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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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최재천교수님에 의하면 ‘지구의 역사는 DNA가 꾸려온 일대기’라고 하신다. 무슨 이야기냐면, 최초의 DNA가 지구 상에 어찌 어찌하여 생겨났는데, 이것이 진화하고 분열하여, 유전되고, 변이된게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로 다른 종인 인간과 개와 고양이, 심지어 길거리 풀들조차도 우리와 조상이 같은 것이고, 모두는 태초부터 죽지 않고 모습을 바꾼 DNA의 저장 장치라는 말씀이시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가긴 간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고민해야 봐야 할 문제. 최교수님께서도 처음에 고민하신 문제.
"나라고 생각하는 내가, 삶의 주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DNA라는 화학물질이 내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나는 그냥 내 안에 있는 삶을 나르는 DNA의 수레에 불과한 건가?"라는 생각이 머문다.
안타깝게도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생물은 DNA의 흐름으로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나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DNA이라는 것이다. 최재천교수님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자살’을 생각하셨다고 한다. 너무나 황당하고 허무해서…
이번주는 조셉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었다. 신화라는 건 상징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며,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고, 우리에게 삶의 본을 보여주는 지침이라는 것이다. 삶의 길을 보여준다는데, 왜 사람들은 신화를 읽지 않는 것일까. 두가지 정도로 생각이 정리됬는데, 하나는 ‘내 삶의 본이 된다’는 사실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고고, 두번째는 캠벨의 주장처럼 현대의 사람들은 ‘영적인 삶’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본문의 195페이지를 인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왜 우리가 새삼스럽게 신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까?
신화는 우리 삶의 요체인 영적인 삶의 원형과 만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의례를 접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질서를 온전하게 바로 잡아 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하고 있죠.
그런 종류의 관심에서는 멀어졌지요. 옛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항상 영적인 원리를 의식하고
사는 삶이었어요.’
그러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는 자기계발서를 뒤로 하고, 신화를 읽고 영적인 삶에 관심을 갖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내가 주장하는 세가지는 이렇다. 첫번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주도권을 회복할 방도를 모색할 거 같다는 것이다. 왜냐, 자신이 그동안 황무지로 살아왔다는 걸 깨닫는 시점이 분명올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사람에 대한 포용력이 깊어져 관계가 깊어질 거 같다는 것이다. 이해라는 측면을 현재에서 한차원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하는 단계까지 갈 것 같다. 아직 실험해보거나 관찰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럴거 같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어쩌면 '구선생님께서도 여기에 머무르시다, 변모하신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시 최재천교수님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DNA의 존재감으로 허무함에, 자살까지 생각하시다가 어떻게 자살 충동을 극복하셨던 것일까? 교수님의 설명은 이랬다. “끊임없이 읽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그 고개를 넘게 되더라” 역시 교수님 답다. 「신화의 힘」만큼 어렵다. 대략 난감한 말씀이었는데, 여기에 캠벨의 언어로 상징을 끄집내어 대입해 보니 이런 해석이 가능할 거 같다. “사실과 정황이 어떻든, 나는 나의 천복(天福 )을 좇아 나의 길로 들어서서 주어진 상황을 넘어 섰다” 로. 상황을 있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이 최교수님의 발화점이자 결론이셨을 거 같다.
나도, 나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주관하는 게 초월 너머에 계신 신( 神)인지, 과학으로 밝히는 DNA인지, 천복(天福 )을 찾고 있는 나인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의 영역으로, 생명으로, 살아 있음을 경험하는 나로 살았으면 좋겠다. 최교수님의 가르침이, 신화의 가르침이 내몸 구석 구석으로 퍼져, 살아지는 내가 아니라, 살고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캠벨님의 말씀대로 ‘나의 용’을 무너뜨려, 보다 넓은 관계의 마당으로 나를 이끌어 낸다면 내가 원하는 천복( 天福)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일까. 확신도 없고...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 가야겠다는 원(願)이 최재천 교수님을, 조셉캠벨님을 바라보게 했다.
나도, 나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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