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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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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일 11시 09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 대통령 후보 토론회와 고골의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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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위한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 중입니다. 저는 퇴근하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그리고 조금 일찍 집에 온 날이면 온 가족들이 함께 토론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이 토론회를 보면서 저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토론하니까 실력이 그대로 들어나는 것 같았고, 약자라고 보았던 후보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마이너리티로 치부되었던 후보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제일 잘했습니다. 통쾌했습니다. 약자에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토론회는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멋진 선례를 보는 것 같아 기쁘기도 했습니다. ‘동성애색깔론처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숨겨졌던 쟁점이 부각된 것도 다양한 후보들이 나온 덕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저 사람 좋은 아저씨야? 아니면 나쁜 사람이야?’ 라고 묻기도 하고, 저 아저씨는 로봇 같아라고 이야기하며 온 가족이 꺄르르 웃기도 하였습니다. 토론회를 보면서 한 가지 들었던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커다란 귀를 가진 섬세함의 가치가 더 존중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예술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직관이죠. 사회적 약자들이 예전과는 달리 재미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스쳤답니다. 그 지루했던 토론회가 재미있게 느껴졌으니까요. 예전처럼 무조건 드러눕고 어깨띠를 두르는 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저항도 축제처럼 재미있게 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짜릿함은 러시아 최고 극작가이며 풍자작가이자 환상문학가인 고골의 <외투>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서를 전담하는 9등급 관청 서기 아카키. 그는 오랜 세월동안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베껴쓰는 작업만을 해왔습니다. 관청 사람들은 아카키를 아무렇게나 대했습니다.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었기에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이러니티였습니다. 어느날 그는 페떼스부르크의 외풍을 막기 위해 외투 수선을 하기로 하고, 수선을 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극도의 내핍생활에 돌입하게 됩니다. 촛불 없는 밤을 보내고, 차 한잔의 여유조차 없앴으며, 식사 값을 아끼기도 합니다. 그 대신 새로 장만한 외투를 끝없이 상상하며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습니다.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하고 유쾌한 삶의 동반자를 얻은 것 같기도 한느낌을 받습니다. 드디어 외투를 고친 날, 그의 외투를 보러 관청의 동료들은 몰려들고 그를 위한 파티까지 열어주게 됩니다.

 

그러나, 축하파티에서 돌아오던 중,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에게 외투를 강탈당하고 두들겨 맞아 그는 외투를 빼앗기게 되죠. 그는 경찰서장을 찾아가 사정해보고 고위층 인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하찮은 자신의 위치만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고열에 시달리며 숨을 거두게 되죠. 그의 인생은 이렇게 끝나게 되나 싶은데요, 웬걸요? 아카키는 죽어서도 잃어버린 외투를 잊지 못해 밤마다 유령이 되어 도시에 나타나고 이에 경찰은 유령 체포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를 러시아의 세찬 비바람 속에서 외투 속으로 끌어들인 고골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외투라는 사물이 인간의 실존을 압도해버린 사회적 지위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해버린 무섭고도 슬픈 외투가 아닐까요? 외투란 아카키의 가족이자 동반자인 반면, 그는 관청의 베껴 쓰는 한 기계에 불과하죠. 낡아빠진 사물에게도 부여되는 격이 사람인 아카키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외투 때문에 잠시 사람답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외투를 잃자 존재 자체가 소멸하게 됩니다. 그의 전 생애가 사물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외투는 죽은 후에도 유령에 되어 그를 놓아두지 않습니다. 이토록 사물의 힘은 강한가 봅니다. 그래서 물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허무하고 슬프기 마련이죠. 외투 한 벌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카키 뿐일까요? 물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우리는 과연 어떤 외투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일까요? 물질의 힘 보다는 정신의 힘을 이야기하는 리더를 보고 싶습니다




IP *.210.1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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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13:29:28 *.145.103.48

메타포가 풍부한 문학작품인듯.

페이지도 두껍지 않아서 도전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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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09:57:35 *.210.112.106

한 20분 이면 후다닥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에요. 꼭 추천합니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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