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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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 오프 모임. 한달 전부터 발표된 과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한달 간 Action Plan과 ‘구본형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첫 장례식 수업에서 과거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겠다고 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실행을 미루고 달라진 것이 없던 나.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이번 과제를 계기로 익숙한 나쁜 버릇과 결별하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는 준비를 해보자. 내가 선택한 나쁜 버릇은 ‘미루기’다. 학생 때는 벼락치기로 시험을 준비하고, 일을 할 때는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항상 마지막까지 미뤘다가 하고는 했다. 40년이 넘게 그렇게 하다 보니, 언제부터 시작하면 마감시간에 맞출 수 있다는 걸 저절로 깨닫고 시스템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나쁘면 후회와 자책을 하게 되고,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항상 아쉬웠다. 미리 시작했더라면 더 잘 했을텐데… 라며.
이번 한달간 “미루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익히도록 해보자.
‘구본형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스스로를 백조의 가면을 쓰고 있는 오리라고 믿는 백조에게’라는 제목으로 썼다. 평소 나의 모습, 좋은 성과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운과 우연한 도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항상 노력보다 결과가 좋은 것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곧 불안해졌다. 이건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뿐인데, 그 결과에 기반해서 상응하는 보상이나 책임을 맡게 되었을 때 기쁘기 보다는 나를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고 기대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중요한 일을 나 때문에, 내가 잘 못해서 망칠까 봐, 그래서 손가락질 받을까 봐 두려웠다. 얼마전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했는데, 친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항상 공부한 것보다 시험을 잘 봤다고 했다. 높은 점수에 비해 실력은 떨어지는데, 점수를 보고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실력을 기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불안감을 심리학에서는 “가면 증후군 또는 사기꾼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유능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며 언젠가 무능함이 밝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데, 특히 사회적으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6개 국어를 구사하고 하버드 대학에 합격할 정도로 똑똑한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하버드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었고, 멍청한 여배우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어려운 수업만 들었다고 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시작을 주저케 하는 또 다른 나, 속박된 자아인 용(龍)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용을 쫓아내야겠다고 결심하며, 이를 구본형 선생님의 입을 통해서 듣고 확인 사살 하는 의미를 담아 편지를 썼다.
오프 수업 전날. 하나씩 올라오는 동기들의 활동 보고서와 편지를 읽으며 한달 동안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연구원에 지원할 때 나는 팀에 대한 기여로 ‘직접 만든 빵과 과자 등 간식 나누기’로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너츠베리 타르트’와 케잌을 만들기로 했다. 하나만 만들어도 되지만 굳이 손이 많이 가는 케잌까지 두 개를 만든 건 첫 오프 모임 축하와, ‘같은 날 죽었기에 우리는 모두 생일이 같다’고 했던 의섭님의 글에 감동받아 “우리 모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오프 모임 날. 전날 밤 12시까지 타르트를 만드느라 피곤했지만 아침 5시에 일어나 케잌을 만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지는 못해도 블리븐과의 나눔을 위해서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여유 있게 준비하려 했지만 딸기 크림을 만들다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시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결렸다. 겨우 시간에 맞게 모임 장소에 도착했는데, 동기들과 교육팀 대부분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린 뒤에 먼저 “우리의 생일”을 축하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 뚱냥이
결별한 습관은 ‘알코올 의존증 탈출’. 술을 마시지 않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한달간 그 전에 나빴던 달에 비해서 술 마시는 횟수가 날 수로는 16일, 비율로는 53.4% 포인트 줄어들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고 싶었다. 지난해에 비슷한 문제를 겪던 친구를 잃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며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나는 그 친구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었다. 마흔이 넘은 성인이니 당연히 알아서 잘 해결할 거라고 믿었기에 도움의 요청이 있었을 때도 이를 깨닫지 못했고, 결국 떠나 보낸 후에야 크게 후회했었다.
뚱냥이는 앞으로 100일간 금주를 실행하겠다고 한다. 어려운 날들이 되겠지만 꼭 해낼거라고 믿으며 그의 결심을 응원한다.
* ggumdream
새벽 기상과 ‘커피’를 통한 사물 다시 보기. 매일 아침 2시에 일어나기와 커피에 대한 두 줄 정도의 글을 썼다. 2시에 일어난다니…나도 그 시간에 깨어 있지만 아직 잠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때 일어나는 사람이 있었구나. 매일 2시에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늦어도 5시에는 일어난다고 했다. 커피에 대한 글은 억지로 짜내야 하는 날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두가지 모두 매일 꾸준히 하며 습관의 힘을 이미 체화시키고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느껴졌다.
커피, 목공예, 요리, 피아노 등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가족과 일 찾기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 놓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본인만의 기쁨을 찾기를 바란다.
* 알로하
“미루는” 습관 버리기. 과제 미리 하기, 마음의 말 미루지 않기, 화장 일찍 지우기 등을 세부 실천 사항으로 정하고 동기 부여를 위해 10만원을 먼저 내 놓고, 각 항목에 벌금을 부여해서 깎기로 했다. 벌금은 싫어하는 단체, 10원도 주기 싫은 단체에 기부하기.한달 간 실천 결과 최종 벌금은 49,000원. 반을 넘기지 않았으니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잘 했다고 나의 등을 두드리며 나머지 51,000원으로 뭘 할까 신나는 고민을 해야겠다.
선생님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 너를 부정하는 네 안의 용을 죽이고 너의 참모습을 보아라. 그리고 스승을 빛내는 제자가 되어라.이제 진짜로 실천할 일만 남았다.
* 모닝
하루 두 시간 혼자만을 위한 시간 갖고, 건강한 몸 만들기. 휴가 기간을 제외하면 일찍 일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거의 실행. 하지만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고 혼자 술 마시지 않기는 못 지킨 날이 많았다. 그래도 절반은 성공했으니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나와 비슷하다. 현실적으로 풀타임 잡이 있고, 어린 두 아들의 육아를 도우며 이 정도 한다는 것도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도 마음 속으로 칭찬을 했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작가가 되어 한사람의 생각이라도 바꾸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본인의 생각을 바꾼 작가는 구본형 선생님, 책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고 했다. 아직은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지만 구본형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직장에서 본인의“필살기”를 좀 더 키우고 이에 관한 책을 써서 수백만 독자의 생각과 삶을 바꾸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송의섭
역시 풀타임으로 일한다. 아직 8개월밖에 안 된 아기가 있어 육아에도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지난 한달간 절대적 시간 부족으로 과제를 하는게 매우 힘들었고, 고민도 컸다고 했다. 이를 알고 도움의 말과 용기를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며 새로운 다짐을 약속했다. 항상 재미있고 밝은 분이라 그런 고민을 하는줄은 몰랐다. 이 놈의 무심함. 반성한다.
10년 후 현재 다니는 회사의 CEO가 되고 두번째 책을 써서 작가 겸 CEO의 삶을 살겠다고 한다. 올 한해 힘든 과정을 잘 마치고 나면 꿈꾸는 삶에 훨씬 가까이 다가가 있을 거라 믿는다. 파이팅!
* 승후니
아침 일찍 일어나기와 운동하기. 평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에 강한 분답게 아침에 일어나기는 81%, 운동은 56% 실천. 첫날 아침 5시 30분기상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는 걸 깨닫고 바로 다음 날부터 6시 30분으로 수정. 계획은 철저하게, 실천은 융통성있고 현실적으로. 계획과 실행을 어려워하는 내가 모델로 삼아 배우고 싶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취미 활동 등의 강연과 아이들이 책 읽기 등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사회를 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멋진 공간이 조만간 탄생할 것 같다. 필요하다면 나의 재능기부도 약속 드린다.
* 리아랑
명불허전. 리아랑답게 훌륭한 보고서와 발표였다. 꾸준함의 힘을 기르기 위해 매일 8시 이전 기상과 중국어 필사, 사진과 짧은 글쓰기를 통한 ‘일상의 캡쳐’를 선택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이라 변수도 돌발적인 일도 많았지만 하루 빼고 매일 8시 전에 일어났으며, 필사도 일상 캡쳐도 모두 잘했다고 자축과 자찬. 정말 잘했다. 나도 축하하며 칭찬했다.
* 윤정욱
목표는 정시 기상과 정시 취침. 이를 통해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5점 만점에 1점을 줬다. 좀 더 너그러워도 될 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가진 듯 하다.
회사 생활은 재미있고 만족스러우나 bliss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문화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으며, 이걸 주제로 책도 쓰고 싶지만 이것이 bliss인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11기의 막내, 우리 팀의 유이한 30대 중의 한 명이지만 사고의 깊이와 글의 무게는 30대처럼 보이지 않는다. 너무 몰아치지 말고 30대의 젊음을 즐기며 여유 있게 bliss를 찾기를 바란다.
형식도 내용도 다양해서 보고 듣는 재미가 있었다. 나처럼 50% 이상 했으니,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며 잘 했다고 자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반 밖에 못 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각자의 성향이 보였다. 하지만 잘 했다고 한 사람도 아쉬워한 사람도 앞으로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까를 고민하는 걸 보면 또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내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메시지보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많이 나눠지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서 정작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논의되지 못한 점이다. 아무래도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12기를 위한 제안 한 가지. 과제를 시작하던 시점– 4월 17일 즈음 –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택했던 것부터 공유했더라면 어떨까?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까지 공유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항목을 선정했는지 알고 난 후에 결과를 봤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