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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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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5일 17시 46분 등록

"중·고생은 대치동, 4050은 양재동." 귀농을 준비하는 40, 50대들에게 나오는 말입니다. 서울 대치동은 학원가이고 양재동엔 '귀농귀촌종합센터'가 있습니다. 몇 년 전과 달리 50대뿐만 아니라 40대 직장인들도 귀농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작년 농정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을 위해 준비한 기간은 평균 18개월입니다. 관련 정보 수집에 1년 정도 쓰는 것을 감안하면 대체로 2년 반을 준비한다는 소리입니다. 준비자금은 평균 12364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억 원 이상이란 응답도 전체의 15%에 달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이런 행태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삶의 핵심은 그대로 둔 채 단순히 삶의 '배경'만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시골 삶의 핵심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있기 때문입니다. 적게 벌어도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 곳이 시골입니다. 그러려면 검약하며 작은 것에 만족하는 생활 태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귀농 희망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까닭은 도시인들의 '하나도 잃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개혁가인 스콧 니어링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 강력히 반대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대학 교수직에서 쫓겨 났습니다. 사회로부터 위험분자로 몰려 순회강연도 끊기고 이미 출판된 책들도 판매금지 되었으며 가족들은 그를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실패한 인생의 전형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어두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삶을 재편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새롭게 만난 헬렌과 함께 뉴욕을 벗어나 버몬트 주의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손수 집을 짓고 곡식을 가꾸는 자급농이 된 것입니다.

 

단순하면서 충족된 삶, 그것이 스콧과 헬렌이 평생토록 추구한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농사로 생활의 80%를 자급자족했고, 스스로 땀 흘려 돌집을 지었습니다. 생필품은 손수 만들었고, 돈을 모으지 않았으며, 따라서 한 해의 양식을 마련하고 나면 다음 수확기까지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 짐승을 기르지 않았고,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겨울에 농장이 얼어붙으면 여행을 떠나거나 사회활동에 몰입했습니다. 극도로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이었습니다. <조화로운 삶>은 이러한 시골생활 초기 20년의 구체적인 삶의 기록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니어링 부부는 돌연 모든 것을 버리고 이사를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들의 책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에게 지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버몬트를 떠나 메인에서 다시 시작했는데 흥미롭게도 이전 집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살던 집에 그대로 놓아둔 채 떠났으며, 20년 동안 손수 지은 집과 직접 가꾼 비옥한 땅도 헐값에 넘겼습니다. 20년간의 노력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완전히 새로 시작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시작된 그들의 시골생활은 60년 가까이 이어졌으며, 스콧 니어링은 꼭 1백 살이 되던 날에 바다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습니다. 철저한 채식주의와 검약이 몸에 밴 그는 백 살이 되자 지상에서의 자신의 임무를 마감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었던 것입니다. 그는 인생의 정점에 이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지극히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소개한 책: <조화로운 삶>, 스콧&헬렌 니어링, 보리출판사

 

 

(공지) 저와 김도윤 연구원이 시골에 숨어 있는 인생 고수들을 취재해 엮은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이 출간되었습니다. ‘도시 퇴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살아 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으시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822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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