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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6일 22시 17분 등록

불혹, 유혹할 수 없는 나이

 

                                                                                                                                     11기 이정학


외출을 위해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나에게
아내가 유모차 미는 남자를 누가 쳐다 보냐고 대충 하고 빨리 준비하고 나가자고 한다.


? ....


순간 꽃 같은 청년이 서 있을 줄 알고 쳐다 보았던 거울 속에는

약간은 선이 무뎌진 턱과 적당히 살집이 붙은 몸매의 통통한 아저씨가 서 있을 뿐이었다.

 

나의 마흔은 그렇게 봄이 몰래 도둑처럼 찾아왔다 가듯 내 곁에 왔다.

 

그래 생각해 보니 내 나이가 마흔이었다. 아직은 만 나이로는 남았다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더 비겁해질 뿐이었다.

길 가다가 누군가 아저씨~’라고 불러도 나도 몰래 고개를 돌려도 놀라지 않게 된 나이,

그렇게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나의 마흔살 봄은 오고야 말았다.

 

공자는 <논어><위정편>에서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는다(四十而不惑)라고 하였다.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이 뚜렷하여 어떠한 세상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불혹은 마흔살을 한 마디로 정의한 명언이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마흔살을 바라보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우스개 소리로 요새 마흔은 유혹할 수 없는 나이’, 불혹(不惑)으로 불린다.

즉 이제는 이성을 유혹할 수 없는, 남성성을 잃어버려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발산 할 수 없는 나이라는

약간의 비아냥과 현실 인식을 못하고 이른바 꽃 중년이라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을 향한

작은 일깨움을 담고 있는 신조어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우리의 스무살은 찬란했다. 누구나 꽃이 아닌 사람이 없었고,

빛이 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무살의 찬란함을 아는 것은

그 이십대를 지나 본 사람만이 볼 수 있다. 지금 20살을 살아가는 이들은

본인들이 얼마나 빛나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모른다.

오직 고뇌와 미래에 대한 갈등과 두려움만이 있을 뿐이다.

그 고뇌와 갈등마저 아름다웠음을 그 시절을 지난 이들 만이 진가를 아는 것이다.

 

마흔은 그렇게 아름다운 시절을 이제 갓 숨가쁘게 지나와 잠시 중턱에 앉아 지난 날을 돌아보며,

한 숨 돌리는 시기이다.

또한 다시 떠나야 할 먼 길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여정을 잠시 고민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흔은 우리 인생 전성기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뜨거웠던 한 여름 같은 청춘의 시절을 살짝 지나와 좌충우돌했던 지난 인생의 경험과 지혜 가지고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대할 수 있는 초 가을 같은 시기의 출발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쓴 '남자들에게' 란 책에는

40대의 남성을 향한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잘생긴 남자보단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남자가 휠씬 매력적이다. 남자들 이여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자!” 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남자의 전성기는 40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자는 40대가 되면서 자신만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그 향기는 그 남자의 인생에서부터 오는 향기라는 것이다.

그 남자의 삶 속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가 향기로 풍겨 나온다는 것이다.

 

나에 지금은 어떤 향기가 날까?

나는 지금 어떤 향기가 날지 모르겠다. 아니 향기가 날지 악취가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향기가 조금 더 깊어지고 그윽해 지리라 믿는다.

 

나는 마흔은 우리 청춘의 또 다른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에 대한 변치 않은 열정만 있다면 아직 청춘이다.

앞으로의 청춘은 지난 청춘보다 찬란한 빛은 덜 할 수 있으나

그 열기와 뜨거움은 더 하리라 생각한다.

인생의 대한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 간다면

내 청춘은 한 해 한 해 오히려 경험과 역사가 쌓이며 더 빛나는 삶이 되고 인생이 될 것이다.

 

그때가면 정말 나는 더욱 더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 있으라 상상해 본다

그날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남은 마흔, 40대를 즐겨볼까 한다.

IP *.44.16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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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1:01:08 *.146.87.24

모닝형님은 사람냄새가 납니다^^ 따뜻해요!! 포근하고. 엄마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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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1:14:08 *.18.218.234

우리 집도 외출할 때 남편이 더 늑장.

마흔, 유혹할 수 없는 그러나 미혹되기 쉬운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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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1:57:52 *.106.204.231

형님은 르네상스적 삶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직 괜찮은 40대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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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9:15:12 *.39.102.67

마흔에 대해서는 "마흔살의 책읽기"가 죽이죠.

작가가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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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9:15:55 *.146.87.38
유인창 선배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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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13:05:17 *.94.41.89

먼저 유혹해보시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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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3 19:36:42 *.5.22.92

마흔.

무언가 달라져 있을줄 알았더니만 똑같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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