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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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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4일 10시 22분 등록
작년 6월중순경 아내와 함께 남해여행을 갔었다. 6월중순이라 그런지 휴가온 사람이 적었고 여름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햇살이라 강렬함 보다는 따사로움이 우리를 감싸주었다. 통영의 케이블카에서 높고 그림같은 전경을 바라보았고 거제의 ‘바람의 언덕’에서 거센 바람을 맞아보며 기념사진도 남겼다. 여행지에서 먹은 성게알 비빔밥은 주인아주머니의 인심과 함께 바다의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시장과 식당의 인심도 좋았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무엇보다 길거리와 화장실이 깨끗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리고 어쩐일인지 가는 곳마다  흔히 있을 법한 술집이나 노래방은 찾을길이 없었다. 분명있기는 할거 같은데 "숨겨놓았나?" 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본것들, 먹은것들, 타본 것들, 시간의 소소함에서 어울어졌던 이야기들. 그 안에 배여있는 많은 웃음과 우리의 이야기가 남해의 기억으로 아내와의 여행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남해의 정취와 땅의 기질(?)은 우리와 잘 맞았다. 어디를 가든 불편하지 않았고 처음본 낯선 곳인데도 마음을 쉽게 풀어 둘 수 있었다. 나중에 나이를 더 먹어, 도시를 떠난다면 바다가 보이는, 섬들이 연결되어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주는 『떠남과 만남』을 읽었다. 읽는 내내 구선생님의 외로움이 느껴지는거 같아 나도 쓸쓸해 졌었다. 어쩌면 책의 서문에서 언급하신 '의식으로의 접근'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5페지에 이렇게 적으셨다.
    내 속에 숨어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 내는 나만의 의식이 절박했다.
‘여행지에서 과연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 낼 수 있을까?, 끄집어 낸다면 어떤 부분에서 일까?’ 라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의 궁금증이었다. 나도 슬쩍 따라가 '자유로운 영혼'을 끄집어 내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의외로 간단한 곳에서 자유로움을 끄집어 내셨음에 핏식 웃음이 났다. 낮술을 통해서, 깍지 않는 수염을 통해서, 무계획적인 행보를 통해서 자유를 맛보셨던 거 같다. 맞다. 그런건 다 자유로움이다. 
또한 선조들의 숨결이 깃든 곳에서, 그분들과 견주며가며 두려움을 이겨 낼 방도를 모색한 내용에는 삶의 지혜를 한수 배운거 같다. 그래서 자유로움은 웃음이고 배움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든다. 

사람은 경험속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혼자만의 충만한 여행 ’어느쪽이 더 행복한 여행이었을까?
처한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여행은 행복으로 가는 여정임에 틀림없다. 문득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그래. 삶은 언젠가 끝난다. 여행도 끝이 난다. 여행은 돌아올 집이 있는 것이고, 삶의 끝은 여기를 넘어선 저곳에서 알수 없음이 서글픔과 아쉬움과 두려움으로 존재해 있다. 이 세상 소풍을 마치는 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건 ‘얼마만큼의 어울렸던 풍경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봤다. 결국 소유의 문제를 넘은, 서로의 존재가 행복을 말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봄날이 가고 있다. 옭죄었던 끈들을 풀어놓는 봄날, 여행을 준비하고 아내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아침 햇살에 묻어난 이슬을 만나고, 색들에 감탄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찬찬히 그려볼 생각이다.
작년에 아내와 함께 했던 '바람의 언덕'이 떠올랐다. 바람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음으로 전해져, 삶의 어딘가로 데려다 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설레여 오는건 여행의 즐거움과 자유로움 때문일것이다. 

봄날이 가고 있다.
내 삶도 어딘가로 가고 있다.

03.JPG


* 참고 : 『삶은 여행』https://youtu.be/xVoMIDe-C2Q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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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10:58:13 *.18.218.234

레퍼런스가 이상은의 노래. ㅎㅎ 음악 들으며 의섭님 글을 읽으니 글이 살아나네요.

그런데 라면사진 어디 갔어요? 그럼 청각과 더불어 미각과 후각까지 살아날 글이었을 것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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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13:01:04 *.129.240.30

좋은 노래네요 이런 노래가 있었나? 하면서 들어봤습니다.ㅎㅎ  봄날은 가고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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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17:38:41 *.81.34.124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

즐거움과 자유로움으로 봄날의 바람이 가면

지금의 삶도 바람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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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03:48:13 *.106.204.231

 11기 연구원은 올해 변경연의 바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바람의 끝자락에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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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22:54:23 *.234.136.166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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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12:28:12 *.226.22.184

살아야 겠다.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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