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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7일 00시 57분 등록

 

 금요일은 좋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부담 없이 밤 늦게까지 놀 수 있어서 좋고, 주말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라서 좋다우리나라 사람들도 언제부터인가 불금이란 말을 사용해 가며 토요일보다 금요일에 노는 것을 더 즐기는 듯 하다.

 

 ‘Thanks God, it’s Friday’를 외치며 금요일부터 주말을 즐기는 서양인들에게 금요일 밤은 그야말로 파티의 밤이다그런데 이런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도 1년에 단 하루 기쁘게 즐기지 않고 애도하며 보내는 금요일이 있으니바로 부활절 이틀 전의 금요일이다

이날은 기독교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한 날로, 신자들은 파티는 커녕 한끼를 굶고 육식을 금하며 예수의 고통에 동참하고 애도하려는 노력을 한다그런데 그들은 부활절 이틀전, 이 금요일을 “Good Friday”라고 부르며 기념한다자신들이 믿는 신이 참혹한 죽음을 당한 날가장 소중하며 유일하게 믿었던 세계가 무너진 끔찍한 날인데왜 하필 이 날을 Good Friday, ‘좋은 금요일’ (한국에서는 좋은 금요일이 아니라 성()금요일이라고 부른다)이라고 부르는 걸까?*

 

 답은 그날로부터 사흘 뒤에 벌어진 인류 역사 최대의 사건에 있다. 분명 스승의 죽음을 확인했고 무덤에 묻기까지 했는데일요일에 다시 가보니 시체가 사라지고 부활했다고 한다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다니말도 안 된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예수는 예언자 중 한 사람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신이 된다부활은 반드시 죽음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예수의 죽음이 아무리 가혹하고 무서운 일일지라도 부활의 기적을 위해서 반드시 일어났어야만 했기에, 이 끔직했던 금요일은 좋은 날, Good Friday가 되었다.

 

 지난주에 나는 동기들과 함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례식을 치뤘다장례식 전 1주일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으며 왜 변해야 하는지, 변하기 위해서 어떤 습관들을 버려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번주에는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으며, 나도 구본형 선생님처럼 하루 하루가 빛나는 유혹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내 나이도 마흔 세 살.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지금껏 머리로만 이해했지, 가슴과 몸으로 받아들여 생활 속에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다나는 여전히 장례식 전과 똑 같은 나쁜 습관을 갖고 있고, 책을 읽기 전과 다를 바 없는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아직까지 진정한 Good Friday를 갖지 못 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익숙한 것들과의 끊어냄 역시 고통이 따른다그런데 나는 아직도 고통 없이 새로운 시작의 즐거움만 찾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2주가 지나가는 오늘까지 진정으로 변하지도, 새로 시작하지도 못 하고 있다.

마침 오늘은 부활절이었다. 죽음에서 돌아옴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날이다부활절이 막 지나고 있는 지금, 더 늦기 전에 나만의 Good Friday를 가져야한다.

마흔 세살. 이제 고통이 없이는 기적도 기쁨도 없다는 걸 진정으로 깨달을 나이도 되었다.  

 

 

* Good Friday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설과 논쟁이 있는데

본 칼럼은 그 중에서 미국의 카톨릭 교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을 근거로 작성했다.

참고 문헌: 1. Christianity.com: What’s so good about “Good Friday” by Justin Holcomb

http://www.christianity.com/god/jesus-christ/what-s-so-good-about-good-friday.html

2. BBC.com: Who, What, Why: Why is Good Friday called Good Friday?

http://www.bbc.com/news/blogs-magazine-monitor-27067136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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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01:09:16 *.18.218.234

어머, 이 글 좋네요. 마침 부활절이기도 하고 우리 장례식과 읽은 책들과도 연결되고!

Good day에 대해서는 덕분에 오늘 처음 알았어요.

죽음과 부활, 그래서 Good day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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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0:56:48 *.146.87.24

그냥 제목부터 매력적인데다 내용까지 와우!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연재해 주세요^^

이런 내용으로 연재해 주세요^^ 흥미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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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5:28:36 *.14.90.189

고통없는 새로운 시작 안되나요?

하긴 저 토요일 드디어 헬스 1년 결제했어요. 근육통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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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19:37:03 *.39.102.67

Good Friday.

문득 이 제목으로 책을 써도 좋을듯 합니다.

(칼럼에 참고문헌도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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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13:19:18 *.94.41.89

저희는 과연 몇 번 거듭날 수 있을까요? 오늘 거듭 난 하루 되시고 앞으로도 쭉~~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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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3 19:43:39 *.5.22.92

그리도 쉽게 변하면 사람이 아니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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