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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30일 02시 37분 등록

마지막 편지

 

구본형(휴머니스트)

 

저자에 대해서 구본형선생님을 추억하며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는 구본형 선생님의 마지막 유고집이다.

지난 2013년 우연치 않게 여러 기사를 통해서 선생님의 유고 소식을 접했던 기억이 다시 새롭게 떠오른다. 바로 그 전해에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하시는 것을 들었고 강연 후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 사인까지 받았던 것이 상기되면서 아쉬움과 함께 놀라움을 달랬던 추억이 있었다.

아마도 그 기억과 추억이 나를 지금의 연구원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와 함께 구본형선생님의 책 중에서도 진수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애정 어린 편지를 쓰기 위해서 한땀 한땀 심사숙고 끝에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구본형선생님의 철학이 편지마다 잘 배여져 나와 있는 듯 하다. 또한 구본형선생님께서는 꿈꾸는 인생을 원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 없는 삶

그리고 각각의 편지들은 생전에 선생님께서 각각 개별 개인들에게 보낸 것이지만 정말 어느 것하나 나에게 보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없다. 마치 선생님께서 살아 계신다면 나에게 보내주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생전 구본형선생님의 서편을 접하고 나니 정말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절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아버지 생전에 꼭 한번 편지를 써봐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 구본형선생님께서 본인에게 쓴 편지를 보면서 나 역시 내 자신에게, 내 속에 있는 내면 속의 나와의 대화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에게 편지를 써보자.

 

마음을 무찔러 온 글귀

 

P5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편지로 나누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학창시절, 아버지와 함께 새벽에 일어나기로 해 놓고 늦잠을 자곤 했습니다. 일주일 연속으로 늦잠을 자고 학교에서 귀가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책상 위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지요.

아이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다는 건 어색하기도 하면서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이들이조금 만 큰 후 한번 시도해 볼까?

 

P6

편지를 쓸 때마다 아버지는 가장 예쁜 종이에 가장 아끼는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주셨습니다.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다정하며 힘 있는 아버지의 손 글씨, 지금도 그 편지를 볼때 아버지가 아주 가까이에 계신 듯 합니다.

편지 자체만으로 아버지의 마음과 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기대 할수 없었던 일인 듯 싶다.

 

P15-1

너는 하나의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 듯 한 작품에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얼마 동안 타오르는 열정으로 한 나무 조각을 파다가 이내 그만두고 다른 나무 조각을 깍기 시작한다. 내 주위에는 파다만 조각상들만 즐비하다.

나를 보는 듯 하다. 아 정말 이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된다.

 

P15-2

너는 분산되어 있어 어디에도 온전한 니가 없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나를 결국 아무것도 내가 아는 것이 되는 것이다. 보는 듯 하다.

 

P16-1

때때로 살아지는 대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반응하는 것이 더 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지만 그것 때문에 나의 내면의 규율과 북소리가 꺼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그런 것이다. 프로가 되려면 오래해야 한다. 오랜 집중과 반복되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P16-2

너는 절망적 용기라는 이 기묘한 말의 뜻을 알겠느냐? 그것은 마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무엇이 나를 기다리더라도 나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P17-1

이것저것 쉬운 단계에서 잠깐의 열정으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습득되는 작은 재주를 자랑해서는 안된다. 아마추어의 다양한 재미는 결코 프로의 깊은 맛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운명이 널 찾아오면 그 일에 너를 다 던지라는 것이다.

나는 이 길을 갈 것이다. 이것이 나의 뜻이다. 나는 나를 다 던져 이 일로 유명해지리라.”

나에게 하는 듯하다. 아니 내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이것 저것 조금 잔 재주를 배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칭찬받고 그것이 마치 정말 내 것인량 의기양양했다. 이 재미로 결국 이것 저것 손대기 시작했던 것 같다.

 

P17-2

첫째,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하나의 일에 집중 투입해라. 이때는 반드시 이를 지원하는 습관의 힘을빌려야 한다. 그 글들은 모두 하나의 주제에 집결됨으로써 앞으로 나올 책의 장절이 되고 꼭지가 된다. 때가 되면 솥에서 밥이 익듯 먹을 만한 것이 된다. 둘째, 번거로운 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정신과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너만의 쾌락을 구하도록 해라.

매일 매일 습관의 힘이 결국 삶을 만든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P19-1

그런데 너는 바싹 당겨 그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때의 감흥을 다 잃어보렸다. 그리고 어느 날 시민배우가 되어 연극을 시작했으니, 너는 골기퍼밖에 없는 문전에서 슈팅을 포기한 꼴이 되었다. 너는 두려움에 진 것이다. 작가의 필연적인 고뇌와 집중 과정에서 너무도 쉽게 물러난 것이다. 쉬운 길로 얼른 도망한 것이다.

내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아마추어들에 맞서라. 나는 사람들이 종종 한 길로 갈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언덕과 가파른 계곡 앞에서 되돌아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 고객, 이 바위를 넘으면 더 나아갈 수 있고, 더 잘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때부터 찾아오기 시작하는 훈련과 땀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지루함과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P20

어린아이도 싫어하는 잔소리를 왜 어른에게 하겠느냐? 나는 그것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이 바보 같은 일을 지금 하는 것은 꼭 한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너는 그동안 네 재능의 반짝임과 재치로 나를 웃게 했고 기쁘게 했다. 나는 네가 내게 준 그 즐거움에 고마워한다. 그래서 꼭 한번만 바보짓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맞다 누군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은가? 옆에 이런 스승이 그리고 벗이 있는 것 만으로도인생의 복이 아닐까 싶다.

 

P21

<맹자 孟子>불영과불행이란 말이 나온다. “물이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이다. 네게 꼭 한마디를 해야 한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혹 커다란 웅덩이가 나타나 물길이 막히고 고여 더 나아가지 못할 때도 쉽게 던져버리고 다른 주제, 다른 영역, 다른 재미로 도망가지 말고 매일 그 커다란 웅덩이를 조금씩 채워가거라. 그 거대한 웅덩이가 다 차면, 그때 비로소 호수가 만들어진다. 웅덩이가 클수록 호수도 커진다. 채우는 시간이 길수록 수량이 풍부한 호수가 되는 것이다.

 

P25

지구의 끝에서 보낸 편지여서 여러 번 읽었다. 마치 그 편지에 그곳의 냄새가 묻어 있기라도 한것처럼 말이다.

어떤 편지였을까? 편지 내에 멀리 있는 그 곳의 모든 것을 담았나 보다.

 

P28

따라서 모든 것이 그야말로 뜻밖이며, 그야말로 적시인 것이다. 이 패러독스, 나는 이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삶의 떨림과 충만함을 따라가라고 조언하고 싶구나. 인생은 여행처럼 즐거운 자유로 만발해 있다. 우리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 모든 것이 가능성이고, 모든 것이 나서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변하면 주변이 변하고 온 우주가 나를 돕게 된다.

 

P29

돌연한 삶의 각성이 일어나면, 우리는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마치 도를 닦는 선승의 돌연한 깨우침이 그를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이끌어가듯, 한 번 일어난 정신적 각성은 과거의 삶을 단숨에 폭발 시켜 새로운 세계로 돌진하게 하는 추진력을 얻게 만든다.

부럽다. 이런 각성의 순간을 꼭 마주치고 싶다. 클래스가 달라지는 것이다.

 

P30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바로 우주적 공명과 떨림을 가장 확실한 증거로 삼아 사자의 주둥아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용기다. 네가 여행을 떠나며 마음 속에 받아들였던 그 짜릿한 살아 있음을 계속할 용기 말이다. ‘나는 살아 있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이 젊은이의 모토여야 한다. 그래, 두려움은 틀림없이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흥분과 다른 것이 아니다.

사자의 주둥아리에 내 머리를 밀어 넣는 상상. 기분이 어떨까? 믿음일까 용기일까? 객기일까?

 

P31-1

그 돌아섬. 그것은 포기나 실패가 아니다. 내가 아닌 것을 버림이 곧 모험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 너는 미래의 안정을 버리고 하고 싶은 떨림을 찾아 나서지 않았느냐?

비워야 담을 수 있다. 놓아야 잡을 수 있다.

 

P31-2

자신을 떨리게 한 우연한 각성에 다다른 사람들은 모험이 없는 인생은 로망이 없는 연애처럼 지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깨달음을 겪는 사람과의 차이, 클라스의 차이인가?

 

P32

네루다의 시집을 가지고 다녔던 체 게바라의 다음과 같은 말로 더 완벽하게 이해된다. “우리 모두리얼리스트가 되자.

꿈은 꼭 품고 다니자..

 

P33      

바로 너의 정신적 각성이 인생의 변곡점과 도약점에 서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 인생을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채우는 일, 그 일보다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인 것을.

인생은 너무 짧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너무나 짧은 인생이다.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하자. 제발~!

 

P38

밤 영업을 끝낸 주점과 식당 주인들은 가게 앞 눈을 쓸고 있었지. 내일을 위한 비질이었다네.

모범 시민들이기도 하다.

 

P40

젊음은 결코 미리 늙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네. 강연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와연결되는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고 잊지 않기를 바라네.

맞다. 젊음은 결코 나이가 아니다.

 

P42

(여행에서 돌아와) 아르헨티나 땅에 다시 발을 디디는 순간, 이 글을 쓴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글을 다시 구성하며 다듬는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우리의 위대한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방랑하는 동안 나는 생각보다 많이 변했다. 그 깊이는 내가 생각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각성의 순간, 찰라를 맞이하게 된 것인가?

 

P43

체 게바라는 그 여행에서 이런 장면들과 무수히 마주치면서 의사도 성직자도 아닌 혁명가로서 길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네. 잘 생각해보게.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전해지는 깨달음의 크기가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네. 사건을 해석하는 힘을 키우고,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우주가 천둥처럼 전하는 그 목소리를 놓치지 말게. 자네라면 내 이야기가 현실성이 결여된 이상주의자의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여기지 않으리라 믿네.

사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드리는 사람의 내면 속 울림이 변화를 좌우하는 것이다.

 

P44

젊음은 젊음으로 인생에 기여한다네. 너무도 쉽게 늙지 말게 위대한 것이 그대의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주와 공명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그 일을 반드시 해내게.

늙지 않으리라, 그러기 위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 일을 반드시 해 내리라.

 

P49-1

그러나 봄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단명한 아쉬움에 있다네.

봄은 늘 도둑처럼 몰래 우리 곁에 왔다가 간다.

 

P49-2

인간의 삶은 슬프다네. 그 단명함 때문에. 청춘인가 했더니 벌써 내 귀밑머리는 속절없이 희어졌네. 하루가 저무는 속도가 화살 같고, 일 년이 촌음 같아, 결국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살아야만 가장 잘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보자 하니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 보이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말이 얼마나 좋은가! 지는 꽃이 추하다는 것은 그 꽃이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니, 아름다울 때 마음껏 사랑하는 것이 사는 법인가 하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열심히 그렇게 즐기면서 살아보자! 그리고 있는 힘껏 사랑하자 !

 

P51

모든 상처는 인생의 약이 되 나니,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꽃이 온 들판에 가득할 때, 커다란 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고, 그 환한 들판을 쏘다닐 때조차, 다리엔 온통 억새가 만들어낸 크고 작은 상처로 따갑다.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때조차, 그 순간을 지나는 상흔과 자취가 남는 것이니, 아픔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이 살아 있음이니 (사진속의 내가 웃고 있다.) 무엇이 저리 좋았을까?

때론 그 상처가 너무 아플때가 있다. 아직까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괴롭힐 때가 있다.

 

P52

신성한 잉여의 아름다움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인 로빈슨 제퍼스가 쓴 표현이라네. 이 말은 아주 멋지지

 

P53

역설적이게도 필요를 넘어서는 잉여, 그것이 바로 문화라고 생각하네. 자연과 문화는 반대되는 것 같지만, 인간의 정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태초의 스승은 바로 자연이었다네. 인간은 실제 필요에 충실한 동물적 인간성과 잉여의 신성한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문화적이고 정신적인 인간성을 한 몸 안에 모두 가지고 있다네.

인간은 정말 신기하고도 불완전하며 이해하기 힘든 존재이다.

 

P54

나는 이 불협화음을 튜닝이라고 부른다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악기가 되는 것이네.

결혼이란 오랜 불협화음속에서 서로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P59

모든 기쁨이 눈물이 되는구나. 그조차 감미롭다. 젊은 사랑은 내려칠 장소를 찾는 벼락같은 것이니, 너무도 성급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뒤 또 그렇게 사라져간다.

그 벼락 같은 사람이 문득 그리워 진다.

 

P60

사랑은 소나기처럼 찾아온다. 순식간에 마음을 점령하고, 짧은 기쁨으로 가득한 밀월의 시기를 지나간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된다. 사랑은 한숨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연기이며 동시에 너무도 거칠고 난폭하여 가시처럼 콕콕 찌르기도 하는감정의 폭풍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폭풍속에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면 내 인생이 이대로 멈춰 설 것만 같았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그 순간 순간들이 스쳐가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

 

P61-1

네가 일단 사랑에 빠지면 지혜는 멀리 사라져버려, 그때는 이미 어떤 조언도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들을 많이 했던가. 그때의 바보 같은 일들을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P61-2

착한 사람은 가시적으로 자기 성찰을 할 능력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이는 자신을 탐험하는 힘이다. 내면 탐험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알아내고,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파악하며, 행동이 적절한지 묻는 능력이다. 공자식으로 말하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바로 군자라는 말과 같다. 예수도 십자가 위에서 죽어가면서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자신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 악은 바로 자기 성찰이 부족한 곳에서 생겨난다.

제일 무서운 악은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때 행해 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P66-1

인생의 중반을 지나며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임을 알게 되었다. 너는 좋은 젊은이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줄 알고, 마음이 따뜻해 상대를 소중히 여기며, 재능을 다해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살아가자.

 

P66-1

지극한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니, 봄이 꽃을 그리워하듯, 그리 살아라.

마음에 새겨 두고 싶은 말이다.

 

P72

그들은 20대의 청년 둘이었지. 등에 배낭을 맨 두 사람은 열심히 지도를 보고 있었어. 오후 3시의 이국땅은 흥미진진한 탐험 대상이라도 되는 듯이, 피곤을 모르는 호기심으로 당장 가봐야 할 그곳으로 달려가기 위하여 서두르고 있었다네. 그리고 또 다른 여행객인 나, 25년 전 나는 비즈니스로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지. 출장과 여행은 현격히 다르다네. 같은 비행기,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함께 같은 곳에 도착하지만 출장을 가는 사람은 여행객이 아니라네. 그 마음은 새로운 것을 즐길 만큼 열려 있지 않다네. 내 돈 한 푼 쓰지 않는 여행이지만 공짜에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듯이 출장은 여행이 아니라네. 나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네.

 

P73

여행의 맛은 육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어야 그 맛을 십분 향유할 수 있다네. 몇 시간의 여정에 피곤함을 느끼고, 시차 적응 때문에 며칠간의 숙면을 희생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며, 깨끗한 호텔을 선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모험의 정신을 잃어버린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네.

여행은 되도록이면 건강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 때, 몸의 조금의 모험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P74

여행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라네. 한국이 아닌 곳에서 다르게 살고 있으나 그 생활이 나의 생활이 되어도 괜찮은 수많은 사례를 만나는 것이지.

다른 사람, 생활 속에서 내 모습을 찾아내는 것, 여행의 즐거움이다. 떠나고 싶다.

 

P77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한 달도 못 되는 선물을 내게 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돈은 다른 곳에 쓸 돈을 아끼면 되고, 시간은 다른 곳에 쓸 시간을 안 쓰면 되는 것이라네.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겠는가? 나는 여행을 내 삶을 아름답게 하는 ‘10개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격상시켰다네

우선 순위의 문제이다. 나는 여행을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3가지 중에 하나로 꼽고 싶다.

 

P84

집에서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바로 너야.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않도록 너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거야.” 그때 이 말은 제게 송곳 같았습니다. 그리고 늘 가슴속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틀림없이 경제적으로 밝은 분은 못 되셨지요. 마음이 헙헙하고 싫은 소리를 못하시고 영악한 셈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늘 남 좋은 일만 한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 겁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며 야무지지 못하고 그저 사람만 좋은 분, 그게 아버지에 대한 우리 가족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때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P87

열아홉 살에 과부가 되어 아버지만을 키워 오신 할머니는 제 마음의 영웅이셨지요. 참으로 사리에 밝고 강하며 부지런한 분이셨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살려내셨지요.

우리는 모두 영웅이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만 있다면 우린 모두 영웅이다.

 

P89-1

저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아버지, 그러나 전 그게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전 아이들에게서 이미 아주 많은 즐거움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웃음, 그 찬란한 웃음, 어떤 순간, 어떤 눈빛, 어떤 일상의 대화, 아픔, 아비이기 때문에 느끼는 그 아이가 인식하는 아픔보다 어쩌면 더 큰 아픔을 저는 기억합니다.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빛나는 순간을 아주 많이 기억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좋은 아버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기억 못하는 아이들의 빛나는 순간을 기억 속에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아버지이자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P89-2

저도 제 아이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것보다 훌륭한 유산이 또 있을까요.

구본형선생님의 바램대로 되신 거겠지요?

 

P95

사람의 일은 신비롭기 짝이 없구나. 양지 바른 곳 눈 곱게 쌓인 슬로프를 따라 굴러 내린 작은 눈뭉치 하나가 눈사람을 만들 만큼 커다란 눈덩이로 변하듯, 작은 일 하나가 어떻게 그렇게 귀엽게 커 나가는지 신기하다.

 

P100

그것은 우주가 오래 기다리다가 일을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 펼쳐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때가 되면 온 우주가 나서서 일을 도와주게 마련이다.”라고 하기도 하고, “그 일은 예견되어 있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본인의 온 몸으로 원한다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믿어보자.

 

P102

그래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신비한 단어, ‘마크툽(maktoob:미리 쓰여 있다)’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마음이 감응하는 것이다.

 

P107

나는 네가 어느 길로 가든지 응원할 것이다. 제 길을 간 인생만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쉽게 자신의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숲을 기웃거리고 이 일 저일 해보다 보면 운 좋게 마음을 끄는 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천직을 찾아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P108

직장은 마치 천직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머무는 연옥과 같아서 그 속에서 수 많은 희로애락을 거치게 되고, 이일 저 일을 맛보고 수련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연옥 같은 곳이라니..혹시 지옥은 아닐까?

 

P110

이제 취업은 과거의 기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세와 태도, 그리고 재능을 파는 과정이라는 것을이해해야 한다.

미리 알 수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P113-1

나도 연구원을 뽑을 때 아주 긴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해서 꼼꼼히 읽는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기술하고 인식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매우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비슷한 경험이라도 그 속에서 어떤 배움과 깨달음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람은 성숙의 깊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객관적 경험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이 네게 무엇이었는지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왜 자기소개서를 그렇게 길게 썼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P113-2

덕과 재능을 겸비한 사람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에 해당하는 것이 좋은 가치관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미덕이라면, 재능에 해당하는 것은 온갖 종류의 재주와 기술력과 전문성을 말한다. 둘 다 겸비한 사람은 정말 흔하지 않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훌륭한 인재인 것이다.

혹시 난 아닐까? 기분 좋은 상상을 혼자서만 해본다.

 

P114-1

다행히 덕이 재능보다 나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는 것을 웬만한 경영자들은 경험적으로 다 알고 있다.

 

P114-2

사회생활을 통해 너는 자유와 단결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바닥의 맛을 보아라. 그러나 많이 웃어라.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밑에서부터 배우도록 해라. 건투를 빈다.

사회생활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내와 배려이다.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다.

 

P119

그 순간들이 사람의 얼굴에 남긴 바로 그때의 섬광 같은 눈빛과 감정을 잘 보았네. 그들은 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그 표정들은 모두 다 내 것이었네. 마음을 빼앗긴 그 찬란한 기쁨의 순간, 황당한 새로움에 대한 놀람,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두려움, 뜻밖의 횡재가 주는 행복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것이겠는가! 나는 무수한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아내곤 했다네. 우리가 하나이며, 바로 그 동일한 인생의 순간순간 바로 그 사람들이 내 위로이고 기쁨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즐거움에 젖어보았다네.

 

P121

그때 나는 그대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네. 떠나서는 안 되는 곳을 떠나가려 마음먹은 자의 혼란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대의 첫 번째 표정이었네.

 

P123

이것은 마치 이미 일어난 일처럼 확실한 미래가 아니겠는가? ‘현대인의 표정전이라는 자네의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는 아직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확실한 미래가 된 것이네. 나는 이것을 확신하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매일의 맛을 알고 있기 때문이네매일 새벽 글쓰기를 시작한 지 13년이 흘렀네. 그동안 나는 17권의 책을 내게 되었네. ‘11이라는 내 꿈의 풍광은 내가 매일 새벽 글쓰기를 하는 한, 이미 일어난 과거처럼 거의 확실한 일이 되었네. 미래도 과거처럼 확실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매일의 힘과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또한 믿고 있기에 나는 매일 그리기얼굴의 화가라는 그대의 꿈을 이루게 해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네.

매일 실천하는 순간 미래는 확정적인 사실이 되고 결정된 과거와 다름없는 현실이 된다. 매일 실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P125

각자 자신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의 세계를 애정으로 지켜보는 가족의 사랑을 그려주게.그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가정이라네. 매일 그리는 자네라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지금 주문하니 때가 되면 그려주게.

사진관 앞 사진속에 걸려있는 가족의 모습이 아니라 무언가 그림 속에 은근하게 묻어나는 행복한 가정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어떤 그림일까 머리 속으로 계속 상상이 된다.

 

P126

내가 되기 위해 나는 그 긴 세월을 둘러왔네. 그 둘러온 인생이 바로 내 삶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 몇 년 전 자네는 미술 학원을 접었고, 이제 다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를 것이네. 지금 자네는 미술 옆에 있고, 매일 미술과 함께 있으며, 미술을 통해 밥을 먹고, 미술을 통해 자기실현도 해가니, 그것이 진정한 화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네. 만일 그렇게 산다면 그것은 예술가의 삶이 아니라네. 이제 자네는 진정한 화가로 입문한 것이네. 비로소 세월 속에 그대를 담게 되었네. 축하하네

나 역시 이 편지의 주인공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P131

나를 즐겁게 하는 이 햇빛 알갱이들의 무도회가 벌어지고 있겠지요

햇빛이 내 얼굴을 간지럼 피우는 모습이 상상된다.

 

P132-1

그래요. 우리는 한 권의 시집과 포도주 한 병과 빵 한덩어리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기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전쟁의 와중에도 놓아두고 나누는 정신을 키운다면 멋지다 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행복은 이렇게 소소하다. 그렇다면 행복해지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P132-2

우연히 해택받은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가장 많은 삶의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인생에서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겠지요. 말하자면 어떤 정신적 도약을 경험하게 된 것이이지요.

기부는 내 것을 나눠주는 행위가 아니라 내 것을 두 개로 나눠져서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줄어드는 것은 물질이요 배가되는 것은 기쁨이다.

 

P134

그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환경보전과 인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성공을 안겨준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업의 공공성이 커지게 되었지요. 게이츠나 버핏은 늘 첨단과 선두에 서 있는 기업가들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성공 비결이었지요. 이번에도 그들은 가장 앞장서 탐욕의 비즈니스 세계에 나눔의 비즈니스를 재창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참 대단한 인물들이지요.

어떤 목적성을 가졌던 이 둘에 대해선 인정해 주고 싶다. 이것은 단순한 목적성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진정한 정신적 도약을 경험했을 것이다.

 

P135

제임스 길모어라는 사람은 진정성을 스스로의 이미지에 일치하는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고 규정합니다. 난 이 정의가 참 좋습니다. 외면적 이미지와 내면적 자아 사이의 일치가 일어나면 좋겠지만 사회적 인간은 그렇게 될 수 없어요. 가면을 벗는 순간 벌거벗는 것이 되니 문명사회에서 그렇게 벌거벗고 살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완벽한 일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면적 이미지와 내면적 자아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P135

그 다음 단계는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나누는 기업입니다. 서로를 우리라고 부릅니다. 서로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가장 많이 받는 사람과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의 격차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 단계에 도달한 조직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정말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에서 아직 이정도 단계로 나간 기업은 손에 꼽을 듯 하다.

 

P136

세번째 수준에 오른 기업은 그 지역사회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기업은 뿌리를 내린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자신의 번영과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인식에 이릅니다.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준 사회에 대한 보답,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와 함께하는 경영의 단계에 이름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나라의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자라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 정도의 단계에 올라서는 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P137

진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사회는 기업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요? 바로 존중을 원하는 것입니다. 직원에 대한 존중, 협력업체에 대한 존중, 고객에 대한 존중, 사회에 대한 존중, 인류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 지구와 자연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중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시발점이 바로 직원에 대한 존중입니다. H 사장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 아닙니까? 직원에 대한 존중이 제대로 되면, 여기서부터 다른 협력업체와 고객에 대한 존중으로 확대되고, 이내 더 큰 주체에 대한 존중으로 커지지 않겠습니까? ‘직원에 대한 존중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행복한 직원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처음이자 끝은 바로 직원이다. 직원은 회사의 근간이다. 직원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그 기업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P138

일터는 우리가 스스로를 알아가는 현장입니다. 헌신함으로써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일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성과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일과 관심사를 연결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내면적 동기가 여름의 숲처럼 무성해집니다. 일터라는 대지에서 스스로가 심은 꿈이 쑥쑥 커 나갈 때, 그 개인들은 그 숲을 이루는 건강한 나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P139-1

나는 당신의 희생을 원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행복과 성공을 원합니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만 여기에 남으십시오헌신하면서 행복한 직원들만이 유일하면서도 차별적인 최고를 만들어냅니다. 사회적 선의와 본업을 통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때, 우리는 그 기업을 위대한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P139-2

삶이 인생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매순간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삶은 과거처럼 이미 결정된 것도 아니고, 미래처럼 머릿속에 정형화된 완벽도 아닙니다.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이 긴 편지를 쓰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편지를 썼던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느껴진다. 이 편지를 받은 상대방은 그 마음에 깊이 감동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P143

겨울이 끝나갈 무렵, 봄이 벌써 와 있는 즈음에 나는 피렌체와 로마를 다녀왔습니다. 이탈리아반도는 이미 봄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푸른 밀과 들풀로 덮여 있는 넓은 롬바르디아 평원을 차로 달릴 때에는 봄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언젠가 로마의 발자취를 뒤 쫓아 이탈리아 반도를 일주하고 싶다.

 

P144

그곳을 돌아보며, 역사는 결국 인물이고 인간일 수 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유한한 인간들의 무한한 투쟁, 이곳에 잠들어 있으나 그 업적으로 삶의 유한함에 도전한 인물들의 영혼에 감읍하며 팡파르 소리가 나를 깨울 때까지 그 계단 앞에서 넋을 놓고 있었지요.

 

P145

지금은 우피치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지요. 이곳에도 열주마다 르네상스 거장들의 석상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페트라카, 보카치오, 단테, 마키아밸리, 미켈란젤로, 갈릴에이, 다빈치….나는 그 이름들을 스치며 그 얼굴과 자태를 쳐다보았습니다. 이름만으로 르네상스를 느끼게 했던 거장들의 숨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본다는 것이야말로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현장의 기쁨이 아닐는지요.

이름만 들어도 설레인다. 르네상스적 삶을 살다 간 이들의 발자취를 느껴본다는 것 만으로도 여행이 의미는 충분하다. 가자~!!

 

P147

코시모 데 메디치는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이 도시의 기분을 알고 있다. 우리 메디치가가 쫓겨나는 데 50년도 걸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가도 물건은 남는다.” 실제로 그의 예상대로 메디치가가 피렌체를 이끈 시기는 6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로렌초가 축은 후 메디치가는 파산하고 피렌체는 반종교개혁에 시달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그의 말대로 500년이 지난 지금도 피렌체는 관광객으로 붐빕니다.

 

P148

꽃의 도시 피렌체를 떠나면서 내 가슴은 감동과 그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500년 전 그 도시의 규모를 휠씬 뛰어넘는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 때문이었지요. 도시 자체가 걸작이었고, 그 도시의 건축물들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진귀한 예술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니까요.

피렌체에 대한 나의 갈망이 점점 커져만 간다.

 

P150

영원한 도시, 그 압도적 풍광으로 나를 전율하게 한 로마의 시가지를 돌아보며 깨닫게 됩니다. 다양성의 존중이란 참아야 하는 갈등과 불편이 아니라, 특이성과 차이에 대하여 전혀 개의치 않은 대범한 정신이라는 것을, 사방으로 뻗은 로마의 대로를 통해 바람이 거침없이 통하듯 자연스럽고 대범하게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지요.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대범함, 이것이 바로 보편적인 도시인 로마의 특색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로마로 통한다. 빈 말이 아니다. 로마의 진 면목을 알지 못하고 둘러보고만 온 지난 여행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P151

나는 당신이 르네상스인이었으면 좋겠스니다. 문화와 예술에 당신의 부를 모두 쓰고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결국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 경영은 바로 내 속에 묻혀 있은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지요.

저는 르네상스인입니다. 저에 모든 것을 쓰고 가겠습니다. 많은 것을 느껴보고 체험하고 즐기고 가겠습니다.

 

P155

아마도 삶이 간절하지도 않았고, 지독히 슬픈 일이 생기지도 않았으며, 사나운 고통이 심장을 갉아 먹지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찾지 않았겠지요. 슬픔과 고통 속에서 그 무기력의 절망에 닿지 않고는 당신의 발 밑에 엎드려 통곡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요?

 

P157

믿음의 생활을 하는 것은 자신 안에 신을 모시는 것이니 유리처럼 투명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두렵지 않겠습니까? 당신께서는 이미 제 마음을 아시니 이 두려움을 어루만져주실 것을 믿습니다..

 

P160

저는 당신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음을 제가 믿으니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도록 하겠습니. 저에 대한 탐욕을 줄이고,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낮은 정신으로 살도록 애쓰겠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날마다 공부하고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지내도록 애쓰겠습니다. 날마다 나아지는 것이 당신이 보시기에 좋은 일이니 날마다 새로워지고 날마다 좋은 사람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P162

저는 또한 제 길을 열심히 가겠습니다. 그것이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주신 재능을 다 쓰고,제게 맡기신 이 세상에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당신이 주신 재주를 남김없이 다 발휘하여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돕겠습니다.

 

P163

저를 힘껏 당기소서.

부러질 것 같아 두려워하더라도

저를 당기소서

받은 것을 다 소진하고 당신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저를 남김없이 다 쓰소서

그리하여 저의 모자람에 절망하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P167

여름을 갓 넘긴 바로 이쯤에서 나는 나를 되돌아본다. 여름의 무성함으로 다시 전환을 모색해야겠다. 어떻게 할까? 나는 내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내 속에는 늘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었으니, 앞으로 10년은 내 속의 나와 화해하고 깊어지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편지란 얼마나 사적인 것이냐. 나도 내개 혹은 나의 무의식에게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나를 내게 보낸다.

나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이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정말 내가 된다.

 

P169

죽음은 삶에 가려 숨어 있지. 그러다가 어느 덧 삶이 저물기 시작하면 죽음은 점점 더 확실한 존재로 삶을 압박하게 된다. 그러니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야, 그것은 언제나 삶속에 숨어 있었고, 삶이 익어감에 따라 그것도 익어가고 있었던 것이야.

삶에 그리고 죽음 앞에 겸손해 지자.

 

P173

철학이란 전체를 보는 것이니까. 나는 현실을 볼 테니, 너는 이상을 보아라. 나는 사회를 볼 테니, 너는 개인의 욕망을 보아라. 나는 늘 깨어 의식할 테니, 너는 늘 잠자며 원형의 무의식으로 남아 있어라. 나는 부드러운 웃음의 가면이 될 테니, 너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진심이 되어라. 우리 기억하자. 존재하는 것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때가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은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햇빛 속에 비추게 될 것임을. 모든 대극적인 것은 잠재적 관계로 서로 동반하는 것이니, 화해는 투쟁의 한가운데 있음을 명심하자.

 

P175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으며, 그것처럼 당황스러운 것도 드물지만, 일단 젖고 보면 그것처럼 즐거운 하나됨이 없다. 나는 너를 비처럼 받아들여 흠뻑 젖을 것이다. 너는 나를 나무처럼 춤추게 하라. 그리하여 우리는 비온 뒤의 숲처럼 되자.

 

 

내가 저자라면

 

<마지막 편지>는 생전 구본형선생님께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사후 엮어서 펴낸 책이다. 그래서 당연하겠지만 어떤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써 내려간 책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구본형선생님의 철학을 서편 하나 하나마다 오히려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모든 편지 하나 하나마다 마치 나에게 쓴 편지와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개인적 서신인 만큼 전후 사정이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의 한 줄, 한 문장

이것저것 쉬운 단계에서 잠깐의 열정으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습득되는 작은 재주를 자랑해서는 안된다. 아마추어의 다양한 재미는 결코 프로의 깊은 맛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운명이 널 찾아오면 그 일에 너를 다 던지라는 것이다.

 

젊음은 젊음으로 인생에 기여한다네. 너무도 쉽게 늙지 말게 위대한 것이 그대의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것을 받아들이고, 우주와 공명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그 일을 반드시 해내게.

선생님 정말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죠?

 

결국 오늘이 마지막인 듯 살아야만 가장 잘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네.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보자 하니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 보이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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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30 12:55:37 *.124.22.184

장례식 때도 느꼈지만 역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정학님은.

문득 정학님의 감수성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지네요. 언제 들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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