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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5일 09시 42분 등록

사물 다시 바라보기

(나를 찾기 위한 방법 #4)

 

나는 그동안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내 감정을 배제한 채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리고 철저하게 내게 필요한 부분만 보아왔고 느껴왔다. 이를 테면 내가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커피도 그냥 졸음을 쫓아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고, 그냥 냄새가 좋았고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그런 존재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이런 까닭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아마 내 감정을 숨긴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나온 습관이 아니였나 싶다.

 

이런 연유에서 그런지 그동안 내가 쓴 칼럼이나 북리뷰를 살펴보면 너무 진부한 표현으로 가득차 있고 솔직히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나마 좀 괜찮다 싶은 말은 유명 작가의 말을 인용한 것이 전부이다 보니 이 글이 내 글인지 남의 글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이고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으로 자기합리화와 자기위로를 해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이 허전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나는 여러가지 책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이, 그게 자연이든 사물이든 여태 너무 감정없이 가슴이 메마른 상태에서 모든 것을 바라봐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활짝 핀 벚꽃을 바라봤을 때도 그냥 좋았다. 하지만 올해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보고는 내가 왜 벚꽃을 좋아하는 걸까? 활짝 핀 벚꽃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시도 써보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구본형 선생님의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책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내 마음속으로 찾아 들어왔다.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것은 늘 살아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선생님이 하셨듯이 내 주변에 있는 사물들에 대해 나만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지금 커피에 대한 두 줄 단상을 매일 실천하고 있고 다음 주 수업까지 해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26개의 생각이 정리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하던 이 작업이 이제는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물론 내용은 말도 안되고 피식 웃음이 나오는 글이 많지만 어찌되었든 이 작업을 통해서 나는 그저 마시기만 하던 커피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궁금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떠올랐다. 한가지만 소개하면 커피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생각은 커피색이 검은색인 것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검은색은 죽음과 탄생의 색. 커피는 죽음을 통해 인간에게 각성이라는 생명을 주네였다. 그런데 이 생각이 나의 생각이 아니었고 나의 무의식 속에 있는 원형적 이미지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2주째 읽고 있는 캠벨의 책에서 발견했다.

 

빵이란 결국 밀의 죽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생명이란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생명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도 나의 사물 다시 바라보기에 대해 관련 되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캠벨이 좋아하는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서 벅 멀리간이 하는 대사이다. “하나의 환상으로부터 깨어난다는 것은 아마 태어난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거야. 어떠한 물건이든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신들의 불멸의 영겁에로 접근하는 문이 될수 있지.”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도 나온다.

예를 들어서 연필, 재떨이 또는 다른 무엇이든지 여러분의 양손에 들어 올린 다음, 그것을 한동안 주시해 보라. 그 용도와 이름은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라. “이게 무엇일까?” 그 용도에서 떨어져 나오고, 그 명명에서 벗어나면, 곧 이어 경이의 차원이 열린다. 왜냐하면 그 물건의 존재에 관한 신비는 곧 우주의 존재에 관한 신비와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러분 자신의 신비와도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내용이 난해해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나의 사물 다시 바라보기가 단순히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렇게 깊은 철학이 담겨져 있고 우리가 원하는 삶과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될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거기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훈련과 각성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생각한 방법이 적어도 틀리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이 다양한 시각들이 다양한 생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이 유연하게 생각하게 하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갖고 싶어도 가로막는 여러 장벽들이 있을 것이다. 습관, 고정관념, 개인적인 경험, 환경적인 요소 등이다. 가장 큰 장벽은 게으른 생각일 것이다. 정해진 조건에서만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을 갖지 않는 것은 게으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지런하게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부지런함이란 다양한 관점으로 더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만이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변화하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을 다르게 접근하고 다양한 생각이 필요하다. 나의 고정관념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구본형 선생님이 얘기한 것처럼, 캠벨이 얘기하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주위에서 끊임없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기회를 주고 지켜보고 있는데 나만 바보처럼 그것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두 눈 똑바로 뜨고 부지런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들어오는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자.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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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0:44:53 *.124.22.184

"우리는 부지런하게 생각해야 한다생각의 부지런함이란 다양한 관점으로 더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다양한 생각만이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글귀 좋은데요. 제가 글로 하는 공감표현을 잘 못해요. 뭐 말이나 몸으로도 잘 못하지만...ㅋㅋㅋ 

제게도 유익한 방법이겠어요. 함 해봐야겠어요. 고마워요. 기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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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3:22:02 *.75.253.254

칼럼 보고 들었던 생각을 대신 잘 표현해주는 글이 있네요 !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되게 보게 되나니, 그때에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한준 (兪漢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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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00:11:39 *.208.235.46

자기 안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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