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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0일 00시 06분 등록

지방 출장으로 새벽에 길을 떠나는 날엔 열차 안에서 모자란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꾸벅 졸음에 취해있던 어느 하루.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이 깹니다.

뒷좌석.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아낙네였습니다. 품안의 아기는 불편한지 연신 칭얼댑니다. 그녀의 응답.

“배고프다고.” “알았어.”

“먹기 싫다고.” “그래.”

“물티슈 달라고.” “여기 있어.”

아기를 참 잘 보는구나 여겼습니다. 처음에는. 그런데 이런. 목적지로 가는 내내 그녀의 받아줌은 끝이 없습니다.

내려앉는 눈꺼풀에 몽롱한 정신 줄.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뜻대로 되질 않습니다. 이리 두 척 저리 두 척. 대단합니다.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아기의 울음과 옹알이에 지치지도 않고 반응을 해대니. 거기다 목소리는 어찌 그리 우렁차신지.


저의 강의 주대상자는 영업직에 종사하는 이들입니다. 다양한 고객들을 접하기에 그들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업무상 긴장모드에서 사적인 자리로 복귀시 때론 모습이 돌변하기도 합니다. 얌전하던 분이 운전대만 잡으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평소 예의, 상냥함, 품격이 빛나던 영업사원 Y씨. 미팅중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디요? 필요 없어요.”

“말귀를 못 알아듣네. 필요 없다니까.”

격앙된 표정. 고압적인 자세에 화를 벌컥 내며 그냥 끊어버립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전화랍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대부분은 불편한 감정들을 드러내지요. 하지만 Y씨마저 그럴 줄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동종 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말이죠.


대학교시절. 아르바이트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일을 했었습니다. 할당된 일일 목표수량. 인생의 무게처럼 버겁게 손에 쥐어진 몫을 소화해야 합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건넸습니다.

“좋은 정보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귀찮은 표정들. 받아가는 이에겐 고맙다는 생각에 저절로 허리가 굽혀집니다. 요령이 생기자 무작위가 아닌 일정 대상지역 - 도서관 등- 에 집중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출근길. 헉헉대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매 기다리고 있는 이들. 헬스, 꽃, 미장원, 신장개업 식당……. 스스로도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바쁜데 뭐람. 그럼에도 쏟아지는 홍보지 세례에 어지간하면 낯을 붉히지 않고 받아주는 에티켓을 발휘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일이 생업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고객 상담으로 알려진 해충방제 기업 세스코. 장난스러운 질문까지 재치 있게 답변해주어 언론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벌레를 죽일 때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이 있나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몰래 한 마리 밖으로 풀어 주신적도 있으신가요?’

Q&A 게시판에 이 같은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여러분이 담당자라면 어떤 답변을 주실는지요.

‘직접적 피해를 주는 쥐나 바퀴 그리고 개미를 죽일 때는 별로 미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가끔 요즘 볼 수 없는 곤충이 실내로 들어올 경우에는 살짝 집어서 밖에 풀어줍니다. ^^

며칠 전에도 지방에 갔다가 끈끈이에 잡힌 땅강아지 2마리를 보았는데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정성스러운 답변에 고객의 반응은 어떠하였을까요. 기업 이미지 상승에 힘입어 충성고객으로 남지않을지요.


판매자의 입장에서 진상으로 분류되는 고객들을 만나곤 합니다.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로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하죠.

‘써보았는데 피부에 안 맞아요. 다른 제품으로 바꾸어주세요.’

본인이 해당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선물로 받은 제품을 교환해 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먹어보니까 몸에 맞지 않아요. 환불해 주세요.’

한 달이나 복용하고 바꾸어 달랩니다. 난감합니다. 감정이 끓어오릅니다. 영업사원이 자신의 돈으로 메워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로인해

‘나는 영업이 맞지 않는 모양이에요.’

좌절하고 상처받고 떠나갑니다. 베테랑 팀장들은 이런 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훌륭한 세일즈맨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쉽진 않지요. 그럴 때 육아 경험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여인이 자신의 뱃속 열 달 동안 키워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존재. 그 대상에게 엄마는 어떤 일이든 다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진상고객을 그렇게 다룰 수 있다면. 철없는 아이하나 키운다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고객이 전화위복이 되어 당신을 추종하는 열렬한 협력자가 될지 누가 압니까.


“물먹고 싶어?”

“얼마나 가야 되냐고.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어요.”

우리의 친절한 금자(가명)씨는 아직도 현재진행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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