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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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자 마음편지 ‘입지론과 적지론’의 사례로 이어갑니다.)
‘나, 홍대에서 또는 신촌에서 장사해’
라고 말한다면 ‘와~’라는 작은 놀람의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입지적 상징성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도 전에 어느 정도의 지역적 젊음과 화려함을 먼저 상상하게 되는 곳이지요.
‘ㅎ스시’는 2호선 이대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스시전문점입니다. 주변에 이대 정문과 APM빌딩과 대현공원이 있지요. 하지만 찾아가려는 사람에게 점포의 위치를 말로 설명하려면 이게 다입니다. 신촌, 이대에서 좀 놀아보신(?) 분들은 이 지역이 유난히 골목이 많은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ㅎ스시 역시 이대 상권이기는 하지만 막다른 골목 안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이 점포를 더 이상의 말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헤매다보니 운 좋게 눈에 보였어요’라고 합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ㅎ스시는 적지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음식점이 1급 상권에서 적지론 사례가 되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보통 이런 지역에서 창업하는 음식점은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한 좋은 자리의 점포를 구하려는 것이 예사입니다. 눈에 잘 띄어야 하고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4년 전 ㅎ스시 사장님은 점포를 옮기겠다며 이곳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예정 점포를 보고는 답답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보증금이 적은 점포를 구하는 것이 우리의 제1원칙이기는 해도 굳이 이런 자리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골목의 위치도 너무 열악하고 심지어 점포가 골목 끝자락에 있다 보니 누구라도 골목을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그런 위치입니다. 여성분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서로 ‘오케이’를 하고 지체없이 개업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점포에 맞는 영업 컨셉을 찾아라
사장님에 대한 두 가지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장님이 원칙에 물러섬 없이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과 생선을 다루는 사장님의 칼 솜씨가 예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편 저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지에 맞는 적절한 영업 컨셉 때문이었지요. 사장님에 대한 신뢰는 있더라도 매출에 대한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예정 점포에 맞는 적절한 영업 컨셉을 찾아주면 평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보증금과 월세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인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카톡마케팅입니다. (이번 편지의 주제는 입지선정이니 영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로 미루겠습니다.)
당장의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재방문의 키이다
입지가 나쁜 점포일수록 첫째 목적(가게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둘째 재방문율에 집중해야 합니다. 신규 손님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재방문율을 높여가는 것을 영업의 제1전략으로 하는 것이지요. 한 번 와 본 손님의 재방문에 승부를 띄워야 하는 것이지요. 이때 재방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방문 고객의 꼼꼼한 데이터 확보와 냉정한 분석입니다. 개업 초기 이것을 놓치면 폐업으로 가는 길은 오히려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ㅎ스시조차 개업 첫 주 어떤 날은 하루에 10명의 손님을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계획은 공허했습니다. 재방문 고객과 메뉴의 변화를 1일 단위로 체크하며 누적의 힘을 모아 나갔습니다. 사장님 특유의 끈기와 재료와 맛에 대한 원칙을 지켜가며 당장 내 앞에 서있는 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ㅎ스시는 창업 당시 은행에서 빌린 1천5백만원을 개업 6개월 만에 전액 상환을 하였습니다.
점포가 불리한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 영업에 불리함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작은 실수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위험수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에 대한 관대함 보다는 초기 변화에 냉정한 분석을 하고 종합 선물셋트 보다는 분명한 컨셉을 찾아주면 일정 부분 단점 상쇄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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