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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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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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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6일 09시 22분 등록

평상시 산행은커녕 산책도 잘 하지 않던 저는 면접여행이 17km 산행을 하며 사부님께서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번갈아 인터뷰하신다는 공지를 보았을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평상시대로 맨발로 패션 운동화를 신고 면접여행에 도착한 저를 보고 사부님과 다른 모든 분들이 뜨아~한 표정을 지으시는걸 보고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나 집에 다시 다녀올 수도 없으니, 그대로 버스에 올라탄 저는 가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과는 상관없이 버스는 어느 산 입구에 저희를 쏟아놓고 훌쩍 떠나버리고 드디어 태어나 처음으로 진짜 산행 길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며 슬슬 다리가 아파오려 하는데 사부님께서 저를 부르십니다. 드디어 제 차례입니다! 꿈벗에서 며칠 뵙기 했지만 이렇게 여러 선배들과 또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보는 스승님은 이전보다 더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땐 어쩌자고 연구원이 되겠다고 큰 소리를 친 건지. 잔뜩 긴장해서 스승님 옆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는데 첫 말씀이 좋으냐?” 하십니다. “..?” 다짜고짜 좋냐고 물으시다니 뭐가 좋으냐는 건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전 그 때 그 상황이 전혀 좋지 않았기에 더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 얼굴에 . ..해요라고 시커멓게 쓰여있어서 그리 물어보신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아무 경황이 없었기에 그저 ....” 라고만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몇 가지 다른 질문을 하시더니 다시 한번 이 사람들이 좋으냐?”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다 제가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좋은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히??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한참 말씀이 없으시더니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스승님 표정이 참으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동기들과 함께 걷는 행렬로 돌아오니 아까보다 마음은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내가 미쳤나? 그냥 좋다고 말할걸 그랬나? 아니. 그럼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 어떻게 무조건 좋을 수 있는거지?? 그게 더 솔직한거 아냐?’ 등등 마음 속에서 수만가지 생각이 오락가락 하면서 팔, 다리와 함께 기분까지 축 쳐집니다. 그나저나 정신을 차리고보니 제가 어느새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걷고 있습니다. 동기 하나가 양말을 빌려줘서 신기는 했지만, 발뒤꿈치며 발고락들이 어느새 빨갛게 까져서 이제 따갑기까지 합니다. 차를 타고 저희 행렬을 관리하던 선배들이 더는 안되겠으니 차에 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가뜩이나 면접을 망친 것 같은데 차까지 탔다가는 자칫 똑! 떨어질 것 같은 예감에 그냥 막무가내로 걸었습니다. 드디어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려는데 저만….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보입니다.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저는 이제는 후둘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맨 마지막으로 도착하였지만, 생생한 동기들을 보고 주눅이 들어 한쪽 구석에 조용히 처박혔습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식당으로 우루루 몰려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위하여!를 외쳤는데 저만 그대로 술잔을 내려놓았습니다. 전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못 마시기도 하고, 안 마시기도 하거든요. 그러자 또 한번 제게 쏟아진 싸….한 시선들. 이쯤되면 여러분들도 그래 넌 떨어져 마땅하다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여러분, 그때까지 멸치 국물도 먹지 않던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던 제가 순간 눈 앞의 오징어 볶음을 한 웅큼 집어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물론 제가 완전 채식주의자라고 커밍아웃하며 야채만 달라고 또다시 분위기 깨고싶지않던 마음도 컸지만, 그보단 완전 채식까지하며 나를 가둬두었던 좁은 틀에서 나와 이 사람들과는 어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온종일 걸으며 얼어붙었던 제 마음에 조금쯤 틈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말 하이라이트는 아직입니다. 드디어 저로선 진정 고역스러웠던 면접여행이 끝나고 다음날 헤어질 때, 변경연의 그 유명한 허깅 세라모니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걸 그만 거..했습니다! (전원하고 거부한 건 아니고요, 남정네들하고요). 지금까진 그럭저럭 애처롭게 바라봐주시던 사부님께서도 이때만큼은 표정이 정말 굳어지셨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제 스스로도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근육이 뭉친다는 건 정말이지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딱딱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선배들 중 한 분이 서울에 돌아와 저를 떨어뜨려 한다고 사부님께 메일까지 보낼만했다는 생각이 드시는지요.? 하늘이 도와 연구원으로 합격은 했으나, 다음엔 또 죽음편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변경연이란 곳이 처음엔 제게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그렇게 매번 절벽 같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자처한거지? 후회하면서도 저는 정녕 그때까지의 제 삶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사는듯이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함만큼은 누구보다 절박했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절박했으면서도 모든 선배들 앞에서 읽어야 하는 죽음편지는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제가 왜 죽음편지를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는지, 정말 죽다 산 저의 입학여행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음 번 여러분께 편지를 드릴 때는 새 대통령께서 직무를 시작하시는 날이 되겠네요.

어제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응원하며 2주 뒤에 뵙겠습니다. 대한민국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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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1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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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bhgoo.com/2011/81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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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2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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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7 20:38:17 *.222.136.180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신후 선생님에대하여 알게된 저에게는 수희향님의 글이 책이나 동영상을 통하여서는 알지 못하는 선생님의 숨결을 느낄수있습니다. 마치 제앞에 계시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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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10:00:40 *.111.108.129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부님은 워낙 거목이셔서, 아마 저를통해 보시는 스승님은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연구원 제자들 모두 각자 다른 스토리를 통해 그러나 공통의 큰 나무이신

스승님께 배우고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또한 마음편지를 쓰면서 지난 9년간의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어 참 좋은데

이렇게 함께 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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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18:33:10 *.120.85.98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던 제가 순간 눈 앞의 오징어 볶음을 한 웅큼 집어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채식주의자셨는지는 몰랐네요. 허그마저 거부하는.... 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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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9 07:44:58 *.111.108.129

ㅎㅎ 그날부터 완전채식 파계하고, 해산물까지는 먹습니다.

요즘은 절대 허그거부아님다 ㅎㅎ . 변경연 before & after 참으로 다른 1인입니다. ㅋㅋ

잼있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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