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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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투자입니다. 투자는 수익을 얻기 위해서 내 것을 먼저 넣는 일이지요. 즉 들어간 것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내 돈을 먼저 넣어야 합니다. 그러니 예비창업자는 창업이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그에 합당한 답을 얻은 후에 시작해야 합니다.
창업을 어떻게 준비한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까요? 어느 날 성공한 장사꾼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창업 지원을 했던 사례 중 100개 점포의 자료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항목으로는 “매출, 고정비 지출(순운영비용), 직원변동추이, 재투자(매장 리모델링, 신상품 개발, 업무용차량) 빈도”를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 순수익을 내는 점포 중 10개의 점포를 골라내고 그 중 상위 5개 점포의 공통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몇 가지의 의미 있는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5개 점포의 대표들은 창업준비 기간에 창업계획서를 오랫동안 꼼꼼히 작성했다는 것과 창업 후 영업일지도 비교적 잘 작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한 점포 대표의 사업계획서가 상대적으로 약했으나 이 대표의 경우 영업일지를 매일 작성하고 있었고 내용도 가장 충실했습니다.
“글을 쓰면 진정한 나와 맞설 수 있다. 글로는 나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서 다른 사람과 주파수를 맞추느라 돌보지 못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글 한근태(한스컨설팅 대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에서 발췌(오병곤,홍승완 공저)
사업계획서나 영업일지는 문학적 글쓰기와는 방향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서나 영업일지를 쓰려면 일종의 글쓰기에서 느끼는 마음의 다스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기와 같습니다.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오늘의 아쉬운 점을 반성하게 하고, 잘 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잠깐 격려하고, 내일의 영업을 다시 계획하게 합니다. 게다가 영업일지는 자신의 민낯을 보게 하고 매장의 필요에 반박자 빠른 안목을 준비하게 합니다. 스스로 경영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심지어 이런 매장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이들은 실제로 기술력이 다소 부족해도, 자금이 모자라도, 점포의 위치가 불리하더라도 사업계획서와 영업일지를 잘 쓰다 보니 어느 날 성공의 계단위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사업계획서, 영업일지를 통해서 나의 경영 계획 속에 자신이 온전히 걸어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타인이 작성해 준 사업계획서는 나의 경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좋거나 돈이 많은 것으로 내 점포의 사업계획서를 어디 가서 구할 수 있을까요. 된다 해도 그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사업계획서 심사를 해 보면 간혹 타인이 작성해준 사업계획서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심사를 해보면 대필 사실을 알 수가 있는데 온전한 답변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업구상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사업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해보면 다소 무모하거나 매끄럽지 않더라도 내 사업 구상이 오롯이 녹아들게 됩니다. 작성을 위해 애쓰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업계획은 다듬어지고 자신의 잘못된 계획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내 점포에 꼭 맞는 영업일지는 나 외에 쓸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많은 투자금과 오래 동안 꾹꾹 눌러 쓴 사업계획서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사업계획서를 선택할 것입니다. 돈으로 산 사업계획서와 영업일지는 내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