)를 먹고 물질에서 도망가 자연을 즐기고 산에 오른다.

 

50 모든 관절이 녹슨 문짝처럼 삐걱거리고 겨우 걷고 먹을 수밖에 없게 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비극이다.

 

50 그동안의 실패의 전력 때문에,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저만치 물러앉는다. 노력이란 얼마나 지루한 가시밭길인가!

 

51 ‘어른아이(adultlescent)’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듯이 자신의 나이를 못 견뎌하는 어린 어른들도 있긴 하다.

 

52 남자는 마치 지는 해처럼 시들지만 여자들은 뜨는 보름달처럼 절정을 향해 달린다.

아니 어딜 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폐경기니 하며 달 보며 우울해지기는 사십 대의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53 여성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이런 르네상스적 힘과 공격력을 회복하게 된다.

53 정신적 에너지를 자기 안의 대상을 공격하는 데 쓰게 됨에 따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55 마흔 살 너머의 창조는 학습과 훈련과 가벼운 정신적 태도의 산물이다.

 

55 지혜란 숭고하고 철학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삶을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56 젊은 시절에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용했던 이분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삶의 전체 모습을 해석할 유연하고 더욱 복잡한 새로운 지혜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56 스스로 해석한 세상을 가지게 된다.

 

57 치료란 역경과 비극을 극복하는 것이다. 중년은 강력한 치유력을 요구한다. 물질적 관심이나 외부의 성공은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이지만, 서서히 쇠약해지는 육체에 갇히게 되면 정신적인 치유가 필요해진다.

 

58 마흔이 되면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58 쓰임을 받으면 애써 일하고, 버림을 받으면 스스로 즐기면 된다. 부름을 받으면 신명을 다하는 것이고, 그들이 잊으면 일상을 즐기며 스스로 벌어 궁색하지 않게 먹고 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의 태도 정말 좋다. 버림을 받으면 스스로 즐기고 부름을 받으면 신명을 다하라.

 

59 그것은 막연히 한 번 더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똑 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1막에서 엑스트라였던 사람이 2막에서 돌연 주연으로 바뀌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가? 마흔 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의 지루한 2막이 아니다.

전반부, 후반부 또는 1, 2막이 아니라 아예 전생과 후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전생의 경험을 지닌 채 또 다른 육체에서 태어나는 마흔이라는 후생.

 

61 40대는 사회적 폐기물이 된 자신을 구해내어 빛나는 삶으로 창조하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 가능한 시기다. 어쩌면 반전만이 이 시기를 사는 교훈일지 모른다. 전환과 변곡, 이 두 단어야말로 40대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언어이다.

 

62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낭비되는 하루가 도박에 거는 푼돈처럼 비유가 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62 나의 40대는 죽음과 친근해진 10년이었다.

 

3장 직장생활

 

68 20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변화에 대해 내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자신만의 유일함을 찾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키워드로 표현될 수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김호 대표가 생각났다. 김호 대표를 떠올리면 사과’, ‘위기관리등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요새는 설득이라는 목소리를 추가하신 것 같고. 나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어떤 목소리를 생각할까? 목소리를 찾자.

 

69 가지고 있는 모든 시간을 현재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69 자신의 미래를 위한 R&D로서 현재의 일부를 투자할 수 없었다.

 

69 변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 불행한 자들, 또는 불행을 인식하는 자들의 과제였다.

나는 어떤 부류인가. 지금 불행하진 않아. 어쩌면 인생 중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시기인데. 나는 왜 변화를 필요로 하는 걸까. 아마도 더 나은 나를 위한 욕망.

 

69 나는 이 인기 없는, 그러나 모두를 괴롭히는 과제에 집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 시각, 세상을 보는 나만의 안경, 그 안경의 색깔이나 굴절, 그 안경의 브랜드를 만들자.

 

69 내 이야기를 팔러 다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69 내 유전자 속에는 그 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70 내가 붙잡은 길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70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71 내가 할 일이란 초라하고 어두운 객석에 앉아 박수를 치는 일밖에 없다는 것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자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식의 도우미 역할 정도는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런데 그것도 좀 슬프다는 거지.

 

71 나는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은 역사학도였다.

 

71 왜 그렇게 그 단어가 연인처럼 다가왔을까? 아마 가난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난이라기보다는 기질에서 그 까닭을 찾을 수도 있겠다. 순한 사람이 나쁜 사람에게 끌리는 것처럼 저자의 조용한 기질은 혁명과 같은 다혈질스러운 어휘에 끌렸을 수도.

 

72 조국에 대한 열등감

72 화려한 가난의 전복

신데렐라의 꿈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반전과 전복을 꿈꾼다. 점진적인 개선은 지루하지. 하지만 그러한 지루한 과정이 전복을 가능하게 한다. 62페이지에서 언급되었듯 도박에 거는 낭비되는 푼돈 같은 하루가 아닌 매일의 투자가 반전과 전복의 비밀병기!

 

73 저항과 벽들이 생겨나는 양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74 사고의 혁명을 남보다 빨리 냄새 맡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사고의 첨단에 있었던 셈이다. 일자리는 증발하고 있었다.

유행의 첨단이 아닌 사고의 첨단이라. 사고의 얼리어답터가 되면 좋겠다. 높은 산에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물결(‘일자리는 증발하고 있었다’)을 볼 수 있었다는 그 시각이 부럽다.

 

74 바탕기술 자체를 바꾸게 될 것

75 평생직업은 끝없는 학습으로만 가능한 움직이는 타깃이 되고 말았다.

75 임시성과 비정규성이 업무를 주도하는 속성이 되고 있었다.

75 모든 신뢰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었다. 단기적 전망과 사고가 변화와 돌변의 시대를 이해하는 경제적 키워드였다. 사업의 개념도, 제품도, 디자인도, 고용도, 경쟁의 정보도 모두 단명하는 새로운 경제가 물밀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한 단명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영혼의 장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75 조급한 자본

75 단기적인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장기적인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늘 삐걱거렸다.

76 나는 조직이 변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77 자발적 퇴직제도는 오히려 인재 유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77 그들은 부유하는 것들의 속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품처럼 떠돌았다. 거품이 가진 속성, 화려함과 불안정성이 공존했다.

 

78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회사의 부담이 되고 있었다.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이여. 나름 그것도 생존방식.

 

78 내 미래에 활용해야 하는지

나이가 든다는 변화 역시 어떻게 내 미래에 활용하면 좋을지

 

78 필요의 원칙

79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나의 키워드가 있는가.

 

79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

 

79 늘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처럼 빼내기 어려운 자리

대체 불가능한 인력

 

80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전문성이 자격증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격증 역시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 자격이야말로 내면에서 길러져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80 그들은 세상의 흐름에 대한 대략을 알고 있다. 또 그들은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단추를 끼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요한 사람들은 떠남을 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81 조직의 외부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것

 

83 양식을 챙겨 떠난다 하더라도 곧 바닥이 날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여행을 하며 양식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동성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론니 플래닛을 만든 그 부부들처럼. 세계를 떠돌면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

 

83 자신을 팔러 다니는 그들이 불쌍해 보였다.

 

84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했다. 나는 사람의 관계는 가능하면 순수한 것이 좋다고 신봉하는 축에 속하는 숙맥이다. 나는 이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이해관계로 얽히는 것은 나도 너무 싫다. 내가 온 몸이 히스테리로 가득 차 있던 노처녀 시절, 다단계를 하는 누군가가 웨딩박람회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얼마나 사람을 자신의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보면 저렇게 맥락 없고 배려 없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단지 나의 노처녀 히스테리만은 아니었다.

 

84 나는 세일즈 대신 나를 마케팅할 방법을 모색했다.

84 유전자는 바뀌지 않는다.

 

85 적극적 수동성, 즉 유혹은 늘 설득의 강력한 수단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경영학은 유혹이라는 싱싱한 단어를 죽은 단어, 즉 마케팅이라고 불러왔다.

 

85 무너진 자기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86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86 그 파도를 높이 탔다.

 

87 내게 천둥처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나는 내가 기획하는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에게도 그 순간이 왔으면. 내가 기획하는 세상. 부디 천둥처럼 오길, 가랑비처럼 오면 감질난다.

 

87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을 광고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변화경영 전문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무대에서 어떤 타이틀로 데뷔할 것인가. 관객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을 지, 또는 그 관객들마저 가고 남은 자리에서 그들이 즐긴 이후의 현장을 치우고나 있을지.

 

87 나는 새로운 직업을 하나 만들어낸 셈이다.

이번 책 읽으면서 김호 대표님 생각이 많이 났다. 직장에 연연하지 말고 직업을 만들어라. 김호 대표님은 저자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가, 아니면 난 사람들은 알아서 비슷한 사고의 경지와 실천의 단계에 이르러 서로 닮는 것인가.

 

88 박사라는 사회적 인증의 과정과 틀은 내게 아무런 흥분도 주지 못했다. 전문가는 학위와 자격증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과거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끊임없는 자기학습에 의해 날마다 새로워질 뿐이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깊이 공감.

 

89 사기와 진실의 경계를 걷는 것

89 ‘경계선을 걷는 사람(edge walker)’

 

89 첫 책이 나오고 일 년 뒤인 1999년 봄에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라는 연속성이 있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것 역시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제목이 너무 좋다. 책 제목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었을까 직접 지었을까.

 

91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91 이제 스스로의 작은 나라를 세워야 했다.

 

92 내 안에서 군주적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나의 나라, 나의 세계, 나의 꽃을 피워야 했다. 그것은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었다. 그러나 꽃 터지는 봄은 왔다. 피워야 할 꽃, 만들어야 할 세계가 생긴 것이다.


4장 얼굴 페르소나

 

109 인생에 대하여 약간 시무룩한 편이어서 맥이 없어 보이는지도 모른다.

 

109 내면의 에너지가 출력되는 것이 약한 듯하다.

나는 반대로 에너지 출력이 눈으로 되어 눈이 반짝인다는데 문제는 잠깐만 반짝인다. 변덕이 심하다. 태양열과 같은 지속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112 내 얼굴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의 한계 속에 머물면서 겨우 몇 가지의 모습으로 고착되어 있었다. 고착의 패악은 정신을 경직시킨다는 점이다.

얼굴에 꽂히셨는지, 생각이 너무 많이 나아간 듯.

 

113 문학이 우리에게 숨 쉴 곳을 제공하는 이유는 김수영의 표현대로 기본적으로 불온하기 때문이다.

 

113 내 불꽃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아주 적게 먹고도 살 수 있다. 요만큼만 있어도 먹고살 수 있다

 

114 모든 속박은 먹고사는 것으로부터 왔다.

 

114 움직인다는 것은 자유의 한 표현인데 인형의 자유는 모두 묶어놓은 실에서 온다. 인형의 자유는, 그러므로 아이러니하게도 속박으로부터 온다. 실을 끊으면 인형은 움직일 수없다.

 

115 그저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애쓰다 아파트 한 채를 남기고 일흔 여섯 살의 나이로 죽었다.’라고 기록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조만간 묘비명도 써보자. 펄벅은 자신을 정신적 혼혈아라고 했고 저자는 정신적 여행자라 했다. 마지막에 나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명사와 동사와 형용사는 어떤 것일까.

 

115 어느 날 다시 정신을 차린다.

116 우리의 내면은 늘 신과 만나는 장소이다.

116 신이 가장 머물기 좋아하는 장소들이다.

117 거리에 대한 파토스

 

117 자신을 다른 사람과 더 다르게 만들려는 열정이다. 더 많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차이를 끊임없이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117 책임이 더 이상 구속이 되지 않도록, 일이 더 이상 밥벌이가 되지 않도록, 자유가 더 이상 방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118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세월은 일방적으로 지날 수밖에 없으나 어떤 공간을 지나느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나를 찾아서 더 많은 공간을 마구 헤집고 다녀보자. 아직 무릎이 받쳐줄 때.

 

5장 가족

 

124 아이의 천성을 만들어낸 유전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나는 유전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신분세탁도 아니고 학벌세탁도 아니고 유전자세탁을 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빠의 좋은 점만 물려받은 아이들. 따라서 딱히 유전적 책임이랄 것이 없다. 아이들아 고맙다.

 

124 부모로서 가르침이 있어야 하고, 가르침 너머 함께 즐기고 어울리며 공유하는 친구로서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125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128 공유할 공간과 시간

131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134 어쩌면 10년쯤 후에는 지금의 ‘1인 기업이 부녀가 함께 경영하는 ‘2인 기업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7년에 나온 책이고 10년 후인 2017년에 이 글을 보니 마음이 그렇다. 2017 4 8, 추모식을 마치고 11기 연구원 장례식 때 우리를 찍는 구본형 선생님의 따님을 보았다. 비록 2인 기업은 아니지만 따님이 그 역할을 이어 받고 있으니 10년 후를 그린 저자의 그림과 많이 다르지 않다.

 

137 교육모듈

영혼을 담을 수 있는 모듈.

 

137 나는 더 이상 바쁘고 싶지 않다는 점

138 나는 아무 곳에서나 어느 때나 일할 수 있다.

138 아마 찾아내지 못했다면 영원히 잠 속에 묻혀버릴 뻔한 보물 같은 땅이었다.

 

139 가장 소중한 그들이 바로 나의 구속이 된 것이다. 그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145 환기를 하듯 다시 그 자유를 찾아나서곤 했다.

146 비즈니스는 그저 전문성을 나눌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하면 된다.

 

147 순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성공 속에는 늘 그동안 나는 뭘 했나.’하는 자신에 대한 문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6장 자연

 

154 남도를 한 달 반 정도 줄곧 걸은 적이 있다.

157 고독 너머에 있는 연결 끈을 더듬더듬 찾아내게 된다.

158 느닷없는 통찰력

161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삶이다.

 

161 왜 변해야 하느냐고? 흐르는 강물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하늘의 구름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바다의 물결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존재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163 “숲에는 움직이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

163 온몸이 다 꽃이지는 못하다. 그러나 단풍은 온몸으로 불탄다.

뜬금없는 떠오름이긴 한데 도루묵은 온 몸이 알이라서 깜짝 놀랐다. 먹을 때마다 톡톡 터짐. 도루묵 먹고 싶다.

164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다. 기쁨은 도처에 있고 늘 활동 중이다.

 

165 새로운 인생 20년을 기획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서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했다.

 

166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오래된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아왔다.

166 자연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방식을 나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데려왔다.

 

167 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다니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다. 나에게는 발이 없다. 나는 한 곳에 서 있다. 나는 나무와 같다. 스스로의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키워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고 찾아오게 하는 것이 훨씬 나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무를 통해 자연 속에서 하나의 자연이 된, 나에 대한 가장 유사한 상징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167 나의 모든 힘은 어두운 내면으로부터 온다. 어두운 곳은 언제나 비옥한 토지였다.

 

169 나무는 해마다 한 해의 삶을 기록한다. 한 겹의 나이만큼 줄기에 그 흔적을 남기고 두꺼워지며 키가 더 자라게 된다.

 

170 나에게 낙엽은 내 책이다.

 

170 나무는 한 곳에서 서서 점점 더 멀리 본다. 발이 없는 대신 세상을 떠돌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낸다.

책으로 하는 세계여행.

 

171 아욱씨가 변비약으로 좋은 것은 그 속에 이런 화학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온갖 씨들이 그런 약효가 있었구나. 실제 변비처방에는 도인(복숭아 씨앗)’을 처방한다. 대부분의 씨앗은 윤장작용(대장을 윤기 있게 하는 것)이 있다. 들기름, 참기름 모두 씨앗에서 추출되듯.

 

171 온갖 약초들은 곤충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자신을 퍼뜨리기 위해 고도의 화학물질들을 개발해낸 것을 인간이 약으로 활용한 예다.

 

173 ‘내게 귀화한 생각

173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육에 담아

173 그것이 내가 도처에서 번영할 수 있는 전략이다.

174 어떤 것은 시멘트 같은 마음속에서 죽을 것이다.

174 자연은 아주 많은 낭비를 즐긴다.

175 세상을 향해 많은 시그널을 보내야 누군가 대답하게 된다.

175 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라.

175 그러나 세상의 유행에 따르지 말라. 자연의 맛은 독특하고 차별적이다. 자신만의 맛과 향기를 가진 품종을 만들어내라.

 

7장 건강

 

180 의학기술이란 자연이 질병을 치료해주는 동안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볼테르

180 놀이정신은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의 한 장면이 된다. 출근하듯 운동을 한다.

181 물기를 잃고 낙엽의 바삭거림을 잉태하게 된다.

 

181 나무의 울창함은 사라지고 남겨야 할 씨앗이 중요해지는 시절이기도 하나.

영혼을 담을 그릇을 빚을 시기

 

182 젊었을 때의 상상의 대부분은 흔적 없이 날아가고 겨우 몇 개만 우연한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상상이라도 많이 해놔야겠다. 젊을 때엔 꿈을 많이 꾸는 게 좋구나. 타율을 높이려면.

 

183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185 자연은 다산과 낭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186 죽음은 무분별하고 과다한 욕망을 제거해줌으로써 생명체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와준다.

 

187 이러한 죽음에 대한 통찰이 의사나 과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학자나 문학자 또는 역사학자,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본 위대한 인물들에 의해 훨씬 더 잘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은 이런 동질성 때문인 것 같다. 철학은 의학을 선도한다. 생각이 늘 기술을 선도한다.

 

195 시력이 다른 감각기관의 성장을 막아놓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197 월급쟁이가 과로를 치료할 수 없듯이

 

199 마흔은 죽음이 삶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영적인 나이의 시작

친구 딸의 표현대로 마흔은 마음부터 세기 시작하는 나이. 마음을 키우고 영혼을 살찌우기 시작하는 나이.

 

201 “신이여, 우리 각자에게 합당한 삶을 주소서.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삶에 걸맞은 합당한 죽음을 주소서.”

어울리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림을 그리다 붓을 쥐고 죽는 화가처럼, 등산을 하다 산에서 죽음을 맞이한 등반가처럼. 나의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은 무엇을 쥐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 곁엔 누가 있을까?


 

8장 길에서

 

206 하나는 추억이고 하나는 꿈이다.

206 모두 한 줌의 기억

 

208 나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과거시제로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거 정말 좋은 연습인 것 같다. 미래를 구체화 해주고 그 미래를 위한 현실의 실천을 자극한다.

 

209 정신적 여행자

 

210 추억과 꿈은 같은 것이다. 하나는 일어났다고 믿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꿈이다. 하나는 이미 깨어난 꿈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꿀 꿈이다. 둘 다 지금이라는 현실을 속박한다. 또는 지금을 구원해준다. 때때로 그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212 그 길은 시간의 통로이다.

 

215 길 위에서 죽은 여행자처럼 완벽한 여행자가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맞이해야 하는 죽음, 자신의 삶과 어울리는 장소에서 어울리는 모습으로 죽는다는 것은 그 역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다. 산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박영석 대장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 위에서 죽은 여행자, 산 속에서 죽은 산악인의 죽음은 완벽하다. 허영만은 나의 최후라는 제목으로 작업 도중 죽은 자신의 최후모습을 한 컷 만화로 남긴 바 있다. 나도 나의 최후를 한 컷의 그림과 기사로 만들어봐야겠다.

 허영만의 마지막.jpg

 

217 그 위대한 순간들의 주인이며, 또한 그 초라한 순간들의 책임자였다.

218 어린 시절의 기쁨은 그 잔치의 기름냄새와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과 웃음과 섞인 식기 부딪치는 소음들 사이에 있었다.

그 기쁨은 외숙모들의 땀으로 이뤄진 것임을 결혼 후에야 알았다.

 

219 ‘삶이 나에게 요구한 것’, 즉 내 삶의 의미

내 삶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여자로 태어나게 했을까. 74년에 태어나 80대 학번 선배들과 달리 즐거운 대학시절을 보낼 수 있게 했을까. 86년에 화상을 입게 했을까. 08년에 결핵약 부작용으로 힘들게 했을까. 09년에 결혼을 시켰을까. 왜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게 했을까. 왜 한의사 남편을 만나게 했을까. 삶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걸까. 행운과 불운이 언제나 뒤섞여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다.

 

220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참지 못하고,

221 어려운 일을 당하여 그 일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221 몰입된 순간 순간을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

221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222 많이 얻으면 그만큼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만큼 행복하다. 베풂은 씨앗 같은 것이라 주위에 뿌리면 수많은 결실과 함께 되돌아온다. 더 많은 씨앗을 얻게 된다.

 

222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것은 세월이 지나면 희미해질 내 삶의 발자국이고,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꿈과 추억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갖고 갈 것인가. 갖고 갈 것은 추억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남길 것이 마련되지 않았다. 영혼을 담을 그릇을 빚는 것, 이것이 나의 화두이다.

 

223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9장 집, 공간

 

226 좋아하는 일들이 바로 내 일이 되어 있는 세계 속으로 왔다.

228 뜰 안에서 깊은 산 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29 그 시간의 아련함이 다가와 잠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기도 한다. 시간의 나그네가 되어 가벼운 투명외투를 걸치고 젊고 푸른 청년의 옆으로 기척도 없이 다가가 그때의 나를 지켜보기도 한다.

230 누군가가 시인을 방문했는데

엑스맨같으니라구. 왜 그 때 나타나서 시를 중단시키냐.

 

231 시인의 꿈은 현실 속에 시를 남겼다.

231 꿈 속으로 가서 더 많이 이해하길 바란다.

231 독서와 꿈과 쓰기

233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터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234 언덕은 아름다운 조망을 위해 필수적이다.

235 창문마다 예쁜 산수화 액자 같다.

236 이사 온 후에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237 뱃속의 아기가 달이 차서 어쩔 수 없이 쏟아져 내려야 나올 수 있듯 꽃들도 제 힘으로 터져야 한다.

237 민감한 시인들은 그래서 꽃 터지는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난 시인은 못되겄다. 그 정도의 민감함은 상상이 안되네.

 

239 나는 비로소 경이로운 세상 속에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일상 속에서 스스로 찾아내게 되었다.

239 아무 이용 가치도 없는 순수한 배움의 즐거움

240 생존의 목적은 똑같다. 비슷하게 보여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241 나는 왜 하나의 욕망이 그렇게 중요한지, 동시에 왜 다른 욕망들은 절제할 수 있어야 하는지, 뜨거운 날 잡초를 뽑으면서 생각해보았다.

242 내가 키우려고 마음먹은 작물을 선택

242 오직 하나의 욕망이 자랄 수 있도록

243 식물은 한 번은 전성기에 이르는 것 같다.

243 그러다 우연히 글 쓰고 강연하는 사람이 되었다.

243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243 공간이 인간을 만든다는 말은 맞다.

243 나는 인간의 마음에 흡착되는 자연의 마음을 익히게 되었다. 북한산 자락에 앉아 있으니 위대한 스승의 품에 안겨 있는 셈이다.

249 산에 가서 걷는 것도 좋고, 이렇게 작은 정원 하나에 매달려도 좋으며, 댓 평쯤 되는 텃밭에 매여 여름을 보내도 좋다. 즐거운 일이다.

253 개 역시 사랑과 싸움을 통해 자라난다.

255 그리고 마흔여덞에 북한산 아름다운 언덕 위에 내가 바라던 공간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

대략 10년은 원하는 공간에서 지내셨구나.

 

10장 학습

 

259 무진장한 시간을 돌려받았다.

261 가래 같은 한마디의 욕

263 취미가 여전히 취미일 수 있도록 애를 썼다.

 

264 논다는 것은 순수하며 아무런 이해를 따지지 않는다. 경제적 계산을 넘어 빠져들게 한다.

게임이나 도박 역시 몰입도가 강한데 이런 몰입과의 차이는 뭘까.

265 문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작품이다.

269 여행은 곧 자유인데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에서조차 얽매이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270 나라는 특별한 여과기를 거쳐 새로운 표현법을 얻게 된다.

 

274 배우고 또한 익히다가 결국 자신을 그 바람결에 실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하늘을 날 수 있다.

 

274 배움은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고 가슴에 안는 것이다.

277 자신과의 최초의 결별이었고, 자기 자신으로의 추락이었다.

 

280 ‘미래란 과거와 현재에 이어지는 다음 시간이 아니라, 이미 와서 우리 곁에 있지만 감지되지 않거나 오해 받고 있는 시간이다.

오해와 착각이 아닌 이해와 사랑’, 내 곁에 있는 미래를 이해하고 사랑해야겠다.

 

283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

285 이게 짜릿한 하루의 양념이다.

286 나는 경영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공간에 배치시킴으로써 훌륭한 휴식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목욕탕을 만들고 싶다. 냉정하고 가혹한 경영 속으로 뜨거운 김이 솟구치는 인문학적 유산을 배치시킴으로써 돈으로 피폐한 영혼과 벌거벗은 몸을 돌아볼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학문적 관심사이다. 그것은 현실세계 속으로 꿈을 침투시키는 작업이었다.

이미지가 구체적이라 훔치고 싶은 표현이다. 나도 내 꿈을 이렇게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88 커다란 파도 같은 힘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11장 일

 

294 모조리 그대로의 순서로 되돌아온다.

294 내 일은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294 나는 날마다 무수한 반복보다 무수한 변화를 원한다. 그러므로 내 일은 반복을 거부하는 것이다.

 

295 물결은 무수한 반복이 아니라 무수한 변화이다.

297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297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일

멋지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297 이 초라하고 궁핍한 일은 돌연한 에피소드를 통해 통쾌한 반전을 만들어낸다.

 

300 열정과 가슴의 힘 없이는 현장의 바람에 대항할 수 없다. 설득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설득은 감정의 폭우를 필요로 한다. 감정을 담지 못하면 설득에 성공하기 어렵다. 열정을 가진 사람처럼 믿어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열정은 가진 사람처럼 믿어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출판사에 찾아가자. 내 책 내주겠지. 그렇게 일빛출판사 사장님이 낚였고 후회하고 계신다. 출판 후 출산할 거라곤 생각도 못하셨고 낭패셨던 것 같다.

 

301 실험이 곧 창의성이다.

소설구성도 실험의 일환으로 시도하신 거 같은데 재미가 없어요.

 

301 세상을 살며 그것이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303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변화경영이라는 전문 분야를 대중이 즐겨 읽고 실천할 수 있도록 된장 풀고 고추장 넣어 먹을만하게 끓여준다는 생각은 시도할 만한 일이었다. 처음 해본다는 것은 기회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기회의 선점만큼 강력한 브랜드 전략은 없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라는 재능과 변화경영이라는 전문 경력을 결합시켜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나는 글쓰기라는 재능과 인터뷰라는 소통형식과 중국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까. 경쟁력과 매력을 만들 수 있도록 좀 더 다듬어 보자.

 

304 자신의 강점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기질이다.

305 시대를 벗어난 존재

306 나를 깨우는 일에 능숙해지면 다른 사람이 깨어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307 나를 키워준 것은 오히려 약한 마음이 늘 얻어오는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은 치유력이었다. 갈등이 나를 키워주었다. 마음속의 싸움을 통해, 비록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싸움은 생각보다 나쁜 것이 아니었다.

 

308 시기와 원망은 경쟁을 통해 서로를 발전시켜준다.

 

310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 지겨운 연습, 그것이 내 목을 조른다.

나는 내 목이 졸릴 때까지 연습을 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나마 요새 중국어를 꾸준히 한 편.

 

311 성공 뒤에는 성공을 향한 탐욕이 있었다. 경쟁에 대한 에너지, 시기와 질투와 원망이 있었다.

 

311 내 언어로 고쳐 쓴 쪽지

312 이 내면의 영웅이 스스로 일어나 초려에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313 ‘자기 스스로를 얻을 수 있다면천하에서 자신을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다.

 

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315 말보다는 문자가 지니는 조용한 설득력

316 우리는 유일함을 통해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비범한 사람으로 자신을 안내할 수 있다.

316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숙달해야 한다.

 

316 다시 배우는 불편과 새로 배우는 흥미를 반죽하면 일상은 다시 깨어나고, 일은 같은 일이지만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318 가능한 꿈을 꾸는 현실주의자, 나는 이것을 희망적 현실주의자라고 부른다.

새로운 개념이네. 멋지다.

 

318 스스로를 인생의 재료로 삼는 것

 

318 내 글은 강렬한 유혹이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지배해서는 안된다. 삶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서 나는 내 삶 자체가 매혹적이기를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이것을 나는 매혹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319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 된다.

 

320 자신의 목에 감긴 밧줄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당기는 행위가 바로 쏟아냄이 들어옴을 초과하는 지식유출을 방관하는 행위다.

 

321 고작 그 강연장 안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뿐이었다.

 

321 ‘좋은 말은 강연장이라는 무균실에서만 살아 있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에 불과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부서지며 다시 어제의 관성으로 합류되는 사람들을 보며 자괴감이 많았다.

좋은 말이 일상에까지 뿌리 내리려면?

 

321 나는 내 이야기의 생명력을 더 연장하고 싶었다.

요요가 오지 않는 메시지

322 청중의 개인적 관심사

322 흡착력 있는 내용

 

322 집단에는 에너지가 있다. 뜨거울 때도 있고 미지근할 때도 있다. 뜨거울 때가 좋다. 그 뜨거움은 강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염된다.

325 지지자로 둘러싸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는 것이고, 그 무리 속에 휩싸이는 것을 즐긴다. 위로받고, 격려받고, 무언가 된 듯한 짜릿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325 떠나는 것에 의지한 자는 불안하게 마련이다.

한 때 소유했던 젊음과 아름다움과 재산과 성취도 그러하다. 그러니 왕년을 이야기 하지 말자. 더 없어 보인다.

 

325 모든 화려한 자들은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근신할 줄 알아야 한다.

327 잠자는 영혼

 

332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작년인가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한 말은 이 강의에서 한 명만이라도 내 메시지를 받고 일상을 보는 시각이 변화되면 그것으로 성공이다였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나로 인해 단 한명의 일상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라는 말을 했다. 질적으로 의미 깊은 이야기인 동시에 양적 부담을 덜해주면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334 결국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약올리는 방식 때문에 기소를 당했고 사형에 처해졌다.

 

334 적절한 적대감은 결국 본인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지 않고는 과거를 떠날 수 없다. 자기의 창조와 생성은 어쨌든 스스로를 공격해야 한다. 씨앗을 쪼개야 싹이 나올 수 있다.

 

335 하루를 바꾸고 일상을 바꾸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에게 우연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도 책을 통해 당신의 우연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336 변화 속에는 늘 피의 냄새가 난다.

 

337 상황의 먹이가 되어 쫓기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이 변화의 요결임을 강조한다.

광고에서도 그러하다. 이젠 수요에 공급을 제공하는 시장이 아니라 demand creation.

 

343 조용한 선동가

 

343 자신의 꽃이 다른 꽃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선동한다. 그리고 그 꽃을 피워내 이 세상에 그 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선동한다. 꽃씨와 불씨가 되는 것……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비즈니스이다. 내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세 개의 에필로그

 

349 그 믿음은 내 속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349 자연과 만나고 쓴다.

350 새벽의 생각은 밤의 이상주의가 꿈으로 빚어낸 생각이고, 앞으로 다가올 낮 동안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다.

 

361 가끔 이룸에 대한 집착이 내 삶을 깨는 것을 보곤 했다.

삶을 깨는 수준은 아닌데 가볍게 금이 가며 골절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십 대가 되면 나름 일가를 이룬 또래들의 소문이 들려온다. 나는 뭐했나라는 자괴감이 드는 건 사실이지. 다만 집착하지 않을 뿐이다(그렇게 돌아서면 잊으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363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363 기업은 반드시 본업으로 고객을 도와야 한다.

우리 한의원은 엔간한 중소기업보다 후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남편과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은 원장이 믿을만하다, 정직하다가 전부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치료율을 높여야 한다. 낫게 해야 한다. 본업으로 고객을 돕는 것이 우선이다.

 

364 더 큰 범죄를 위한 사소한 속죄의 형식일 뿐이다. 돈이 면죄부 역할을 하는 것을 타락이라 부른다. 본업으로 사회를 도와야 그 일 자체로 의미와 보람이 된다.

 

평설

 

366 혼자 놀 줄 아는 사람

370 그런데 나의 혼자 놀기는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하였다.

나도! 은둔리아답게 혼자 진짜 잘 노는데 왜 도달한 곳이 없는거니. 나 지금 어디에 있니.  

 

371 나를 재료로 실험하고, 노력을 실험하며, 운을 실험해볼까.

 

371 “10년의 기록과 10년의 기획을 통해 내가 알아낸 것은 삶이 이야기라는 점이다. 자신의 삶을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리하여 누군가가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 나는 이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내가 내 손 안에 가지고 있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들에 대하여 열광한다.”

나의 삶은 결혼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결혼 전 삶은 모험과 위험이 가득했지만 결혼 후 지금의 삶에서 모험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가 현재 내 삶의 이야기가 그닥 흥미진진하진 않고 왕년만 이야기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나이에 걸맞는 흥미진진한 모험은 무엇일까.

 

372 단식이 자기 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 새로운 자유의 경지일 것 같다. 먹고자 하는 오래된 욕망의 뿌리, 음식으로 대표되는 소유와 향락문화로부터의 자유, 나 자신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언제고 도달하고 싶다.

몇 번의 전란을 겪은 세대여서 그럴 테지만 하여간 기본적인 생활의 보장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것은, 굶어죽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니까 내가 매우 가난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거예요. 가난하다거나 넉넉하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며 내가 용기를 얻었다는 것은 굽히고 살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 점 때문이었습니다(박경리,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p. 27)

 

어떤 정신적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듯 어떤 교집합이 존재한다. 작가 박경리 역시 원주로 내려가 텃밭을 일구어 살면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 굽히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구본형 선생님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와 통한다. 나도 일상에서 나를 속박하고 있는, 내가 중독되어 있는 습관의 사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먼저 깨어보자. 믹스커피 좀 그만 마시자. 라면은 끊었다.

 

373 아직 내가 살아있는 당대가 더욱 중요하다. 나의 이야기를 고쳐 쓸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나의 이야기를 써라.

회는 먹으면 안되겠지요?’라고 묻는 말기암 환자가 드시고 싶은 거 다 드세요. 회도 드시고 싶으면 드세요라는 대답을 의사로부터 들었을 때 그 환자는 절망을 느낄 것이다. 비록 병들은 인생이라 할 지라도 아직 약을 쓸 수 있을 때, 아직 수술을 할 수 있을 때라면 가능성이 있는 인생이다. 손 쓸 수 없는 인생이 다가오기 전에, 아직 복구 가능한 인생일 때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자.

 

373 나의 꼬락서니가 여실히 드러났다. 얼마나 즉흥적이고 단순하게 살았는지 기가 막혔다.

아니 이게 뭐라고 왜 내 마음을 무찌르니. 무찌르다 못해 후벼파네.

 

373 오류로 판명될 수밖에 없는 씨앗을 품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어느 자리에서도 승부를 보지 못하고 떠나왔다. 난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가.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칡덩굴처럼 얽혀 있는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373 생긴 대로 살자, 더욱 나답게 살자는 결론도 나왔다. 나의 특성으로 승부를 보자.

나의 특성이 뭘까 고민해보자. 추진력이 좋고 소통에 능하고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소개팅 주선도 참 많이 했는데. 듀오같은 걸 차렸어야 했나.

 

374 인생 60년에 맞추어진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인생 100년으로 다시 프로그래밍 되는 시기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 하나를 덤으로 받았는데, 오래된 연령차별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374 이렇게 역사적인 과도기에 나도 우연히 나이 들기 시작했다.

나도 우연히 나이 들기 시작했는데 내 나이 대에 글을 썼던 구본형 선생님을 우연히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역시 우주의 땡김이고 결국은 필연적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374 첫번째 인생에서 얻은 체험을 가지고 조금은 지혜롭게 남은 시간을 꾸려보고 싶어졌다. 차츰 연령 역할이 새롭게 조정될 것이고, 다양한 역할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평생교육이나 자기실현 분야에서 많은 문화적 수요가 터져 나올 것이다. 잘하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틈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덤인 인생을 보내려는 문화적 수요를 평생교육이나 자기실현 분야 등 꼭 고상한 영역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김정운 박사는 노인들을 위한 춘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했는데 아이디어 진짜 좋다 싶다. 그 자체가 한가한 사람이었다 보니 이러한 생각을 하는 듯. 대지에서도 보듯이 시간과 돈이 많은 노인들은 양지에서 미인화를 보는 게 취미였는데..

 

위안이 갔을때도 하녀가 파리를 쫒으며 어린애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듯이 미인화를 한 장씩 넘겨주고 있었다(대지 3, p. 280).’

 

나도 춘화까지는 아니지만 덤인 인생에서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영역(알차게 보내는 영역과는 다른)’이 어떤 것일지 고민해봐야겠다.

 

375 그 책을 통해 지금의 너를 구원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구원하라. 10년 후 너의 생업이 되게 하라.

자기 실현만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공헌에 밥벌이까지 된다는 이 마법의 주문. 얼마나 멋진지! 나를 구하고 너를 구하고 지구를 구하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그런 책! 또는 책으로 표현되는 영혼을 담을 수 있는 내 영혼의 철밥통. 철밥통을 만들자.

376 그가 쳐놓은 거미줄에 멋지게 걸려든 것이다.

나도 별명이 거미줄리아인데. 나도 그렇게 촘촘하게 거미줄을 짜고 걸려들 수 있는 미끼를 만들어 유혹을 하자. 문제는 미끼야. 어떤 미끼를 준비할 것인가.

 

377 상식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인의 세계에 의미를 두지 못해 오랫동안 외로웠다. 미운 오리새끼로 빙빙 돌다 보니 시간이 얼추 고갈되었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할 시간이 없는 내게 그는 훌륭한 역할모델이다.

30세까지를 전생으로 치기로 했다. 이미 후생 중에서도 사춘기로 접어들었다. 전생의 기억으로 시행착오는 충분하다. 후생의 중년을 어찌 살아갈 것인가.

 

379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대로 되었노라고.

내가 원하는 인생은 기동성있는 직업을 만들어 1년에 3개월 일하고 9개월을 여행하고 즐기고 느끼면서 사는 삶.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그림을 그려보자.

 

내가 저자라면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제목이 참 좋다. 정작 딱 마흔이 되었을 때엔 의의로 심적 타격이 크지 않다. 그러나 사십 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어떤 노인이 내 안에 슬슬 터를 잡고 들어올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문에 마흔세 살이라는 나이는 어떤 위기가 감지되고 저자의 표현대로 낙엽의 바스락소리가 들리는 시기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신체적 노화의 시작과 사회적 폐기물취급을 받기 시작하며 정신적 위축이 일어나는 시기에 대해 서글플 정도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사십 대가 되면 마주치는 이러한 당혹감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당혹감과 불안 속에서 저자의 남다른 노력으로 그만의 변곡점을 만들어 쉰의 고개에서 오십 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리는 모습은 정말 멋진 한 편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드라마틱함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나도 그런 풍광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를 다지게 해준다는 점에서 값진 책이다. 가히 중년의 불쏘시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4(얼굴-페르소나)은 저자의 개인적 얼굴묘사가 불필요하게 많다. 이 책의 사족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을 쓸 때의 저자는 자신감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도 있지 않았나 싶다. 나라면 4장은 날려버리겠다.

 

각 장 앞에 짧은 소설을 삽입한 것은 나름의 실험이라고 여겨진다. 1년에 한번 책을 내겠다는 결심은 이미 여러 해를 거쳐 이뤄냈기에 형식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실험이 성공적이지 않을 때 독자는 마루타가 된다. 각 장 앞에 짧은 소설을 단계별로 삽입한 의도는 알겠으나 그닥 와 닿지 않았기에 억지스러웠고 집필실험을 함에 있어서 마루타가 된 느낌마저 들었다. 임팩트가 없고 흐름을 방해하는 에피소드라면 없는 편이 좋겠다.

 

내가 저자라면 나의 40대를 뒤돌아 봄에 있어서 나 역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의 흐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다만 여성적 특성에서 달라지는 게 있을 터이다. 나의 몸이 완경(폐경)을 향해 가고 있음을 느낄 때, 의례껏 하는 건강검진에서 의사의 갸우뚱하는 고갯짓을 느끼게 되었을 때, 친구들의 암 진단 소식을 들었을 때, 젊음이 줄 수 있는 건강만이 아니라 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타협을 보이는 과정에 대해 쓸 것이다.

 

그리고 사십 대가 되면 자의든 타의든 자영업으로 내몰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1인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언급했으나 모두가 1인 기업가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1인 기업은 아니지만 동네 자영업을 하면서 오랜 단골과 맺을 수 있는 이해관계 그 이상의 관계와 지역사회에의 공헌사례 등을 써볼 것이다.

 

1년에 한번은 네팔의 오지마을로 봉사하러 가는 인도네팔음식점 수엠부, 화장품 수익금의 일부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스윗드롭스 등 지역사회의 다른 자영업 대표들의 공헌사례와 그들과 함께 한 의미 있는 일들을 소개할 것이다. 생업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그리고 고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공헌을 하는 동네 자영업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그리하여 쉰의 고개에 이르러 소위 오래된 동네가게를 유지하며 해당 지역사회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는 풍광을 그려 볼 것이다. 그렇게 동네의 건강한 자영업과 자영업 연대로 지역사회가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사례를 그려보고 싶다. ()

IP *.18.218.234

프로필 이미지
2017.04.16 20:41:53 *.39.23.32

인도네팔 음식을 나누며 그대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책 이야기를 들었었지.

프로필 이미지
2017.04.17 10:09:04 *.18.218.234

그러게요. '나라면 날려버리겠다'에 감정이 들어가 있네요 ㅋ

저 표현은 수정이 필요한데 그냥 냅둘랍니다.

넹, 그 날 점심 드셨던 레스토랑 '수엠부'도 40대의 사장님~ 1월 한달은 영업 안하고 네팔로 고고.

프로필 이미지
2017.04.16 21:17:04 *.44.162.136

유전자세탁이라는 단어가 재미있고 부럽네요~ ㅎ 난 조금 반성이 되는데...ㅎ

프로필 이미지
2017.04.17 10:06:07 *.18.218.234

제 피는 안흘러들어가서 세탁된 거죠. ㅎㅎ 저 닮았으면 아이들한테 미안했을 거여요.

정학님은 반성할 거 없을 거 같은데요^^*

프로필 이미지
2017.04.17 16:16:11 *.14.90.189

"나의 특성이 뭘까 고민해보자. 추진력이 좋고 소통에 능하고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소개팅 주선도 참 많이 했는데. 듀오같은 걸 차렸어야 했나."


마지막 글에서 빵 터졌음. 듀오 그런데 아닌거 알죠? ㅋㅋㅋ

난 사람 연결 두려워하는 사람인데 그 인연이 어떻게 될지 겁나서...

프로필 이미지
2017.04.26 22:56:26 *.50.166.161

참말로 글을 맛깔지게 쓰시네요. 잘 읽고 가며,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