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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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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4일 05시 40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어떤 독자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소장님의 강점은 무엇인지요?”

선생님은 '사자같이 젊은 놈들' 중에 지윤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속에 예를 든 내용이 대략 자기 이야기라고 답변을 주었다.

* 나는 목표의식이 강해. 결심하면 끝까지 가는 편이지. 마음 먹으면 나도 내가 하리라는 것을 알아.

* 내 자신에 대한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야. 웬만하면 꼭 지키려고 하지. 지키면 아주 기분이 좋아. 그래서 나는 약속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한 편이야. 약속하면 지켜야 하기 때문에.

* 나는 다양한 사고를 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쉽게 인정해.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존중해 줘. 나에게 어떤 끼리끼리 패거리 정신 같은 것은 없어. 나는 사고의 폭이 넓고 비교적 자유로워.

* 나는 사람들에 대하여 척 보면 어떤 사람일 것 같다는 감이 들어 와. 사람에 대한 직관력이 강하지. 지내고 보면 내 판단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돼.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비교적 잘 알 수 있어.

궁금하다. 나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을까? 남의 얘기 보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한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듣고 싶다. 선생님이니까! 그리고 마음속에서 슬며시 들고 나오는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

* 나는 표현에 강해 사람들의 마음을 핀셋으로 꼭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아주 재미있어. 내가 그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 어떻게 '나보다 더 내 마음을 잘 표현하느냐' 놀라워하지.

아쉽고 아쉽다. 그의 표현을 듣고 싶다. 독립적 주체와 자아를 강조하지만 아직은 흔들리는 촛불이라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표현해주길 원한다.

* 나는 별로 글을 써 본적은 없어. 일기나 편지 같은 것이 고작이야. 그러나 나는 글에 대하여는 언제나 맘만 먹으면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에 대해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아. 느긋하게 마음에 품어두고 즐기지.

그 흔한 편지나 일기도 연애 때를 제외하고는 써 본적이 없다.

* 또 뭘 잘하나. , 그래, 나는 인내력이 강한 편이야. 그래서 천천히 오래 달리기나 등산같은 것을 좋아해. 잘 할 수 있지. 순발력은 떨어 지지만 오래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은 자신있어. 그래서 아마 목표에 대한 성취도가 높은가봐.

* 나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세계를 좋아해. 나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고 상상하는 것을 즐겨. 그래서 만화도 아주 좋아하지.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이상주의 쪽에 가까워.

* 나는 춤추듯 세상을 사는 것이 좋아.

춤을 추며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나는 언제 춤을 추지. 그래 기쁠 때, 행복할 때 추는 거잖아. 그렇게 자기만의 몸짓. 즐겁게 사는 것.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밖에 나가서 떠들고 노는 것 보다 조용히 책을 읽는 일이 좋아.

지금의 나. 웨버누나의 말대로 허기져 있다. 지금 기분이라면 하루 종일 원없이 읽고 싶다. 닥치는 대로

* 나는 혼자 있을 때 내 일을 아주 잘 할 수 있어. 같이 일하는 것 보다 혼자 일할 때 성과가 더 오르 는 것 같아. 공부도 그래. 누가 옆에서 가르쳐 주거나 단체 과외를 하는 것 보다 혼자 하는 게 좋아.

* 나는 내 생각을 펼쳐가는 것이 좋아. 그리고 그 의견을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다행히 그들이 좋아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 그 어떤 일 보다도 더 좋아.

* 나는 말도 제법하는 편이야.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그래. 그런데 나는 과묵한 편이야. 사람들 속에서 떠들지 않아. 그러나 남들 앞에서 발표하라면 꽤 자신있어. 떨리지도 않아. 오히려 발표를 즐기지. 흥분되고 좋아. 발표가 끝난 다음 잘된 것과 잘못된 것들을 모아 분석하기도 하고 다음 발표 때 반영하지. 나는 그런 일들이 좋아. 그러나 나는 분석 보다는 오히려 종합력이 훨씬 더 뛰어난 것 같아. 여러 자료들을 보고 그것을 해석하는 능력이 좋은 것 같아. 여러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매우 독특한 의견을 만들어 내는 일들이 참 재미있어.

 

다음은 어떤 여성분이 회사에서 처한 여성으로서의 고충에 대해 얘기한다.

4년차 근무를 하고 있지만 여자라 허드렛일까지 맡겨져 그 편견의 그늘에서 맘까지 편하지 못합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로서 그들이 원하는 일(즉 커피타와라) 들을 제대로 수행하면 계속 맡겨질테고 거절하면 일 못하는 애, 성질 더러운 애로 찍히겠죠. 어떻게 할까요?였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커피 시중을 시켜 모멸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의 갈등을 다루기 위해 활용해 보세요. 커피를 타주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커질테니까 그건 양보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화를 내서도 안돼요. 화를 내면 그 순간 공이 그대에게 넘어오지요. 그때는 커피 문제는 간곳이 없어지고 '젠 성질이 나뻐. 저걸 누가 데려가. .'.등등 태도에 대한 뒷말만 따라오지요. , 어떻게 하면 점잖게 엿먹일 수 있을까요 ?

우선 매우 공손하고 겸손해야합니다. 가능하면 숙맥 같아 보이는 것이 좋아요. 필승의 협상 법칙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울 수 있다면 아주 좋지요. 그리고 무슨 말이든 그 경우에 대비하여 준비한 말을 하세요. 그가 부끄러워 할 만한 아주 짧은 말. 그러나 심각하지 않은 말.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내게 커피를 타다달라고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 좋아요. 정말 그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묻는 것이 좋지요. 실제로 커피를 타주기 위해 입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으니까요.

정말 멋진 말이다. 그래 맞다. 우리는 지성인이다. 세상의 적에게는 직설적인 공격보다는 점잖게 엿먹이기!!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개정판 서문

 

4. 실컷 돌아다니며 마음껏 보고 싶었다....마음속에 넘쳐나면 그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아들과 함께 꼭 국토대장정을 해보고 싶다. 내 작은 발에 이 땅을 담고 싶다. 딸도.(그녀가 동의한다면) 인위적인 교통수단이 아닌 이 두 발로. 그리고 백팩에 잠자리까지. 아들이 알면 기겁할텐데....

 

4.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이 서구적 배움의 방법이라면, ‘느껴지는 것만큼 알게 되는접근법이 동양의 그것

이성보다는 욕망이 항상 인간의 본질

 

5. 평일 낮에 거리를 어슬렁거리면 알 수 없는 곳에서 화살이 날아드는 듯 불안했다.

딸 유치원 등원시 모든 어머니들이 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보다는 내 마음의 눈이 문제.

이제는 아이 엄마들하고 인사와 안부는 얘기하는 수준. 재미있음

 

5.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나는 여전히 품삯에 길들여진 직장인이었다. 내 정신은 야성을 잃어버렸다. 우리를 나왔지만 홀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짐승 같았다. 내 속에 숨어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내는 나만의 의식이 절박했다.

돈은 중요하다. 없으면 관계가 어렵다. 돈이 있고 없고는 이제 출발이 다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는 최소한 몇 년은 버틸만한 여력은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6. 걷는 것과 바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다였다. 종종 바람속에서 그곳을 스쳐간 크고 작은 사람들의 자취를 냄새 맡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한 조각을 찾아보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목적

 

6. 나는 비로소 낮술을 마실 수 있는 건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6. 종종 퇴사한 친구나 지인들이 날 찾아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초조하게 물어올 때마다 그들에게 낮술을 즐기라고 말했다. 빈둥거리는 건달의 일상을 즐길수 있는 시기는 지금밖에 없으니 이 좋은 시기를 절대 쉽게 놓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들은 2주일을 버티지 못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다시 얼른 월급쟁이의 초조로 복귀하곤 한다. 서둘러 작은 가게를 하나 열고 작은 사업을 하나 벌이더라도 월급쟁이의 마음으로 시작한다.

연구원이 아니었으면 나도 조급했을지 모른다. 낮술은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이다.

 

6. 새로운 세상으로 나올 때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와야 한다. 새로운 세상의 두려움을 미리 과장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읽어야 한다. 좀 배고프면 어떠냐. 엎어지고 뒹굴어도 이 길 위에서 죽으리라.

 

7. 때마다 주어지는 밥이 사슬이지 않더냐. 굶주림을 두려워하면 들판의 이리가 되지 못한다. 이런 마음이 나을 지배할때까지 나는 매일 걸었다.

 

7. 홀로 헤매던 그 길들은 그 당시 내게는 나의 길을 묻는 순례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많은 사람이 가는 것을 보면 길 속에 답이 있는 듯하다.

나도 언젠가 홀로 떠나보려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 일상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7. 그때 그 봄바람이 그렇게 차고 매서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보다 더 불안한 나. 그러나 이 봄바람이 내게는 그리 따스할수 없다. 1년 동안은 원없이 읽고

원없이 쓰기만 할 것이다.

 

7. 조금만, 아주 조금만 먹으면 되는데 날마다 너무 많이 퍼먹기 위해 너무도 많은 시간을 쓰고 있구나.

그러다 인생이 끝나고 마는구나.

그래도 밥은 그 누구와 같이 먹어야 한다. 혼밥과 혼술이 난무하는 시대. 그게 무엇이 그리 좋다고.

 

8. 결국 밥과 존재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사이에서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8. 삶이란 흔들리는 것이고 균형을 잃었다가 이내 다시 그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되돌아오는 불안정한 체계인 것이다. 오직 죽은 것만이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삶의 원칙이다.

 

9. 그 공간 속에서 비범하게 살았던 그 인물들의 외로운 숨결을 느끼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지 못했을 것이다. 영광있으라, 외로움들이여.

 

10. 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시냇물에는 멈춰 선 물결이 없다.

 

10. 나는 느림을 찾아 떠났다. 고요한 한가로움, 내 마음의 변방과 오지를 찾아 천천히 걸었다. 그곳에 가면 어디엔가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걸었다. 아주 천천히. 달팽이처럼.

빨리가면 보이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빠름이 아닌 느림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라도 보인다.

 

10.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움직임의 궤적이 남는다. 온몸으로 걸어가기 때문이다.

 

11. 여행은 자유이다. 그리고 일상은 우리가 매여 있는 질서이다. 질서에 지치면 자유를 찾아 떠나고 자유에 지치면 다시 질서로 되돌아온다.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여 있는 우리에게 여행은 늘 매력적인 것이며,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하지 않다.

 

11.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11.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쓰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12. 여행은 그러나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 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올수 있겠는가?

 

13.나는 여행을 통해 20년간 나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나도 내 20년을 정리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처한 일상으로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일상속에서 내 관습을 버려야 한다.

 

1장 매화향 가득하니 봄이다!

 

23. 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계획도 목적지도 없다. 발길 닿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혹은 기억을 따라서 혹은 그저 기대를 따라서.

이런게 진짜 여행이다. 놀고 먹고 보는 것은 관광이다.

 

24. 전라남도 해안지역을 돌아다닐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른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른 결정이다....섬진강변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은 것은 틀림없이 매화 때문이다.

나는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24. 나무는 참을수 없이 간절하고 열렬해지면꽃이 된다. 그래서 이 봄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매화부터 시작하려고 했다. 매화, 소극적 열정 혹은 별당아씨.

모든 사람들이 꽃이 되고자 하고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엇에 대한 간절함과 열렬함이 없으면 피어도 꽃이 아니다. 살아 있고 향기가 나는 생화가 아닌 조화. 시들어버려도 좋으니 생화가 한번 되어보자.

 

24.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 땅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가지 내가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25.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활동적이다. 철저하게 혼자 있을 때 가장 고독하지 않다. 이제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지리적 오지란 별로 없다. 마음속의 오지가 더 넓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불안하다. 뭔가라도 해야한다는 이 강박관념. good? bad?

 

28. 섬진강 둑에 앉아 소주 한병 벌컥거리며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버리고 갔을 것이다.맘에 들지 않는 자신을 그 소주병처럼 버리고 갔을 것이다.... 어느 날 다시 돌아오너라. 그래서 섬진강 둑에 버리고 간 자신을 되찾아 가거라. 소주병도 함께..

버리는 사람은 오직 자신만 버려야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와서 버린다. 버려진 소주병을 보고는

버리려는 마음이 사라질수도 있다.

 

29.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마라. 슬픈 사람만 와라.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만 와라. 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 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31. 이처럼 외모로 본질을 보기 어렵다.

세상은 내면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외모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설령 돈일지라도.

 

37. 짐이 무거워 어깨가 아프다. 바보같이…… 더 많이 빼놓고 올일이지……. 내일 책 몇 권을 서울로 다시 부쳐야겠구나.

항상 책을 두고 어딜 가면 불안하다. 실제 읽을적은 몇 번 없는데...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흐뭇하다.

 

37.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은 내가 그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40. 빨리 오를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것들이 그렇다. 결국 빠름은 놓치는 것이 많게 마련이다.

 

41. 우리 한국 사람들 같다. 겉으로는 폐쇄적이고 무뚝뚝하고 말 걸기도 어렵게 보이지만 서로 친해지면 속을 내줄 것처럼 정이 뚝뚝 흐른다.

 

42. 옛날 같지 않은 정신으로 바삐만 사는 사람들의 영혼이 그 반짝거림으로 구해질지 의심스럽다.

 

42. 사람들이 늘 잊고 있는 것은, 변화는 변화하지 않는 것들과의 균형이라는 점이다.

 

45. 크든 작든 모든 잔인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희생과 어려움 그리고 불행 위에 자신의 기쁨을 쌓는다는 것이다.

 

48. 달이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별들의 희생 위에 빛나는 아름다움이라 싫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 모두 작은 우주이다. 동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 하나가 떨어진다고 한다. 긴 별똥별 하나가 떨어져내리면 우리는 모두 , , 저기, 저 별....”한다. 환희 같기도 하고 한숨 같기도 한 놀람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올림포스 산에 사는 제우스가 그를 어여삐 여겨 하늘에서 살게 한다. 떨어지든 올라가든 동양에서건 서양에서건 우리는 별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우리는 별인 것이다. 내가 해가 아니고 달이 아닌 것이 좋다. 그것이 없으면 세상이 망하는 그런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삶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임이 좋다. 별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또 별처럼 빛나며 꿈꾸는 사람임이 좋다.

 

51. 차려주는 밥을 먹고 공부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조직안에 머물며, 심계가 깊은 사람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보통사람들과 다르다. 종교계도 세속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살면, 돈과 권력을 향한 끝없는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돈과 권력은 너무나 분명하게 좋은 것이므로 아무도 대놓고 좋다고 하지 않는다

 

52. 시대는 변한다. 절과 스님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그러나 근본을 잊으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변질이며 타락인 것이다.

 

52. 출가하여 중이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의 편안함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물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변하고 있다. 더 크고 화려한 건물을 경쟁하듯이 짓는다. 신도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 서선대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57. 매화는 희귀하기 때문에 귀하고, 다른 꽃들이 피지 않는 추운 시절에 먼저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고고하다.

 

59. 향기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향기가 후각적 인지 대상이 아니라 내면적 흐름에 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아름다움은 감각의 경계를 벗어난다. 그래서 내면을 닦는 것이다.

 

59. 진정한 변화는 내면적이다. 본질을 닦음으로써 자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는 유행이 아니다.

 

60.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초라하고 비루한 일이다. 비웃음만 살 뿐이다.……좋은 변화는 주변에서부터 핵심을 향하는 내면화 작업이다.……쥐가 되고 싶은 쥐, 이것이 변화의 화두다.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 자신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65. 휴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히 쉬지 못한다. 늘 가장 하고 싶은 것이 푹 좀 쉬고 싶은 것인데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휴식을 창조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휴식을 게으름과 소비로 인식한다. 한 개인이 이러한 사회적 시류에 반하여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회의 전반적 수준 상승이 중요한 것이고, 지도층의 모범이 절실한 것이다.

휴가 한번 가려면 온갖 눈치를 봐야 하는 문화, 아직까지 그대로인 곳이 너무 많다. 사람은 향유시간이

많아야 되거늘 선진국 진입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65. 서양인은 휴가가 길다. 그들은 고부가가치를 가진 경제의 톱니바퀴고 우리는 저부가가치 경제의 톱니바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있는 사회는 쉬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그들에게는 한달 쯤의 휴가가 일상적인데 우리에게는 이례적인 것이다. 이것처럼 명쾌한 차이가 어디 있겠는가?

부가가치를 따지기 전에 문화가 문제이다. 짧은 휴가 중에도 계속되는 전화와 메시지. 휴가 중에도 하고 있는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휴가이겠는가. 가까이 서 본 그들은 개인 휴가가 정해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미련없이 간다. 우리는 휴가를 다음으로 미룬다. 가족들에게 욕 먹으면서

 

66. 휴식과 놀이를 창조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적 결핍은 기계적 번잡만을 양산할 뿐이다. 먹고살기는 하겠지만 미래가 없다.

 

70. 나이가 들면 몸이 가벼워진다. 뼛속의 진이 다 빠져 나와 그렇게 가벼워지는 모양이다.

 

71.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숨막히는 즐거움이 있고, 너무나 부끄러워 잊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변화가 두렵다면 어떻게 인생을 살수 있겠는가?

 

2장 옛 사람의 마음에 취하다

 

75. 가는 길에 꽃가게가 보이기에 노란 수선화가 피어 있는 작은 화분 하나를 사다가 장터해장국아주머니에게 건네주었다. 미안함의 표시로..

이런 마음을 가지자. 작은 것 하나로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런 향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76. 나이가 많아지면서 아름다워지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나무를 들겠다.

 

79. 노구를 이끌고 나라를 구한 것이 어찌 후회와 반성이 따를 일이겠는가? 그러나 나는 나이가 귀한 줄 알고 있고, 그 나이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79. 시주받은 과보

털을 쓰고 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인 줄 아느냐? 그것은 신도들이 주는 것을 함부로 받아먹은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도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니 이 무슨 심사인가? 도대체 눈앞의 쾌락이 바로 후생의 괴로움인 줄은 생각지 않는구나.

 

80. 자신의 영정을 꺼내 그 뒷면에 “80년 전에는 네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라는 시를 적어 유정과 처영에게 전하게 하고 가부좌한 채로 입적하였다.

하나같이 왜 이렇게 어렵게 얘기하는 걸까? 영정을 보면서 하는 말이니 죽기 전에는 영정사진이 나였는데 죽을 때가 되니 실제 내가 너이다 이런 말인 것 같은데 실제 자기 모습을 잘 알아야 한다 뭐 이런 뜻인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83. 먼 시간은 먼 과거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먼 미래이기도 하다. 먼 과거를 향한 시간과 먼 미래를 향한 시간이 각각 원의 둘레를 따라 거꾸로 흐르다가 먼 어딘가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그곳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사라지는 그곳에 혹시 나지 않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대사는 어떤 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흔들이지 않는 것을 나지 않음((不生)이라하고 나지 않는 것을 무념(無念)이라 하며, 무념의 상태를 해탈(解脫)이라 한다고 하였다.

 

86. 학문을 쌓음은 다른 재주 익히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의 마음을 거두는데 있느니

 

87. 스님이란 무엇인가? 무심한 나그네를 말한다. 산처럼 무심히 푸르고 구름처럼 무심히 희다. , 어둠, 등잔, 환영, 이슬, 거품, , 섬광 그리고 구름, 이런 것들은 마땅히 보이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자연이다. 사람 역시 그러하다.

 

88. 위대한 정신은 세속의 명리와 기준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세속을 떠나 홀로 고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생을 가엾게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도움이 되려한다.

 

88. 우리는 더 나아짐으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날 깨달음으로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정진이다.

 

88.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으니,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걸고 한번 뚫어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통쾌한 말이다. 모름지기 달라지려는 사람은 단 하나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말이 필요없는 말이다. 오늘 이 글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90. 봄날은 힘을 주체하기 어렵다. 나른한 가운데 구석구석 온몸이 살아나는 듯하다.

 

92. 아암의 성은 김씨이고 법명은 혜장이다. 해남의 화산방 사람으로 신분이 미천하고 집도 가난하였다. 어려서 출가하여 해남 대흥사에서 버리를 깎고 천묵에게서 배웠는데 몇 년 만에 그 이름이 승려들 사이에 드날리게 되었다. 체격이 왜소하고 순박한 아암은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불경을 배웠지만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나이 서른에 이미 두륜법회의 주맹이 된 그는 두륜산 대흥사 12대 강사가 되었다.

혜장은 정말로 본인이 원해서 출가를 하였을까. 미천한 신분을 극복할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을까. 이름난 고승들이 많은 것을 보면 불경만 공부해도 세상의 이치를 깨달음을 얻을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을 불경을 탐독하면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95. 좋은 사람을 만나 알고 지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처럼 좋은 일이 있겠는가?

 

96. 자연만큼 변화무상한 것은 없다. 자연은 곧 생명이고 생명은 곧 변화다.

 

97. 한가함이다. 정신을 놓아두고 마음을 놓아둔 것이 얼마 만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틀들이 터지며 매미 허물 같은 육신을 이곳에 놓아두고 혼은 잠시 여유로운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98. 쌀 몇가마니 더 얻자고 그 좋던 개펄밭을 메운 것이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바다가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어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모르고 있는 사람은 관청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자연이 이리 될줄은 누가 알았을까.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98. 다망한 일상에서 적소로 유배옴으로써 자신을 위한 겨를을 찾은다산처럼 나도 마음을 놓아둔다.

유배를 오면 밥은 누가 주는 걸까. 본인이 알아서 하는걸까. 아님 국가에서 지금의 교도소처럼 콩밥이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유배는 조선시대 사형다음으로 큰 형벌에 해당한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그토록 큰 형벌이었던 이유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살던 조선 사회에서 공동체로부터의 배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는건 본인이 스스로 하거나 집에서 보내온건 허용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사식처럼.

 

101. 아내는 긴긴밤을 울고 있겠지

어린 것은 어느 때나 다시 볼 건가

한세상 살아가기가 본래부터 어렵다네

 

102. 공부하는 선비의 방답게 조용하고 아담하다.

 

102. 다산이 이 작은 집 한 채를 얻어 거처하게 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그는 1808년에 이곳을 거처를 옮겨왔다. 편히 자고 일어나 정진할 수 있는 반듯한 장소 한 곳을 그렇게 얻기가 어려운 것이었나 보다.

조선시대 유배를 오게 되면 동네사람들부터 그 사람을 죄인취급하여 집을 얻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국가에서 지정해주는게 아니었다.

 

104. 정밀하고 치밀한 사고들이 이러한 산책을 통해 정리되었을 것이다.

 

104. 마음에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유배지에서 몸이 병들고 늙어가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무겁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재주 많고 올바른 성품을 지닌 다산이 한 고을을 다스렸다면 한 나라를 다스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를 보지 않아도 가늠해 볼만하다.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나를 생각해 본다. 미안해진다.

 

105. 그가 정치판에서 멀리 물러나와 이곳에서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 역사는 위대한 학자를 한 사람 가지게 되었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성을 위해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과 책을 내는 것

 

105. “()을 익히고 예()를 연구하여 모든 경서에까지 미쳤는데, 한 가지를 깨달을 때마다 마치 신명(神明)이 말없이 깨우쳐주는 것 같아 남에게 고할수 없는 것이 많았다.“라고 했다. 그의 공부는 신명의 도움을 받아 그 깊이를 알수 없게 되었다. 몸과 영혼을 다하여 한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니 원래 총명한 사람의 깨달음이 그 끝을 알수 없게 되었다.

 

109. 가업을 물려받아 옹기 빚는일을 익히고 있다는 그는 불만이 많았다. 옹기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멀었다고 한다. 가업을 계승하려던 생각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말로는 사람들이 옹기는 한두 해만 배우면 누구나 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 아버지는 40년간 옹기를 구워왔지만 누구도 그만한 전문인으로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하며, 도자기는 예술이고 옹기는 예술이 아니라는 시각이 자기는 싫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 일을 하라고 등떠밀지는 않았다. 본인의 선택이면서 남의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옹기를 예술로 승화시킬수 있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돈보고 하지는 않은 일이니 더 좋은 옹기를 구워 낼 생각을 하면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다.

 

110.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하나의 일을 아직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방황이다. 어떤 일에 깨달음을 얻어 밝아지면 자신이 곧 그 일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을 잘하려면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천업이라 믿고 하나의 일에 평생을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 생긴 대로 살겠다는 뱃심이 중요하다.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백척간두에서 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113. 바람이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가 하도 휘젓고 다녀 머리에 바람이 든 모양이다. 바람든 무처럼 물기는 다 빠지고 섬유질과 구멍만이 남아 머리가 휑해진 모양이다. 춥고 배고파 화가 난 게 우스워 졌다.

 

116. “대장이 만일 조금이라도 공을 이룰 마음이 있다면 대개는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적이 물러나는 그날에 죽는다면 아무런 유감도 없을 것이다.”

위인 중에 위인이다. 성인의 반열에 올려도 무방하다. 한 때는 그의 길을 따라 걷고 싶었다. 되고는 싶었지만 될 수 없음을 느꼈다.

 

117. 이곳에 와서 무엇을 보겠다고 기대하고 찾지는 마라.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이곳에 와서 무엇인가를 들으려고도 생각하지 마라. 그저 바람이 녹나무를 흔들며 지나는 소리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과 그가 칼을 차고 언덕에 서서 그 둥그런 섬들을 그물처럼 세심하게 보고 있는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냥 그렇게 되돌아갈 수는 없으리라. 오후 5시에 이곳에 오면 충무공의 정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대가 그의 후예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알면 알수록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이라는 걸 느낀다. 20대의 이순신과 30, 40대의 이순신은 각각 다르게 와 닿는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위대함은 배가 된다.

 

120. 못나게 살지 마라.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마라. 군대도 좋은 배움터이다. 충무공은 싸움터에서 아들을 잃었다.

군대에서 죽는 사람들을 봐왔다. 슬픈 일이다. 그러한 희생을 헛되이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120. 힘이 강한 자에게 무작정 기대고 아첨하지 마라. 명나라 진린은 거만하고 무례했지만 충무공을 알고부터 진심으로 탄복하고 마음으로 따랐다. 그에게서 최선을 다하는 한 인간을 보았기 때문이다.

 

121.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일이 닥쳐서야 어쩔 줄 몰라 하다 모욕을 당하는 일만큼은 피해라. 충무공은 이미 수년전부터 자기 해야 할 일을 준비하였다. 거북선을 만들고 선박을 축조한 것은 그가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다 죽는 것만을 최선으로 아는 일개무장이 아니라 미래를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개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확실한 승리는 없다. 그는 왜적과의 싸움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 어느나라 전사에도 이런 기록들은 찾기 어렵다. 아마 없을 것이다.

승지 최유해가 쓴 행장에서, 이순신은 대장부 세상에 나서 쓰이면 죽을힘을 다하여 충성할 것이요. 쓰이지 못하면 농사짓고 말아도 족한 것이니 권세 있는 자에게 아첨하여 뜬 영화를 탐내는 것은 내가 부끄러워하는 바라한 자력정신으로 평생을 일관했다. 오직 실력을 바탕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고자 했으며, 제 힘과 실력이 못미치면 그 뿐, 자신에게 없는 것을 구해 허망하게 살려고 하지 않았다. 23년간의 군인 생활 중에 이순신은 3차례 파직과 2차례의 백의종군을 겪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남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좌천시키면 좌천시키는 대로 임지에 가서 그 직무에만 전념했고, 좌천시킨 자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일은 없었다. 부당하게 파면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원망 없이 이를 수용했고, 복직운동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상사의 오해를 받아도 굳이 찾아가 해명하려 들지 않았다. 나는 감히 이 같이 할 수 없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내 앞에 놓여진 현실에 너무나 많이 무릎을 꿇었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122. 어둠이 깔리고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혼자 있다는 사실이 싫어졌다. 혼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와 되는 대로 수염을 기르고 배낭 하나로 떠돌기를 바랐는데, 지금 이 방안으로 찾아드는 외로움은 무엇인가? 내일 짐을 싸가지고 서울로 다시 올라갈까 하다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웃고 말았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처도 보고 싶다. 만일 참으로 돌아갈 곳이 없이 떠도는 나그네라면 그처럼 외롭고 지친 인생은 없을 것이다.

 

123.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함께 있고 싶다. 함께 있다가 혼자 있게 되면 그립고, 혼자 있다 함께 있게 되면 작은 일로도 서로 다툰다. 그렇게 얼고 녹고 다시 얼고 녹으면서 마침내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또한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움이며 질투이며 욕설이며 상처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지루함이며 떠남이며 귀환이며 눈물이다. 누고도 사랑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둘러보라. 사랑만큼 환장하게 못살게 하는 것이 있는지. 그릇된 사랑도 있고 인고의 사랑도 있다. 그것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또 있겠는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지닌 인생처럼 행복한 것은 없다. 그것은 축복이다.

 

124. 여우의 교활함, 구름의 고집, 소나기의 변덕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남자로 하여금 여자를 아내로 맞게 했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어렵고 힘들게 하는군

 

134. 무언가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 얼른 발길을 돌려 돌아가야 한다. 황량한 곳에서 무엇을 보랴. 나도 마량으로 들어오는 날 그 즉시 되돌아 나가고 싶었다. 무엇이 나를 잡아두었는가? 지도에서 본 그 위치였는가? 이름이었는가? 기대였는가? 저 바다였는가? 배였는가? 혹은 앞에 있는 저 섬들이었는가?

 

135.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136. 실가닥처럼 우연이 서서히 가닥을 풀어가다가 어찌할 수 없는 필연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사가 아니던가

 

139. 초록빛 잎과 붉은 꽃잎을 가진 동백나무 하나가 아군도 되고 적군도 된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끝이 없다.

 

3장 바다와 바람 그리고 길

 

146. 자기가 한 일에 즐거워하고 그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다. 실속은 하나도 없지만 실속이 뭐 그리 중요한가. 자신이 즐거운 것보다 더 훌륭한 실속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148. 이승복 어린이의 동상에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글귀도 같이 있다. 이 동상을 볼때마다 아직도 우리가 앓고 있는 사상적 질환을 떠올리고 끔찍한 심정이 된다. 사상적 질환에 걸려 있는 정치가는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때마다 언제나 공산당과 빨갱이 그리고 현존하는 남북의 긴장관계와 이 소년의 죽음에서 연상되는 잔인함을 걸고넘어진다. 그래서 이 소년은 죽어서도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여기에 이렇게 서 있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어릴때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동상이 이 나이가 되어서는 거부감이 많이 든다. 비록 폐교된 학교에만 동상이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아직까지 우리는 긴장관계이다. 우리 내부는 더 극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148. 사상이 개인을 넘어서 군림할 때 전체주의이다. 거기에 자유로운 개인은 없다.

 

148. ‘가난한 아빠와 부자아빠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버는 법? 돈과 인생?천만에. 거대한 위를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가르침은 사회적 위협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은 이다. 이 책을 오랜전 읽어봤다. 제목만으로 누가 좋을까? 미국 국민은 트럼프를 택했다. 얼마나 아이러니하나.

 

154. 몇 시간이고 바다를 보고 앉아 있어도 여전히 바다가 그립다. 내 가슴 어디엔가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바다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만 빼고.. 매일 바다로 출근했지만 지겹지 않았다.

 

158. 김유신이 천관을 위해 경주 오릉의 동쪽에 천관사를 지었다고 한다.

진짜 천관사 터가 있다. 나중에 가볼 일이다. 내가 사는 경주지만 돌아볼 것이 너무 많다. 천천히 하나씩 가봐야 겠다.

 

159. 불가에서는 깨우침을 얻은 사람이 곧 부처다. 그녀는 또 하나의 천관보살이 되어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 것이다.

 

169. 밥은 좋은 것이다. 적어도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 굶는 사람이나 생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의 의미이다. 한 사람이 밥을 먹고 있다면 다른사람도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평등이다. 평등만큼 같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 없다.

 

170. 내 생각에 꿈이란 지금의 자기 이외의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다. 현실적 불만족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그래서 꿈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어쩌면 약간의 질투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 있거나 가지려 하는 것을 이미 취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나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도 꿈을 꿀 수 있다. 꿈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직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꿈은 씨앗과 같아서 늘 그 속에서 싹이 트고 커다란 나무가 된다. 그러므로 꿈은 또한 현실이다. 아마 다람쥐는 다람쥐 이외의 것이 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이 더 행복할지 모른다.

꿈을 꾸고 싶다. 나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못한다. 반면 집사람은 오만가지 꿈을 다 꾼다. 인간이라면 꿈을 누구나 꾼다는데 나는 꿈이 없어서 꾸지 못하는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을 못하는 걸까? 진짜 안 꾸는걸까?

 

171. 절에서는 절을 잘해야 한다고 해서 웃었다. 절은 마음을 낮추는 것이다. 절에서는 부처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것이고,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성모나 예수 앞에 엎드려 경배함으로써 자신을 낮춘다. 제사 때 절을 하는 것도 조상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절은 그래서 곧 하심(下心)을 말하는 것이다.

 

172. 108배를 하면 30분정도 걸린다. 물론 훨씬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온몸에 땀이 난다. 낮아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잡념으로 최초의 정성이 흐트러지고, 때로는 고단하여 중도에서 그치고 싶어진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아지기도 한다. 시작할 때와 같은 초심을 견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조금 익숙해지면 타성이 붙게 되는데, 그러면 내용은 없어지고 형식만 남게 된다. 이때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발심(發心)이라고 부른다. 발심은 초심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마라톤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작할때는 이걸 왜 하고 있지 이런 생각부터 온갖 잡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오로지 뛰고 있는 나만 존재한다. 그때부터는 기쁨이다.

 

172. 개혁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혁이 진부해질 때 원래의 개혁으로 되돌아가기가 더 어려운 것과 같다. 인간의 습성이 고려되지 않은 개혁과 혁명은 허구이다. 그것은 학살이거나 기만이거나 지나친 망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야율초재는 아버지 칭키스칸과 오고다이칸 2대에 걸쳐 재상으로 봉직하였는데, 오고다이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르자 야율초재에게 물었다.

나는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하려 한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이에 야율초재가 대답했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의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지 못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與一利 不若 除一害, 生一事 不若 滅一事

(여일리 불약 제일해 생일사 불약 멸일사)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정말 그렇다. 리더가 되거나 새로운 자리에 앉게 되는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새롭게 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새롭게 하는 것보다 기존의 제도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더 원할 것이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새롭게 해서 뭔가를 자꾸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긁어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것을 왜 모르는지...

 

​​176. 불교와 재래 민간 신앙 사이의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원효나 의상이 살았던 시대처럼 불교가 민간의 신앙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갈 때는 재래 신앙과의 제휴와 공존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때 민간설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용과의 관계 역시 우호적인 것으로 정립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불교가 전체적 지배이념으로 정착되고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난 다음에는 그동안 제휴를 맺어왔던 대등한 다른 개념들을 축출할 필요가 생겼던 것은 아닐까?

 

178. 중요한 것은 역사적 상상력 없는 역사는 오늘의 일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180. 자신의 마음을 깨우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마음이 곧 부처라는 믿음은 기존의 체제와 질서보다는 깨우침의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것이었다.

 

182. 이란 무엇일까? 선은 깨우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벼랑에 한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는 밧줄 한 가닥을 이로 꼭 물고 겨우 매달려 있다. 그에게 벼랑위의 사람들이 물어본다. “이봐요 스님, 선이란 무엇인가요?”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그는 벼랑 아래로 떨어져 뼈도 추릴 수 없게 된다. 어떻게 입을 열어 대답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일지 모른다.

 

183. 만해 한용운은 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선은 스스로 밝히는 것이요. 철학은 연구이다. 참선은 돈오(頓悟), 철학은 점오(漸悟)라 할수 있다. (....) 요즘 참선하는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옛사람들은 그 마음을 고요하게 가졌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그 처소를 고요하게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그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그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처소를 고요하게 가지려면 염세가 되는 것뿐이며, 그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독선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불교는 세상을 가르침이요, 중생 제도의 가르침일 터에 부처님 제자 된 사람으로서 염세와 독선에 빠져 있을 따름이라면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만공의 진전을 이어 수덕사 초대 방장이 되었던 혜암 역시 시끄러운 곳을 피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면 그것은 죽은공부라고 단정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일을 하며 마음의 공부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다가 깨닫기도 하고, 햄버거를 주문받다가 혹은 사무를 보거나 강의하다가도 갑자기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애하는 마음처럼 간절히 공부하면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속인이 출가자보다 공부를 많이 한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4장 아무 계획 없이 아무 목적 없이

 

192. 상징을 빼면 인간의 정신은 빈약해진다. 땅끝의 아름다움은 여기가 반도의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비장하고 단호한 정취를 갖게 만든다.

얼마 전까지는 나는 그래도 나를 상징하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상징을 찾아 다니고 있다. 또다른 나의 상징성은 어떤 것일까.

 

196. 치욕스러운 세상이 싫어진 그는 식솔들을 데리고 제주로 가던 중 보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눌러앉게 되었다. 그는 학문과 음악과 춤과 술로 세월을 보냈던 것 같다.........

고산은 하루도 음악이 없으면 성정을 수양하여 세간의 걱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저마다 크고 작은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일 하나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있겟지만, 인간과 인생 전체를 놓고 그 시비를 가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지나간 일의 진위를 가리는 일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러나 부를 마음대로 누리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 지나친 호사는 신의 뜻에 어긋난다. 마음은 호사로움으로 위로받을 수 없는 것이다. 마음 자체가 부식될 뿐이다. 고산이 죽자 만세를 부르며 환영한 섬사람들이 있었다 하니 그 수발의 고충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위대한 정신은 검소하여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 나는 보길도에 있는 고산 유적을 찾아 보는 데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았다. 보길도는 고산이 없어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윤선도=보길도인데 이런 사실을 누가 알까? 진정한 지식인으로 해야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돈은 많은 모양이다.

 

206. 파도는 바다가 숨을 쉰다는 증거다. 밀려나가는 바다지만 파도는 바위를 두고 가지 않는다. 떠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와 바위를 어루만져준다. 그리고 조금씩 멀어져간다.

 

207. 최초의 사람이 지나간 뒤에 누군가가 또 그 길을 따라갔고 또 누군가가 한참 뒤에 다녀갔을 것이다. 길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살며 만나는 어려움도 늘 그것이 최초는 아니다. 이미 누군가가 건너간 일이다. 지금 나뭇가지를 붙잡고 천애의 절벽을 발밑에 두고 아슬아슬 건너가지만 내가 지나온 자리는 결국 나중에 길이 될 것이다.

 

209.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아쉬움은 없다. 나는 오늘 하루를 아주 잘 보냈다. 내가 오늘 계획한 것은 산을 넘는데 있다기보다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행복했고 더 바랄것이 없다.

여행의 목적이 뭘 더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유명한 명소를 보기 위한 것은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210. 아이들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다. 아이들처럼 사는 어른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조금 더 불행하다.

 

211.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나는 대로 그것이 스쳐 지나도록 놓아두었다. 가만히 놓아두면 왔다가 그냥 간다.

꼭 생각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없는 생각이 얼마나 좋은데...

 

211. 그대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알면 남을 섬길 수 있으리다

남을 능히 섬겨내면 나를 섬길 수 있다. 나를 만나면 불성에 이르리다.

 

212. 미망과 욕망과 적의가 죽으면 열반에 이른다. 이때 마음은 생각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생각은 사라지는 것이다. 마음은 안식을 얻는다.

 

218. 다산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천하에는 두가지 커다란 기준이 있다. 하나는 시비의 기준이요, 또 하나는 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가지 기준에서 네 종류의 큰 등급이 생기게 된다. 옳은 것을 지켜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켜서 해를 받는 것이다. 그 다음은 나쁜 것을 쫓아 이익을 얻는 것이며, 가장 낮은 등급은 나쁜 것을 쫓아 해를 받는 것이다.......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천명이고,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천명이다.... 나는 사람이 닦아야 하는 도리를 다했다. 사람이 닦아야 할 도리를 이미 다했는데도 끝내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천명일 뿐이다.

 

226. 군대란 전쟁을 하기 위해 조직된 소비적 집단이다. 이런 집단을 해상무역에 투입시켜 해상제국을 건설했다는 것은 장보고가 대단한 개척자였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그는 당시 사회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 있었다.

 

229. 군사적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비정치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기다운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다운 일을 함으로써 명성과 부와 힘을 가지게 되었던 사람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 변하게 되었던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정치에 입문함으로써 대개는 그 힘을 잃게 된다. 훌륭한 장군은 목숨을 잃고, 놀라운 재간과 뚝심으로 부를 일구어낸 부자는 멍청이가 되고, 학자는 그 명예를 잃게 된다. 자기다움을 상실함으로써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군인과 정치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다. 정치에 관여하여 문제가 되고 관여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디 이순신이 정치에 관여해서 문제가 되었나? 뛰어난 군인은 항상 정치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간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237. 변화를 공부하고 싶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햇빛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같은 2시의 햇빛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물빛 역시 봄엔 초록색이고, 여름엔 파르스름한 녹색이다. 가을엔 푸르며, 겨울엔 검푸르다. 나무에 잎이 나고 지는 것을 보거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이 왜 피어나고 또 왜 갑자기 그 활력을 잃게 되는지를 알고 싶으면 산에 가보라. 봄이 되면 산 전체가 피어난다. 그리고 겨울이면 산 전체가 웅크리고 있다. 왜 그런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본질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인문학적 호기심이다. 변화의 능력과 경영은 인문학적 감수성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문학이 죽으면 경영학이 살아 있을 수 없다. 돈은 사람이 건강할 때 필요한 것이다. 인문의 뜻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고 한다. 인간이 그리고 싶은 그려가야하는 방향을 알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그리 인문학이 중요한지를 이제야 깨달아간다. . . .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전공을 잘 선택하신 것 같다. 사학과 변화와 경영은 잘 맞는 톱니바퀴이다.

 

240. 벚꽃은 가장 비참한 시기의 일본 군국주의를 닮아 있다. 그들은 동양의 모든 나라를 괴롭혔고, 굴욕을 겪게 했다. 불행이 있는 곳에 그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불행해진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의 여인들은 아이를 낳으면 군대에 바쳤고, 그들은 사방에서 전쟁을 하며 죽어갔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휩싸였고, 젊은이들은 피지도 못하고 죽었다.

 

241. 그들의 정치가와 지도자들은 젊은 산화를 충성과 애국이라 가르쳤고, 가미카제 특공대를 치켜세웠다. 떼거리 정신을 부추겼고 확 폈다 확 가는 짧고 화려한 생애를 아름다움이라고 불렀다. 벚꽃은 바로 그런 군국주의자들에게 이용당했다. 어떤 일본인들은 아직도 그것이 일본의 정신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불행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

독일처럼 왜 그렇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걸까? 무엇 그렇게 인정하기기 힘든걸까.

나라의 국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42. 우리가 나무 한 그루, 동물 한 마리를 대할 때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감동적으로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있다.

늑대는 사악한 짐승이라고 알려져 있어 늑대를 모조리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미국의 한 젊은 산림청 직원은 평화로운 늑대 가족에게 라이플을 쏘아댔다. 늙은 늑대가 쓰러지자 가까이 다가간 그는 늑대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늑대의 눈 속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것, 즉 산과 늑대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후로도 그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결국 알도 리오폴드하는 이름의 그는 미국 환경 보호 운동의 주창자가 되었다.

 

246. 가무는 인류 최고의 오락이다. 특히 우리는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민족이다.

한이 많아서 그런 것인가. 잘 놀아서 그런 것인가. 곳간에 여유가 있어야 가무를 즐기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것인가.

 

247.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문화는 우리의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짧게 끊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텔레비전 시청, 노래방, 그리고 짧은 여행은 향락적인 소비문화일 수 밖에 없다. 자유시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에 클라이맥스는 빨리 맛보아야 한다. 뜸을 들일 시간이 없다. 짧은 시간에 농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해야 하고, 따라서 야만적이며 과격한 몸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의 휴식은 또 다른 노동이 되고 만다.

그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생각해봤었는데 명답이다. 철이 없던 시설 미친 듯이 먹고 미친 듯이 놀았다. 그렇게 배웠고 후배들을 그렇게 가르쳤다. 지금에 와서야 그많은 시간과 돈, 몸을 망쳐가며 했던 짓을 후회한다. 차라리 책을 그만큼 사봤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휴가를 간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247. 바쁘다는 것, 그리하여 빨라질수 밖에 없게 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놀고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쉽게 말해 잘 노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조직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부족하면 자기의 삶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스스로를 유한계급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문화사회란 그러므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직배한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사회인 것이다.

원래 인간은 노동시간보다 향유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다보니 우리를 즐길 수 있는 향유시간이 없다. 이것은 노예로 가는 길이다.

 

254. 어른이 되면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힘을 잃어버린다. 마법의 힘을 상실했기에 그가 보는 것은 목욕탕이며 수건이며 세숫대야일 뿐이다. 그 속에서 물고기도 커다란 고래도 멋진 하얀색 배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진 당나귀같은 중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55. 일상의 걱정들과 정해진 일정들이 내적인 성찰을 방해한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습득된 지식이 어린 시절의 마법의 힘을 대체하게 된다.

 

5장 아름다운 섬 이야기

 

258. 그러나 그는 좋아하는 일이니 한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수많은 이해와 원망이 섞여있다. 이왕이면 가족까지 같이 할수 있는 일이 좋다라는 걸 늦은 나이에 깨닫는다.

 

259. 다산의 형인 손암 정약전은 이곳에서 15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15년을 흑산도에서 혼자서 그렇게 유배를 했다. 하루하루 무언가를 찾고 배우지 않았으면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261.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흙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살면서 흙이 좋아져야 비로소 죽을 수 있다. 흙 속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야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수 있다.

나는 아직 흙이 그립지는 않다. 그러므로 죽을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막내 딸은 6살인데 모래놀이를 좋아한다. 인간이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다시 아이가 되면 죽을때가 된것이라 하지 않는가? 선생님 말처럼 흙이 좋아질때가 있으면 이제 죽을때가 된것이리라.

 

261. 개발의 원칙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최소화의 원칙이다.

보존이 무엇보다 현명한 개발이다. 개발은 파괴를 전제로 한다. 파괴는 돌이킬수 없는 것이다. 자연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수없이 고뇌해야 한다. 최소화된 파괴, 이것 없이 자연은 자연으로 남을 수 없다.

둘째는 엄격한 조화의 원칙이다.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콘크리트 길과 사각형 시멘트 가옥 그리고 크고 무질서한 간판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주위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존지역으로 정했으면 전체적 조화 속에서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유럽인들은 건물 하나 짓는데 수백 년을 기다릴줄 안다. 빠르다는 것은 늘 되돌아올수 없이 멀리 가게 만든다.

민족성의 문제이다. 교육의 문제이다. 내가 살고 있는 경주만 해도 그렇다. 로마와 견줄만한 지역인데 건물이나 도로 등을 보면 현대 도시와 다르지 않다. 문화를 지킨다는 것은 어렵다. 시민들의 희생도 필요하나 절대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빨리빨리 문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다. 우리 한국인의 특성 중에 빨리빨리 문화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265. 사람이 어떻게 꽃처럼 나무처럼 살다 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곳 흑산도의 한쪽 구석 마을에 그렇게 살다 간 그의 숨결이 살아 있다.

 

266. 인생은 길이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다..... 나도 인생의 어느부분인가에 솔잎이 깔리고 주위에 꽃이 가득한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고 싶다. 돌밖에 없는 길, 한 그루의 나무도 없어 뜨거운 햇볕에 머리가 벗겨질 것 같은 황막한 길, 파이고 강팍한 길, 그런 길이고 싶지는 않다. 아름다운 나무 가득하고 옆으로 작은 시내 하나 흐르는 그런 길이었으면 한다.

 

268. 나는 좋은 길이 되고 싶다. 사람들로 하여금 천천히 걷게 하는 길이 되고 싶다. 평평하고 예쁜 바위가 몇 개 있어 좋은 날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길이고 싶다. 깊은 정취가 있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하며 감탄하는 그런 길이고 싶다. ,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나를 좋아한다. 내가 아직 젊은 탓일까.

선생님은 충분히 좋은 길이다. 좋은 길을 만들어 놓으신 덕분에 이렇게 제자들이 있다.

 

276.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어둠, 사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의 공간 그리고 홀로 쉴수 있는 비밀의 장소 없이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276. 살아 있다는 것은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만이 단독으로 존재한다는 것, 즉 육체로부터 해방된 영혼은 곧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이 육체안에 머물기 때문에 사람은 욕망과 정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을 타고 구름 위를 날고 싶다가도 선상에서 먹을 수 있는 소주 한병과 싱싱한 생선회 한 접시에 쏠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훌륭한 사상과 고고한 삶을 바라지만 아름다운 미인에게서 눈을 떼기도 어렵다. 사바세계는 그런 것이다. 중국인들은 사바(娑婆)’라는 단어에 여자를 빠뜨리지 않고 겹겹이 넣어놓았다. 그러니 어떻게 구녕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욕망은 사람을 살아숨쉬게 한다. 욕망은 감추는 것이 아니다. 욕망대로 사는 삶은 행복한 삶이다.

 

277. 마을은 콘크리트 덩어리로 완벽하게 요새화되어 있다....주민의 편의와 정서적 무감각 그리고 전체적 개발 구도를 가지고 있지 못한 행정적 무능력이 함께 섞여 부끄러운 현장이다. 변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 주어졌다는 비난과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83. 위로를 해주었지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견뎌내야 하는 것은 늘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이미 모두 죽어 없어졌을 것이다. 과로와 지나친 심려 때문에

 

283. 자식들에 관한 한 객관적인 부모는 없다. 늘 지나치게 마련이다. 반성하지만 언제나 그렇다. 그러나 자식들은 다르다. 그들은 생물학적인 관성을 따른다.

자녀들 학부모 총회에 다녀왔다. 거기서 학교 전담 경찰의 말이 기억이난다. 학교폭력 발생시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가 있는데 어느 쪽이든 자기아이만 옳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내 자식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나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런 주관성이 아이를 망칠수 있다.

 

284. 부모님은 그저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었을 것이라 믿었고, 나는 나의 문제로 복잡하고, 힘겨웠고, 또한 즐거웠다. 비록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것은 없었지만 나는 이미 나의 세계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이때 형성되는 자식의 세계를 잘 만들어 주어야 한다.

 

285. 돈을 얼마만큼 가져야 넉넉할까? 사고 싶은 것을 하나도 살수 없으면 가난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두 개인데 그 중에 하나밖에 살수 없는 경우는 그럭저럭 사는 것이다. 하나를 사면 다른 것을 살수 없는 선택적 소비는 중산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285. 돈이 그보다 많으면 불행해진다. 가지고 있는 많은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머리는 깨지고 마음은 평화를 찾지 못한다. 그들은 돈으로 무엇이든 사려고 한다. 사랑, 우정, 충성, 하다못해 타인의 복종마저도 사려고 한다. 그는 많은 돈을 세다 간다. 평생 돈을 세다가지만 그저 셀 뿐이다. 한푼도 가지고 갈 수 없다.

현재까지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회장들의 행동을 보면 알수 있다. 죽으면 정말 가지고 있는 돈, 차 모두 가지고 가지 못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행복하냐고? 우리들처럼 그들의 미스토리를 보고 싶다.

 

286. 복권에 당첨되기 전보다 훨씬 더 불행해진 경우가 태반이다. 갖고 싶은 바지 한 벌과 치마 한 벌을 한꺼번에 살수 있으면 그대는 이미 위험하리만큼 부유한 것이다. 더 이상 바라지 말라.

진짜 행복하다. 오직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제보다 아름답게 성장하려는 나.

 

295. 삼별초는 고려의 하층민들과 일반 백성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단순한 군사반란이 아니라 고려 백성들의 항몽 자주운동이었던 것이다.

 

298. 비극은 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미국 흑인의 비극은 그들을 해방시킨 링컨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에성 연유된다. 해방 후 우리 민족의 비극은 우리의 힘으로 해방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국토는 나뉘었다. 일제의 경찰이 미군정 경찰로 옷을 바꾸어 입고, 친일파는 반공주의자가 되어 득세했다.

 

298.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비극적이다. 그는 종속적이며 누군가가 시킨 일만 할 뿐이다. 하수인이 된다는 것은 몸은 몸대로 고되고 남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증오하게 되고 이를 견디기 위해 세속화된다.

 

300. 친몽고파든 친일파든 친미파든 외부에서 힘을 빌려오는 경우에는 늘 외부에 종속된다. 그런 경우는 자기일수 없다.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자기로서 살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허락한대로

변화역시 그러하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 의한 변화만이 진정한 변화이고 자기 스스로를 우뚝 세울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일 것이다.

 

302. 나도 나이가 들어 저렇게 고울 수 있기를 바란다.

 

303. ‘손을 뻗으면 은하수에 닿을만큼 높다는 한라라는 이름에 모자람이 없다.

예부터 내려오는 이름은 그냥 짓는게 아니다. 깊은 뜻이 있다. 상징성을 띠는 대표적인 것이 이름이다.

 

304. 감탄은 자신을 잊게 한다. 자신과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고 어두운 자아 속으로 햇빛을 가득히 받아들이게 한다.

 

306. 산행의 즐거움은 산과 만나는데 있다. 산은 음악과 같다. 조용해야 들을수 있다.

 

308. 한 달 반 동안의 일탈은 그에 상응하는 귀환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상징성을 벗어날 수 없다. 변화는 상징과 함께 나타난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며 장례식은 삶과 죽음의 화해이고 이승에서의 이별이다.

 

309. 바다는 내 삶이 추구하는 상징이다. 아이들의 이름 속에 모두 바다를 넣은 것처럼 바다는 나의 미래이다. 그리고 꿈이다.

 

309. 바다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도 오직 하나의 색,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309. 태풍과 풍랑과 해일과 파도는 바다가 스스로를 정화하는 도구들이다. 바다가 바다일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어찌 배우고 닮고 싶지 않겠는가?

나에게도 정화할수 있는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정능력은 바다에게 배우고 싶은 한가지이다.

 

309. 꿈은 개인의 삶에 생명을 준다. 꿈을 잃으면 생명의 힘은 해소된다. 그러므로 꿈을 잃은 사람은 살아있다고 할수 없다.

 

310.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은 기존 사회의 서릿발 같은 증오와 심문에 맞서야 한다.

많이 배우고 깨닫는 것 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지식과 지혜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그 만큼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은 부조리에 저항하지 않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참된 지식인은 앎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려운 것이다.

 

312. 구체적으로 주어지는 인생 역정을 통해 인간은 환히 빛나기도 하고 어둡고 침침한 별로 남아 있을수도 있다.

 

312. 나는 자연을 닮아가고 싶다. 그리하여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를 위해 쓸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한다. 바라는 대로 되는 세상은 아니지만 세상이 만들어주는 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짊어진 당나귀처럼 중년을 지내지는 않으리라.

 

312. 서양식 자유의 추구는 속박에 대항하여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과거의 속박이 제거되면 새로운 속박이 출현한다. 동양에서 자유를 얻는 방법은 속박에서부터 물러나는 것이다.

 

314.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가 있어 벼슬길이 순탄하면 유가에 의지하여 일에 힘쓰고, 모함을 받아 그 길에 어려움이 생기면 도가에 의지하여 숨어 홀로 궁함을 지킨다. 이러한 보완이 바로 중국문화의 안정과 통합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314. 공자는 보수와 권위와 구태의연이 아닌 적극성의 상징이다. 그의 본질은 뜻을 세워 공부하고 배운바를 실천함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노자와 장자는 마음의 평화이다. 물러나 곧 자연이 되어 문화적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두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공자와 노자와 장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서로 보완하는 한 사람으로 인식될 때, 우리는 세상에 나가서도 자신으로 들어와서도 자유롭다.

 

315.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나는 나아질 것이고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바라건데 다른 사람들로부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후기. 자연과 사람 그리고 변화

 

 

318. 기술이든 돈이든 이데올로기든 그 무엇 때문이든 변화를 통해 자연이 황폐해지고 인간이 서로에게 소외된다면 그것은 부정적 변화다.

 

319. 사람은 쉬고 있을 때와 자신의 내면과 만날 때, 가장 자유로운 정신력을 가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작은 이해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319. 나는 앞으로 휴식의 일환으로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 걸을 것이고 쉬기 위해 걸을 것이다. 버리기 위해 떠날 것이고, 힘과 정열을 얻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위대한 정신들을 만날 것이다.

 

321. 사물의 단점만을 생각하고 그 장점을 죽이면 요 임금과 같은 사람도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들과 내가 아는 사람의 장점만을 바라보자.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같이 하기 어려워 결국 혼자 힘들 것이다.

 

322. 한국의 산수 속에서 한국의 인물을 보고, 그 인물 속에서 그를 길러낸 한국 산수의 힘을 느끼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휴식을 통해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휴식을 통해 정신적 지평을 넓혀갈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322. 휴식은 자신에게 선사한 따뜻한 시간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수 있겠는가? 왜 우리는 늘 바쁘고 또 다른 사람을 바쁘게 하는가? 바쁜 사람은 바보다. 자신을 괴롭히고 남을 못살게 할 뿐이다. 휴식이 게으름이나 소비로 느껴지지 않을 때, 한 사회가 이에 진심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훨씬 나아진 사회에 살게 된다. 우리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사진작가의 말.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떠남과 만남

 

324.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곧 경영과 자기계발의 핵심이다. 간절한 욕망만 남기고 나머지를 거세시켜 시간을 더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필요한 것은 지루한 반복과 연마 그리고 변화의 이유를 지켜야 하는 당위의 힘이다.

 

325. 자기계발의 시작은 인간 속성의 정확한 파악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힘과 좌절 그리고 그 극복과정이 올바른 삶의 해법 아니던가.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를 뒤집고 파괴해서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성취와 완성의 구체적 모습이라 말했다.

 

326. 풍경은 여행의 목표가 아니었다. 풍경으로 비롯되는 인간과 삶의 문제가 곁들여져야 보이는 것이 의미가 되고 실천의 해법으로 바뀌는 놀라움. 풍경의 완성은 사람이었다.

 

327. 난 변화와 개혁에 성공했다. 이제 과거의 안정과 얄팍한 자심이 그립지 않다. 스스로 얻은 밥으로 세상에 살고 있는 맛이 더 좋다. 발목을 붙잡고 억압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무엇이 두려워 나가지 못했던 것일까. 가진 것이 뭐 그리 대단해 놓지 못했던 것일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삶. 누릴수 있는 행복의 전부였다.

 

328. 모두가 일구어낸 변화와 개혁의 힘은 엄청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번 출발하면 되돌릴 수 없어 나아간다. 나간 길은 다음이 궁금해 끝을 보게 된다.

 

3. 내가 저자라면

 

여행의 목적

 

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휴식을 위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재충전을 위해,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연인을 잊기 위해... 수많은 이유를 내세워 떠난다. 그냥 가는 여행은 없다. 이번 떠남과 만남를 통해 저자와 남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여행의 목적을 엿볼수 있었다.


저자는 세 번째 책을 내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 여행은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상징적 여행이다. 그렇게 확고한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식이 필요했나 보다. 이미 답을 구한상태에서 확인을 위한 절차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 전혀 다른 세계로의 출발에 있어 상징성은 필요하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올 때 정복이나 이런 옷들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20년을 근무한 곳인데 필요하지 않냐고 그런다. 일부는 동의하지만 전혀 다른 출발을 하겠다는 나만의 의식이 필요했고 그 의식이 그것이었다. 저자도 모든 길이 정해졌지만 그 출발선상에서 새로움을 위한 자기만의 의식과 상징이 필요했다. 그것이 이 여행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 땅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생략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다.

 

여행을 통해 20년간 저자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게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걷는 것과 바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다였다. 종종 바람속에서 그곳을 스쳐간 크고 작은 사람들의 자취를 냄새 맡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한 조각을 찾아보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목적이었다.

 

때마다 주어지는 밥이 사슬이지 않더냐. 굶주림을 두려워하면 들판의 이리가 되지 못한다. 이런 마음이 나을 지배할때까지 나는 매일 걸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나는 여전히 품삯에 길들여진 직장인이었다. 내 정신은 야성을 잃어버렸다. 우리를 나왔지만 홀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짐승 같았다. 내 속에 숨어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내는 나만의 의식이 절박했다.

 

한국의 산수 속에서 한국의 인물을 보고, 그 인물 속에서 그를 길러낸 한국 산수의 힘을 느끼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휴식을 통해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가 책 속에서 말한 여행의 목적이다. 이렇듯 여행은 사람들에게 갈 길을 말해준다. 여행이 말해준다기보다 각자가 여행 속에서 길을 찾는다. 이것이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연유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정착과 삶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 역사는 짧은 것이다. 우리의 조상은 유목민이었고 떠돌이였다. 그 피가 흐르기 때문에 이렇게 떠나고 싶고 또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자연에서 찾은 변화

 

여행 책은 언제나 봐도 질리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내가 가보지 못한 풍광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변화경영전문가인 저자가 여행 책을 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앞서 밝혔지만 이 여행은 저자만의 상징적인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을 출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줄려고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 혹은 여행에서 찾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달라지려는 사람은 단 하나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p.88)

 

자연만큼 변화무상한 것은 없다. 자연은 곧 생명이고 생명은 곧 변화다.(p.96)

 

몸과 영혼을 다하여 한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니 원래 총명한 사람의 깨달음이 그 끝을 알수 없게 되었다.(p.106)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백척간두에서 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p.112)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그날로서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p.121)

 

변화를 공부하고 싶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햇빛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p.237)

 

친몽고파든 친일파든 친미파든 외부에서 힘을 빌려오는 경우에는 늘 외부에 종속된다. 그런 경우는 자기일수 없다.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p.300)

 

거의 모든 여행지에서 자연과 인물, 사건들을 연결시켜 변화를 얘기한다. 저자의 일관된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진 그리고 역사적 인물을 통해서 바라본 변화

 

사진이 너무 적다. 저자의 설명만으로 그 풍광이 내게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사진 역시 글의 몰입을 방해하지만 적절한 사진의 추가가 필요하다. 저자가 숨막힐 듯 표현한 풍광이 사진까지 있었다면 몰입이 훨씬 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 연결되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저자는 전공이 역사학이었다. 아마 당연히 풍부한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서산대사, 이순신, 정약용, 장보고, 김유신 등 우리나라 역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들도 아마 인생에서 변화라는 명제를 통해 인생의 전환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한 인생의 전환, 변화에 대해 짤막한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김유신은 천관이라는 기녀와 사랑을 포기한 것이 단지 어머니의 충고가 아닐꺼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형태는 다양하다. 저자의 나이를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형태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철저한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으로부터, 여행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한 여행을 위해서 나는 아마 저자와 다르게 두발을 이용한 철저한 도보여행과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한 야영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과의 대화, 자연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사실 한달 반이라는 시간은 그리 많은 선택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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